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사죄·반성 거부한 日아베, 극우행보는 ‘긍지’로 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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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전쟁책임 사과없이 전쟁의 참화 되풀이 안 돼” (진주만 EPA=연합뉴스)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김정선 특파원 = “전후 70년 평화국가의 행보에 조용한 긍지를 느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7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진주만을 방문해서 이런 메시지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미일동맹을 ‘내일을 여는 희망의 동맹’으로 평가하고 이런 동맹을 가져온 것은 “과거 적대관계를 넘어선 미국민이 보여준 ‘관용의 힘'”이라고 규정했다.

◇ 화해·동맹만 있고 전쟁 책임·사죄·반성은 빠져

그러나 아베 총리의 메시지에서는 진주만 공습이 불러온 미·일 간 격렬했던 태평양전쟁, 나아가 일본의 2차 세계대전 책임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실제 아베 총리는 “여기(진주만)서 시작된 전쟁이 앗아간 모든 용사의 목숨, 전쟁의 희생이 된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의 영혼에 영겁의 애도의 정성을 바친다”고 희생자에 대한 추모의 뜻을 밝혔다.

또 “어느 날 폭격이 전함 애리조나를 두 동강이 냈을 때 시뻘건 불길 속에서 죽어갔다”라고 했다. 이런 희생이 구(舊) 일본군의 ‘비열한’ 기습 공격에 의해 이뤄졌다는 역사적 사실을 애써 외면한 것이다.

이는 한국과 중국 등 일본의 침략전쟁 피해국은 물론 일본 내 양심세력들이 제기한 전쟁 책임 인정 및 사과, 반성 ‘거부’로 이어졌다.

그가 최근 2차대전과 관련해 국제사회에 밝혔던 입장보다 대폭 후퇴한 것이다.

그는 지난해 4월 미 상하원 합동연설에서는 미일동맹을 ‘희망의 동맹’으로 규정하고, 2차대전에 대해서는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했다. 또 진주만 공습을 거론하며 ‘깊은 회오(悔悟·잘못을 뉘우치고 깨달음)를 느낀다고도 했다.

이어 같은 해 8월 전후(戰後·2차대전 종전후) 70년 담화에서는 “2차대전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의 마음을 표명한’ 역대 내각의 입장은 앞으로도 흔들림이 없을 것”, “일본과 화해에 온 힘을 다한 모든 나라에 감사한다”고 했다.

일본 언론은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5월 세계 유일의 피폭지인 일본 히로시마(廣島)를 방문했을 때 희생자를 애도하면서도 미국의 원폭투하에 대해 사과하지 않은 점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아베 총리는 메시지를 발표한 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내빈석으로 다가가 진주만 공습 당시 생존한 퇴역 군인들을 위로했다.

아베 총리는 자리에 앉아있던 3명의 퇴역 군인을 한 명씩 포옹하기도 했다. 이 중 앨프레드 로드리게스(96) 씨는 “기대 이상의 소감에 매우 만족했다”며 “(아베 총리는) 최고의 인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에 앞서 아베 총리와 오바마 대통령은 애리조나기념관 참배를 마친 뒤 바다가 보이는 난간 근처로 다가가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해상에 꽃잎을 뿌렸다.

진주만 찾은 아베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진주만 찾은 아베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 전쟁가능국가 행보 하며 “평화국가 행보 긍지” 억지 주장

이날 아베의 메시지에서 주목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전후 70년 평화국가의 행보에 조용한 긍지를 느낀다”고 밝힌 부분이다.

그는 “전후 자유롭고 민주적인 국가를 만들고 법의 지배를 존중하고 부전(不戰)의 맹세를 견지했다”며 이런 발언을 했다.

그러나 그가 2012년 12월 총리에 취임한 이후 보여온 행보는 ‘평화 국가’를 견지하는 것과는 정반대였다.

지난해 국회에서 강행처리한 안보관련법 제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일본 자위대의 집단자위권 행사를 인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평화헌법 9조에서 규정한 전쟁 금지, 자위대의 무력행사 금지와 배치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아베 총리는 스스로도 최대의 정치적 과제가 헌법9조 개정이라고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오는 2018년 9월에 끝나는 총리 임기를 3년 더 연장하는 길도 터놨다.

그러면서도 “70년 평화 국가의 행보에 긍지를 느낀다”고 밝힌 것은 지극히 이율배반적인 태도로밖에 볼 수 없다.

명복의 꽃잎 뿌리는 오바마와 아베

명복의 꽃잎 뿌리는 오바마와 아베(호놀룰루 AP=연합뉴스) 미국 하와이주 진주만을 방문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른쪽 두번째)이 27일(현지시간) 애리조나기념관을 찾아 헌화한 뒤 미 전함 ‘애리조나’가 침몰해 있는 바다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비는 꽃잎을 뿌리고 있다. ymarshal@yna.co.kr

이날 아베 총리가 메시지에서 진주만공습 당시 전사한 이다 후타사(飯田房太) 해군 중좌를 언급한 것도 논란 소지가 있다.

그는 진주만공습 당시 항공모함 소류(蒼龍)의 분대장으로 함재기 제로센(零戰)을 타고 미군 함선에 공격을 했다.

공습 중 자신이 조종하는 전투기가 반격을 받아 추락 위기에 처하자 귀환을 포기하고 미 카네오헤 해군기지 격납고로 돌진했다.

아베 총리는 “어제 카네오헤 기지에 있는 이다 중좌의 비를 방문했다”며 “그의 추락 지점에 비를 세운 사람은 일본인이 아니라 공격을 받은 미군들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The brave respect the brave(용감한 사람이 용감한 사람을 존경한다)”(앰브로즈 비어스)라는 문구도 인용했다.

또 “아무에게도 악의를 품지 말고 만인에게 자비로 대하자”(에이브러햄 링컨)라는 말도 소개했다.

미군측이 적군이었던 그의 ‘용기’를 평가해 비를 세웠다며 일종의 ‘화해’라는 측면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일은 물론 전세계에 보내는 메시지에서 사망 직전까지 미군에 대한 공격을 감행한 그를 언급한데다, 그를 ‘용감한 사람’으로 미화하는 것이 적절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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