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공원에서 놀던 초등학생을 집으로 데려가 무참히 살해한 10대 소녀는 재판과정에서 형량을 줄이기 위해 무던히도 애썼다.

분홍 머리핀을 예쁘게 꽂고 밝게 웃던 2학년 여자 어린이를 목 졸라 살해하고, 잔혹하게 시신을 훼손했지만, 그는 죗값을 달게 받을 준비가 되지 않은 듯 보였다.

주범인 A(16)양이 재판과정에서 형량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주장한 것은 심신미약·자수·우발적 범행 등 3가지다.

A양과 변호인은 범행 당시 A양이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심신이 미약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피고인의 범죄 행위에 대해서는 형법 제10조 ‘심신장애인’ 조항에 따라 형을 감경할 수 있다는 점을 최대한 활용하려 했다.

A양의 변호인은 6월 첫 재판에서 “아스퍼거증후군 등 정신병이 발현돼 충동적이고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며 “정신감정 결과처럼 피고인이 살인 범행 당시에는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었더라도 살인 전·후에는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인천지법 형사15부(허준서 부장판사)는 22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양이 범행을 매우 치밀하게 준비한 점, 학교생활이나 일상생활에서도 별다른 문제는 없었던 점, 정신감정서 상에도 전반적인 지적 능력이 ‘평균 상’ 수준으로 나타난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A양의 자수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A양 변호인은 A양이 범행 후 서울로 갔다가 자발적으로 인천으로 돌아와 어머니와 경찰을 함께 만나 경찰서에 출석했기 때문에 자수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수사기관에 한 신고가 자발적이라 해도 신고 내용이 범행을 부인하며 자기 범행으로 범죄성립요건을 갖추지 않을 땐 자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 판례를 제시하며 자수 주장을 일축했다.

실제로 A양은 어머니와 경찰을 처음 만났을 때 “고양이가 죽는 꿈을 꿨는데 깨어보니까 살아있었다”라고 말하는 등 이번 사건과 본인의 연관성을 부인하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우발적 범행이라는 A양 측의 주장 역시 1심 선고공판에서는 수용되지 않았다.

A양은 범행 당일 새벽부터 오전까지 휴대전화로 ‘남양주 아파트 밀실 살인사건’, ‘밀실 트릭’, ‘부산 시신 없는 살인사건’, ‘도축’ 등을 검색했다.

또 여행을 온 외지인처럼 보이기 위해 엄마의 옷과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여행용 가방을 소지한 채 범행에 나섰다.

휴대전화로 피해 아동이 다니던 학교의 하교 시간, 초등학교 학습 시간표 등을 검색하는가 하면 피해자를 유인할 때도 승강기를 타고 자기 집과 다른 층에서 내려 귀가했다.

재판부는 이런 점들을 모두 고려해 A양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살인·무기징역 대상이 아닌 만 18세 미만 소년범에게 내려질 수 있는 법정 최고형이다.

inyon@yna.co.kr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