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지헌 이보배 기자 = 검찰이 수천억원대 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 등으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하성용(66) 전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KAI 경영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이용일 부장검사)는 21일 오후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위반 등 혐의로 하 전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013∼2017년 KAI 대표로 재직한 하 전 대표는 분식회계, 협력업체 차명지분 보유, 횡령, 부정채용 등 KAI에 제기된 각종 경영비리 의혹 전반에 깊숙이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하 전 대표는 경영 성과 포장을 위해 사업진행률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매출을 부풀려 온 것으로 드러났다. 하 전 대표가 대표이사를 맡은 2013년 이후 KAI가 부풀린 분식회계 규모는 5천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이 실제보다 진척된 것처럼 꾸미기 위해 KAI는 연말이 되면 사업 단계상 지급할 필요가 없는 선급금을 협력업체에 줬고, 출고되지 않은 재료가 출고된 것처럼 전산을 조작하기도 했다.

가짜 성과를 바탕으로 하 전 대표는 2014∼2017년 급여가 2억5천만원 가까이 올랐고 상여도 2억원 넘게 상승했다.

앞서 검찰은 7월 KAI 사천 본사를 압수수색한 이후 분식회계 등 혐의를 중심으로 수사해왔다.

하 전 대표는 아래 직원들이 한 일이며 자신은 경리 전문가가 아니어서 잘 몰랐다는 취지로 분식회계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하 전 대표가 대표이사 취임 이전까지 10년 넘게 KAI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냈다는 점에서 분식회계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검찰은 위장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해서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상법·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하 전 대표는 협력업체 Y사 대표 위모씨에게 다른 협력업체를 세우게 하고 이 회사 지분을 차명 보유한 혐의를 받는다.

신생업체에 불과한 T사에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 관련 일감 몰아주기와 무리한 선급금 지원 등 특혜를 줬다는 것이다.

애초 위장계열사 의혹을 부인했던 하 전 대표는 검찰이 관련 증거를 제시하자 차명주식 보유를 어느 정도 시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회삿돈 20여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적용됐다. 검찰은 하 전 대표를 비롯한 KAI 핵심 경영진이 직원들에게 명절 선물 등으로 지급하겠다면서 대량 구매한 상품권 가운데 수억원 어치를 빼돌려 ‘상품권 깡’으로 현금화한 뒤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하 전 대표가 전직 임원에게 부과된 소득세 5억원을 회삿돈으로 대납하도록 지시한 정황도 파악했다.

하 전 대표는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서도 최고경영자로서 업무방해 및 뇌물공여 등 혐의를 받는다.

앞서 검찰은 2015년 무렵부터 공채 지원자의 서류를 조작하는 등의 방식으로 자격 미달자 10여명을 정규직 사원으로 채용한 혐의로 KAI의 이모 본부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부품 원가 부풀리기 관련 의혹은 하 전 대표의 범죄사실에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이달 초 고등훈련기 T-50 등에 납품하는 장비 원가를 부풀린 혐의로 KAI의 공모 구매본부장을 구속한 바 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하 전 대표의 관여 여부를 추가로 수사할 방침이다.

bo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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