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살충제 계란 파문’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닭 한 마리당 공간이 A4 용지(0.06㎡)보다 좁은 밀집사육 방식이 지목되고 있다.

밀집사육되는 산란계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밀집사육되는 산란계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아파트를 연상시키는 배터리 케이지(철재 우리)에서 닭을 키우는 밀집사육은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가축 전염병의 피해를 키우는 주범으로도 꼽힌다.

16일 관련 법에 따르면 산란계(알 낳는 닭) 1마리의 최소 사육면적은 0.05㎡(25×20㎝)로 규정돼 있다. A4 용지보다 좁다.

정부가 이런 열악한 사육 환경을 개선하겠다면서 지난 4월 개선 방안을 발표했지만 1마리당 사육면적을 0.075㎡로 조금 더 넓히겠다는 데 그쳤다.

이것도 기존 농가는 적용을 10년간 유예했다. 더 큰 문제는 관련 법 개정도 시작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열악한 밀집사육 환경에서는 산란계를 괴롭히는 닭진드기 등을 제대로 없애기가 쉽지 않다.

원칙적으로 케이지에 살충제를 뿌릴 때는 닭장 안의 닭이나 계란을 다른 공간으로 옮기고 난 이후 빈 케이지에 살포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살충제를 뿌릴 때 많은 닭을 옮겨 놓을 공간이 있는 농가는 많지 않다.

닭이 있는 케이지에 뿌린 살충제는 닭의 피부 등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가고 이런 닭이 낳은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밀집사육이 아니라 방사를 하면 닭진드기 등을 없애기 위해 살충제를 뿌릴 필요가 없다.

닭이 스스로 흙바닥에 몸을 비비는 ‘흙목욕’을 해서 몸에 붙은 진드기나 벌레를 떼어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닭들끼리 부리로 진드기 등을 쪼아서 없앨 수도 있다.

살충제 계란뿐만 아니라 AI가 발생해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갔을 때도 밀집사육은 문제가 됐다. 지난 4월 나온 개선 방안도 AI 때문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6월 발표한 ‘한국 가축 질병 관리에서 생산자 인센티브’ 보고서에서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에서 AI와 구제역 등 주요 가축 질병이 재발한 주요 원인으로 밀집사육을 꼽았다.

축산 선진국인 유럽연합(EU)에서는 2003년부터 배터리 케이지 신축을 금지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닭을 밀집사육하지 않고 마당이나 야산 등지에 풀어서 키우는 친환경 방사농장들이 있다.

밀집사육을 하면 1만 마리 정도를 키울 수 있는 부지에 800마리 정도를 키우고 닭이 다닐 수 있도록 방사하는 것이다.

농업 관계자들은 “친환경 방사농장의 계란 등이 인기를 얻으면서 관심도 커지고 있다”며 “방사농장을 위한 제도적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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