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친구 살해 美 50대 한인에 ‘우발적 살인’ 평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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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피의자 조씨.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 35년 지기 중학교 동창을 ‘촉탁 살인’했다고 주장한 미국의 50대 한인 피고인에게 1급 살인죄가 아닌 과실치사의 일종인 감정폭발에 따른 우발적 살인죄가 적용됐다.

미국 샌타애나 오렌지 카운티 형사지법 배심원들은 21일(현지시간) 친구를 뒤에 총으로 쏴 살해한 조 모(56) 씨에 대해 감정폭발에 따른 우발적 살인죄를 평결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전했다.

이날 배심원 평결은 경제적 파탄에 이른 친구의 부탁에 따른 ‘촉탁 살인’이라는 조 씨의 주장과 계획적 살인이라는 검찰의 판단이 첨예하게 맞선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피고인 조 씨는 지난 2011년 1월 24일 저녁 LA 남부 애너하임 교외 지역에서 한국에서 사업에 실패한 뒤 미국으로 도피해 자신을 찾아온 친구 이 모(당시 50세) 씨의 머리에 총을 쏴 살해했다.

그는 경찰에서 “친구가 한국에서 모텔 사업에 망하고 결혼생활도 파탄 나 미국에 도피해왔다”면서 자신에게 ‘촉탁 살인’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조 씨는 “친구가 총을 사고 장소도 물색하는 등 강도 사건으로 위장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면서 “사건 당일 친구가 일부러 타이어에 구멍을 내고 사물함을 헝클어놓기도 했다”고 했다.

조 씨는 이어 법정에서 자신이 끝까지 못하겠다며 말렸으나 친구 이 씨가 아내를 성폭행한 사실을 거론해 홧김에 방아쇠를 당겼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날 배심원 평결에는 한국의 ‘수치문화'(shame culture)가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씨의 국선변호인 로버트 쾰러는 “이번 사건은 조 씨의 계획적 살인이 아니라 친구 이 씨가 사전에 계획한 촉탁 살인”이라고 변론했다.

쾰러 변호인은 이어 배심원들에게 한국의 독특한 수치문화를 거론하며 “한국에서 자살 행위는 남은 가족들에게는 ‘낙인'”이라며 “한국의 문화적 특수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사건에서는 수치심이 중요한 열쇠”라며 “모든 사람에게 관련이 있는 수치심이 살인의 원인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 씨는 자살했다는 것이 알려질까 봐 두려워 친구에게 ‘촉탁 살인’을 의뢰했고, 조 씨는 이를 끝까지 말리다가 친구가 아내 성폭행 사실을 말하자 격분해 살해하게 됐다는 논리다.

이에 검찰은 이에 조 씨의 주장은 허황한 이야기로 종신형에 처할 수 있는 1급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맞섰다.

스콧 시먼스 검사는 “이 씨가 촉탁 살인을 의뢰했든 아니든 조 씨에게 1급 살인죄를 적용하는 게 합당하다”면서 “조 씨가 마지막 순간까지 친구를 살해할 의도가 없었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현장에서 발견된 장갑과 신발은 조 씨의 손과 발에 맞지 않았다. 조 씨가 살인을 의도하지 않았다면 자신의 손과 발보다 큰 장갑과 신발을 사지 않았을 것”이라며 계획적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조 씨에 대한 최종 선고공판은 오는 9월 23일 열릴 예정이다. 배심원 평결이 확정되면 조 씨는 징역 21년형에 처해 질 것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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