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이민 운명’ 칼자루는 항고심으로…구두변론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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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제9연방항소법원 법정 모습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옥철 김남권 기자 = 전 세계의 시선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제9 연방항소법원에 쏠리고 있다.

이 법원의 항고심 결정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이 계속 효력 정지될지, 아니면 효력을 되찾을지 ‘명운’이 판가름나기 때문이다.

취임 17일째를 맞은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초기 국정운영 동력이 사실상 사법부의 판단에 맡겨진 채 중대 기로에 놓인 상황이다.

행정명령에 생이별했다가 법원 결정으로 미국 케네디 공항에서 상봉한 아내를 안고 기뻐하는 시리아 남성 [AFP=연합뉴스]

◇ 워싱턴·미네소타주 vs 법무부 ‘세 불리기 전쟁’

CNN방송과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제9 연방항소법원은 미 서부 시간으로 7일 오후 3시(한국시간 8일 오전 8시) 이번 행정명령 사건의 구두변론을 청취하기로 했다.

법원은 소송 원고 측인 워싱턴·미네소타 주와 피고 측인 미 법무부에 각각 변론을 준비하도록 요구했다.

변론은 이례적으로 전화로 이뤄지며 양쪽에 주어진 시간은 각각 30분이다. 변론 내용은 법원 웹사이트의 실시간 중계로 확인할 수 있다.

CNN방송은 이르면 7일 항소법원이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지만, 구두변론이 이날 잡힌 점에 비춰 곧바로 결정이 내려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의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부는 “행정명령은 대통령의 합법적인 권한 행사이며, 연방 지법이 이번 조치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실수를 범한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항소법원에 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밤 트위터에 “급진 이슬람 테러리즘의 위협은 매우 현실적이다. 유럽과 중동에서 일어나는 일만 봐도 알 수 있다”며 “법원은 빨리 행동해야 한다”고 썼다. 행정명령 효력을 재개하는 결정을 빨리 내리라고 촉구한 글이었다.

공항에서 친지와 만나 기뻐하는 여성들 [AP=연합뉴스]

공항에서 친지와 만나 기뻐하는 여성들 [AP=연합뉴스]

워싱턴·미네소타 주도 행정명령에 대한 구체적인 반대 입장을 담은 자료를 항소법원에 제출했다.

지난주 행정명령 반대 소송을 제기한 하와이 주는 항소법원의 심리에 자신들의 사건까지 포함해 달라며 별도로 긴급 신청을 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제9 연방항소법원은 미 서부 대부분과 알래스카, 하와이까지 관할하는 재판부다.

미 전역의 16개 주 법무장관들은 행정명령이 대학사회·의료계 등을 포함해 지역 경제에 엄청난 해악을 끼친다며 효력 정지를 지지하는 의견서를 항소법원에 제출했다.

행정명령에 반대 의견서를 낸 주 가운데는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한 펜실베이니아·아이오와 주도 포함됐다.

존 케리 전 국무장관,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이전 행정부의 고위 관료도 반이민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애플, 이베이 등 120개가 넘는 IT 기업과 법학계, 시민단체도 반이민 행정명령 반대 대열에 가세했다.

미 공항에 들어오는 시리아 출신 입국자

미 공항에 들어오는 시리아 출신 입국자[AFP=연합뉴스]

◇ 연방지법 결정 ‘뒤엎을지 이어갈지’ 초점…결국 대법원행 예상

애초 이번 소송의 쟁점은 트럼프의 행정명령이 위헌적 요소를 담고 있는지로 정리됐으나 현재 초점은 법리적 쟁점보다는 항소법원이 과연 앞선 연방 지법의 결정을 그대로 인용할지, 아니면 이를 다시 뒤엎을지에 모이고 있다.

제임스 로바트 워싱턴 주 연방지법 판사가 이슬람권 7개국 국민의 입국을 막은 행정명령에 제동을 걸면서 이들 7개국 출신 입국자의 미국행 항공편 탑승이 허용됐지만, 항소법원이 만일 다시 1심 결정을 번복한다면 또 한 차례 극심한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소송의 원·피고 쌍방은 어떤 결정이 나든 대법원에 상고하겠지만, 현재 대법원이 앤터닌 스칼리아 대법관 사망 이후 이념 구도상 보혁 진영이 4대 4 동수로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어서 이번 항소법원의 결정이 상당 기간 유효한 사법부의 결정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워싱턴포스트는 항소법원의 선택지로 세 가지를 예측했다.

트럼프 행정명령을 원상회복하든지, 효력 정지를 계속 이어가든지, 아니면 계속 변론을 진행하면서 결정을 미루든지 각각 다른 선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항소법원이 행정명령의 효력 회복을 명할 경우 미 전역의 공항에서 수백 명이 구금되고 일부 이민자가 추방되는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 이민당국이 이와 관련해 어떤 대비책을 세워뒀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반대로 행정명령 효력이 계속 정지되는 상황에서는 이슬람권 7개국 국민의 입국이 허용된다. 취소된 미국 비자도 부활한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비자를 빼앗긴 입국 희망자의 경우에는 실제로 미국행 항공편 탑승에 애로를 겪을 수도 있을 것으로 미 언론은 내다봤다.

판단을 내릴 제9 연방항소법원은 가장 진보적인 법정으로 알려졌다. 결정을 내릴 판사 3명 가운데 2명은 민주당(지미 카터·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명은 공화당(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지명했다.

항소법원으로 공이 막 넘어온 만큼 일정과 사태 전개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분석도 있다.

AP통신은 소송이 “언제, 어떻게 대법원으로 넘어갈지는 불명확하다”며 “행정명령이 입국 금지를 90일로 한정한 만큼 대법원에 가기 전에 시한이 끝날 수도 있고 트럼프 행정부가 문제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여러 방면에서 정책 변화를 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oakchul@yna.co.kr kong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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