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이른바 ‘몰카'(몰래카메라) 불법촬영 범죄에 범정부 차원의 광범위한 대책이 마련된 것은 몰카 범죄 수법과 범죄의 편의성, 확산성 등을 고려할 때 심각성이 도를 넘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몰카는 카메라가 장착된 모든 기기로 가능한 범죄이고, 스마트폰 등 일상 기기로도 얼마든지 범행할 수 있어 범행 장소와 시간 등에 제약이 거의 없다.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안경, 볼펜, 시계, 차량 디지털 키 등으로 위장한 도촬 기기, 눈에 잘 띄지 않는 초소형 폐쇄회로(CC)TV 등이 개발되고 온·오프라인에서 아무런 제약 없이 유통되는 터라 범행 도구는 도처에 널렸다.

이런 편의성 때문에 몰카 불법촬영은 사회적 지위나 연령대와 관계없이 누구나 저지를 만큼 만연해 있다.

지난 7월에는 현역 국회의원 아들인 현직 판사가 지하철에서 휴대전화로 몰카를 촬영하다 경찰에 체포됐고, 6월에는 한 여고 교사가 교실에 몰카를 설치했다가 학생들에게 발각되는 등 공무원들조차 예외가 아니다.

올 5월에는 전북 전주의 한 농협 지점 여성 탈의실에서 시계형 위장 몰카가 발견됐고, 작년에는 전직 국가대표 수영선수가 여자 국가대표 탈의실에 몰카를 설치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아 충격을 줬다.

몰카 범죄의 심각성은 그간 꾸준히 지적됐지만, 정작 몰카용 기기를 규제할 법적 근거조차 없었다.

경찰청은 이달 초 각종 위장형 카메라 기기 취급업체들을 상대로 점검과 단속을 벌였지만, 기기 자체를 문제삼을 방법이 없어 전파법상 적합성 인증을 받았는지만 확인하는 수준이었다. 단속 실적도 고작 7건으로 미미했다.

정부는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이같은 ‘변형 카메라’ 수입·판매업자 등록제를 도입하고, 유통 이력 추적을 위한 이력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제도를 정비하는 방안을 내놨다.

몰카 범죄는 손쉽지만 피해는 막대하다. 몰카 영상물은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타고 삽시간에 퍼질 수 있다. 한번 영상이 유포되면 누리꾼들의 ‘신상털기’가 이어져 추가 피해가 발생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

정부는 수사기관이 요청하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촬영물을 즉시 삭제·차단할 수 있도록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하고, 피해자가 방통심의위에 영상물 삭제를 요청하면 일단 먼저 차단한 뒤 긴급 심의하는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이미지·음성·동영상의 유해성을 검출하고 몰카 등 음란물을 실시간 차단하는 기술도 개발한다. 일단 영상물이 유포되면 최대한 빠른 시간에 차단하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몰카는 아니지만, 연인의 모습을 찍은 영상을 결별 후 유포하는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o, 보복성 영상물)도 피해자 인권을 짓밟는 심각한 범죄로 여겨져 왔다. 이번 대책에는 보복성 영상에 대한 처벌 강화도 포함됐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개정, 특정 개인임을 알아볼 수 있는 영상물을 촬영한 사람이 연인 간 복수 등 목적으로 이를 유포하면 벌금형 없이 징역형으로만 처벌할 방침이다.

피해자가 인터넷에 떠도는 영상 삭제를 위해 자비를 털어 전문 삭제업체에 의뢰하는 고통도 만만치 않다.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신고창구를 둬 경찰 신고에 필요한 채증과 긴급삭제, 전문 상담, 법률서비스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경찰은 몰카 범죄 관련 신고 접수와 수사를 성범죄 전담 부서인 여성청소년과로 일원화하고, 피해자가 주로 여성인 점을 고려해 여성청소년 수사팀 소속 여성 수사관이 피해자 조사와 상담을 담당하도록 역할을 정립하기로 했다.

pul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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