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남중국해 최남단 인공섬에 고주파 레이더 건설 중”[연합뉴스TV]

(하노이·홍콩·서울=연합뉴스) 김문성 최현석 특파원 김남권 기자 = 남중국해 국제판결 직후 이해 당사국의 갈등이 수면 위로 터져 나왔지만, 미국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등이 물밑에서 속도 조절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소송 당사국인 중국과 필리핀도 발언 수위를 조절하며 협상 해결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남중국해 지도앞에 선 중국인

아세안은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의 지난 12일 판결 이후 공동성명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교도통신은 14일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을 인정하지 않은 PCA의 판결과 관련한 아세안 10개국의 공동성명 발표가 무산됐다고 전했다.

당초 중국의 판결 이행을 촉구하려는 설명을 내놓으려고 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캄보디아 등 일부 친중 국가의 반대로 공동성명이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남중국해에서 극한 대립을 우려한 미국이 남중국해 판결을 중국을 향한 공격적인 카드로 활용하지 않도록 우방국인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등을 설득했다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남중국해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조용한 외교'(quiet diplomacy)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의 한 관계자는 “평정을 되찾아 남중국해 문제를 감정이 아닌 이성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우리가 원하는 바”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조용한 외교 지침’이 “일부는 해외 미국 대사관과 사절단을 통해 전달됐다”며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과 존 케리 국무장관 등이 직접 고위급 정부 관계자한테 전달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조용한 외교에 나선 것은 남중국해 판결을 계기로 이 지역이 일촉즉발의 화약고로 돌변할 수 있어 ‘속도 조절’에 나섰다는 분석이 있다.

美·中 신냉전 패권 다툼…격랑 속으로[연합뉴스TV 제공]

중국은 중재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하며 남중국해에서 최첨단 무기들을 활용해 연일 무력시위를 이어가고 있지만, 극한 대립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PCA 판결의 이행을 강제할 수단이 없긴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영유권 주장만을 계속하면 국제사회에서 평판이 나빠져 고립될 수도 있는 점을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류전민(劉振民) 외교부 부부장은 13일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백서를 발표하고 ADIZ 선포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필리핀에 조속히 양자협상의 궤도로 돌아올 것을 촉구해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중국은 외교채널을 통해 필리핀과 직접 협상을 할 계획인가”라는 질문에 “우리의 (대화의) 문은 활짝 열려있다”며 “양측은 필리핀 신정부가 출범한 후 외교채널을 통해 이미 접촉했다”고 말했다.

또 “중국은 미국의 남중국해와 이 지역에 대한 합리적 이익을 부정한 적이 없다. 우리는 시종 이 지역에서의 미국의 합리적 이익을 배척하지 않았다”며 미국에 대해 다소 누그러진 듯한 태도도 보였다.

이는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태 담당 선임보좌관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남중국해와 관련해 “우리는 중국, 그리고 다른 많은 나라와 마찬가지로 남중국해에 최고의 국가이익을 두고 있음을 분명히 해 왔다”고 밝힌데 대한 반응이다.

루 대변인은 다만 “미국의 이익이 본 지역(남중국해 지역)의 유일한 이익은 아니다”며 “미국이 자신의 합리적 이익을 보호하기를 원한다면 이 지역 국가가 가장 우려하는 이익을 방해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또 호주 측이 남중국해 중재안은 구속력이 있다고 밝힌 데 대해 “이미 호주 측에 호주 지도자의 잘못된 발언에 대해 엄정한 항의를 제기했다”, “언행을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이는 중국이 이번 중재판결을 무력화하기 위해 화전양면전술을 본격화하고 있음을 시사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필리핀도 마냥 ‘기념비적인 승리’에 도취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판결의 강제성이 없는 상황에서 중국이 판결을 이행할 뜻이 전혀 없다는 점이 필리핀이 마주한 고민의 지점이다.

PCA 판결 다음 날인 13일 페르펙토 야사이 필리핀 외무장관이 “우리의 승리가 기쁘지만 신중하게 자제력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이미 중국과의 양자 대화 의사를 밝힌 상태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번 소송을 제기한 전임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과 달리 중국과의 협력을 희망하며, 이번 소송결과를 지렛대로 경제적 지원을 이끌어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중국과 필리핀 사이에 협상이 진행돼 양국 간에 극적인 합의가 이뤄질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입장차가 너무 커 가능성을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양국의 사이가 틀어지면 남중국해 사태는 필리핀의 동맹국인 미국·일본과 중국의 대리전이 격화하며 긴장이 더 고조될 수 있다.

미국 일부 전문가도 중국을 지나치게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오바마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안보담당 특별보좌관을 지낸 제프리 베이더 브루킹스연구소 중국센터 선임연구원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한 시시비비가 명백히 가려진 만큼 미국은 무력시위 등 구태여 중국을 자극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단 미국과 당사국인 필리핀이 재판소 판결에 표정을 자제하고 있는 것은 잘한 일이며 중국 측에 건설적인 방안을 모색도록 장려하는 첫 단계라며 미국은 우선 중국과 필리핀 간 협상을 강력하게 지지한다는 명백한 신호를 보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중국이 30년 전 국제 소송에서 니카라과에 패소하고도 불복한 미국 사례를 모방해 지연작전을 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알렉스 로(盧綱)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선임 칼럼니스트는 14일 칼럼에서 중국이 1986년 국제사법재판소(ICJ) 판결에서 니카라과에 진 미국의 대응책을 단계별로 따라 하고 있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미국은 ICJ가 1986년 니카라과의 우익 콘트라 반군을 지원해 좌파 산디니스타 정권을 전복하려 했다며 3억7천만 달러(약 4천230억 원)를 니카라과에 배상하라고 판결하자 ICJ에 관할권이 없다며 판결을 따르지 않고 버티다가 1990년 니카라과에 우파 정권이 들어선 뒤 제소 취하를 이끌어냈다.

미국이 30년 전 패소한 뒤 ICJ가 관할권이 없다고 주장한 것, 판결을 비판한 뒤 무시한 것, 상대국에 더 우호적인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기다린 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등을 차례로 모방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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