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지난달 31일 통상임금 소송에서 기아차가 패하고 1조 원에 이르는 추가 비용 ‘폭탄’을 떠안게 되자, 재계는 물론이고 정치권까지 “이대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불확실성을 없애기 위해 법 개정을 통해 아예 정기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으로 못 박자는 얘기가 정부 안에서 공식적으로 제기됐고, 재계에서는 특근 등 근로 체계를 본질적으로 바꾸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기아차 통상임금 1심 판결과 관련, “통상임금의 법적 범위를 명확히 하도록 근로기준법의 조속한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에 따르면 통상임금은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 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일급·주급·월급 또는 도급 금액을 말한다.

통상임금 개념이 중요한 것은, 이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연장·야간·휴일 근로에 대한 가산임금(초과근로수당), 해고예고 수당, 연차휴가 수당, 퇴직금 등이 산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상 모호한 통상임금 정의 탓에 지금까지 기업들은 사실상 노사 협의에 따라 제각각 통상임금의 범위를 정해왔고, 그 중 다수 기업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하지 않았다.

지난 1988년 고용부가 제시한 ‘1임금 지급기(1개월)마다 지급되는 상여금만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지침이 절대적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2013년 갑을오토텍 통상임금 소송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임금 지급기(1개월)를 초과해 지급하는 금품도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이 있다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판결을 내리자, 정부 지침과 다른 법원 판단에 재계는 혼돈에 빠졌고 비슷한 통상임금 소송이 줄을 이었다.

법원의 들쭉날쭉한 ‘신의성실의 원칙(이하 신의칙)’ 적용도 끊임없는 논란을 낳고 있다.

신의칙이 인정되면 회사는 통상임금에 상여금이 추가되더라도 과거 임금까지 근로자에 소급 지급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재판부에 따라 소급 지급에 따른 사측의 경영·재무적 타격 정도를 달리 판단하기 때문에 판결이 심급에 따라 수시로 뒤집히고 있다.

결국, 이번 기아차 통상임금 1심 재판에서 다시 신의칙이 무시되고, 경제·사회적 혼란이 절정에 이르자 이제서야 정부가 ‘통상임금의 범위를 법으로 구체적으로 명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까지 이날 “통상임금 논란이 입법 미비에서 시작된 만큼 근거법에 산정 기준을 명확히 하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기아차 1심 이후 대법원에도 “누구나 예측 가능할 만큼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신의칙 판단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통상임금 폭탄을 맞은 재계도 바뀐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 변화를 서두르는 분위기다.

임금체계 개편은 물론이고, 통상임금 관련 부담을 줄이려고 통상임금 연동 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작업 자체를 줄이는 사례가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 패한 기아차는 당장 이달 특근을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근수당도 통상임금에 연동되는 만큼 임금 인상 요인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가장 단기적 처방을 내린 것이다.

이처럼 통상임금 확대 여파로 수당이 없어지거나 급격히 줄어들면,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더라도 오히려 근로자의 총액 임금이 줄어들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아울러 특근·연장 근로 폐지로 줄어드는 생산력은 해외 생산기지를 통해 메울 가능성이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임금으로 늘어난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일감을 줄이고, 그 결과 임금 총액은 물론 일자리까지 줄어 고용 불안이 야기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며 “이런 악순환의 고리가 완성차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댓글을 남겨주세요.

코멘트를 입력해 주세요!
이름을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