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외환거래 등 해외사업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낼 수 있다고 1만 명 넘는 투자자를 속여 1조 원대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로 1심 유죄 판결을 받은 다단계 금융사기범이 항소심에서 더 높은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번 사건은 피해 규모가 1조원을 넘고 유사수신 범행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법조계와 관련업계 일각에서 ‘제2의 조희팔 사건’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서울고법 형사8부(강승준 부장판사)는 13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모(47)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김씨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유사수신업체를 운영한 혐의로 지난해 8월 유죄를 확정받았던 판결과 중복해서 기소된 일부는 면소(免訴)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면소는 형사소송을 제기할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을 때 내리는 판결로, 사실상 기소되지 않은 것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

재판부는 또 “피해자가 1만2천 명을 넘고, 피해액이 1조 원을 초과하는 등 피해가 막대하다”며 “그런데도 범행을 진지하게 반성하지 않고 있어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김씨가 투자금 사기 사건으로 재판을 받던 중에도 규모를 더욱 확장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질타했다.

김씨는 2011년 11월부터 작년 8월까지 “FX 마진거래 중개 등 해외사업에 투자하면 매달 1% 이익 배당을 보장하고 원금을 돌려주겠다”고 속여 투자자들에게서 총 1조850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항소심에서 과거 기소 부분과 중복된 액수가 정리돼 검찰이 본 혐의액은 1조738억 원으로 줄었고, 재판부는 면소된 일부를 뺀 1조599억 원을 유죄로 인정했다. 이 가운데 약 6천384억 원은 피해자들에게 상환되지 않았다고 추정된다.

FX마진거래는 여러 외국 통화를 동시에 사고팔아 환차익을 거두는 외환거래로, 투기성이 큰 상품으로 알려졌다.

실제로는 이 사업으로 수익이 들어온 적이 없었지만, 김씨는 “딜러에게 투자금을 지원해 발생하는 중개수수료를 받아 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속였다. 거래가 이뤄지는 것처럼 조작한 가짜 프로그램도 동원했다.

지난해 이미 유사수신업체를 운영해 672억 원을 빼돌린 사기(특경 사기) 혐의로 유죄를 확정받은 김씨는 투자자들에게 받은 돈 중 4천843억 원을 ‘돌려막기’에 쓴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2심이 선고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다.

한편 김씨의 범행은 다소 수법이 다르지만, 유사수신 사기라는 공통점 때문에 ‘단군 이래 최대 사기극’으로 불리는 조희팔 사건과 공통점이 있다. 조희팔은 건강보조기구 대여업으로 고수익을 낸다며 2004∼2008년 7만여 명을 상대로 5조715억 원을 끌어모았고, 수사가 시작되자 2008년 12월 중국으로 달아났다. 조씨는 현지에서 사망한 것으로 발표됐고 공범들은 중형을 받았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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