길 막고 영어시험·우편함에 개똥…영국의 인종차별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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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협상 개시를 요구하는 시위대 [AF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폴란드인은 꺼져라”, “폴란드인을 먼저 없애고 그다음엔 게이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가 실시된 이후, 영국에서 노골적인 인종 혐오 행태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행태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성인은 물론 어린아이에게도 나타나고, 외국인 뿐 아니라 다른 소수자들에 대한 배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28일(현지시간) 브렉시트 투표 이후 3개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수집된 500건 이상의 인종 차별 사건을 분석한 ‘국민투표 이후 인종 차별과 외국인 혐오’ 보고서를 인용해 그 실태를 전했다.

‘폴란드인은 꺼져라’라는 내용의 편지가 나돌았고, 부유한 런던 지역에서는 브렉시트 투표 결과를 축하하던 사람들이 이탈리아인 웨이터의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며 영국인 웨이터를 요구했다.

한 폴란드인은 거리에서 패거리로부터 영어를 할 수 있는지 증명하라는 요구를 받고 폭행을 당해 눈에 큰 상처를 입기도 했다.

영국 클라이드와 글래스고 지역에 나붙은 나치 상징 [트위터 캡쳐]

우편함이나 문앞에 개똥을 던져 놓는가 하면, 거리 곳곳에는 나치 상징인 스와스티카가 내걸렸다.

무리의 사람들은 런던 거리 한복판에서 “폴란드인을 먼저 없애고, 그다음엔 게이다”라고 외치며 당당하게 걸었고, 실제 루마니아인 레즈비언 여성이 공격을 받았다.

배우 줄리엣 스티븐슨은 “1930년대 나치 독일의 긴장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인종 혐오는 어린아이들도 가리지 않았다.

한 60대 남성은 엄마와 함께 걷던 3살짜리 폴란드인 아기에게도 “우리는 떠나라고 투표했는데 왜 돌아가지 않느냐. 우리는 아무도 네가 여기에 있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폭언을 했다.

10살짜리 학생은 독일인 교사에게 “빌어먹을 외국인이 시키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어린이가 피해자나 가해자에 연루된 사건이 14%로, 가장 우려스러운 점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런 인종 혐오 행태는 브렉시트 찬반과 관계없이 영국 전역에서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의 76%는 언어폭력이었고 나머지 14%는 협박이나 물리적 폭력이 포함됐다.

테리사 메이 총리 [AFP=연합뉴스]

인종관계연구소가 정리한 이 보고서는 테리사 메이 총리가 투표 이후 이런 인종 차별로 가는 적대적인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비판했다.

메이 총리는 내무장관이던 2012년 인터뷰에서 “영국을 불법 이민에 완전히 적대적인 곳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고, 이듬해 내무부는 런던의 6개 자치구에서 ‘돌아가지 않으면 체포된다'(GO HOME or face arrest)는 광고를 시행했다.

실제 인종 혐오 사례로 수집된 사건 중 약 4분의 1은 ‘돌아가라'(GO HOME)나 브렉시트 찬성 진영의 구호였던 ‘떠나라'(LEAVE)라는 단어가 쓰였다.

보고서는 “분명한 것은 지난 몇 년간 정책의 공식 목표였던 적대적인 환경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적대적인 환경이 정치적으로 자리 잡으면 문화적으로 뿌리를 내리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의 주저자인 프리스카 고마로미는 국민투표 논쟁과 결과가 사람들에게 더는 그들이 느끼는 인종 혐오를 표현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상을 줬다고 말했다.

일부 사람들은 모든 이가 투표 결과에 동의한다고 생각하고 대담하게 행동한다는 것이다.

노동당 예비내각의 내무담당인 앤디 번햄 의원도 “정부가 이민자를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기여했고, 새 총리가 특히 책임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이들이 학교 운동장과 거리에서 집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듣고 있다”며 “총리는 나라를 하나로 끌고 가겠다고 약속했지만, 행동은 정반대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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