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北에 ‘올림픽’ 손짓…한미정상회담後 첫 대북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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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일 7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도록 북한에 손짓을 보냈다.

이는 지난달 29∼30일 워싱턴 한미정상회담 이후 문 대통령의 첫 대북 메시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북한이 만약 평창동계올림픽에 참여하면 올림픽 정신 고취에 기여할 뿐 아니라 우리 지역과 세계평화, 인류화합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권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전북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에 참석해 남북단일팀을 구성했던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세계청소년축구대회, 남북선수단이 동시에 입장했던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거론하며 “감동을 다시 느껴보고 싶다”고 말했다. “북한 응원단도 참가해 남북 화해의 전기를 마련하면 좋겠다”고도 했다.

이날 언급 역시 당시와 별반 다르지 않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 직후라는 ‘시기’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두 정상은 회담의 결과물인 공동성명에서 북한을 비핵화 대화로 유도하기 위해 최대의 압박을 가하는 동시에 올바른 여건에서 북한과의 대화에 열린 입장을 유지하기로 했다. 비핵화도 평화적인 방식으로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통일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어 한국의 주도적인 역할을 지지하는 동시에 인도주의적 사안을 포함한 문제들에 대한 남북 대화를 재개하려는 문 대통령의 열망을 지지한다는 점도 명시했다.

한마디로 북핵 해결을 위한 제재·대화 병행,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한국의 주도, 남북 대화의 필요성 등 문 대통령의 핵심적인 대북 기조를 고스란히 담은 것이다.

한-미 단독정상회담 '웃음'

한-미 단독정상회담 ‘웃음’(워싱턴=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단독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17.7.1 scoop@yna.co.kr

문 대통령이 공동성명 사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북한의 올림픽 참여 등 대북 유화책을 던진 것은 북한 문제 논의의 핵심 당사자 중 하나인 미국으로부터 적지 않은 것을 얻어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핵·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와중에 이를 해소할 큰 틀의 원칙에 대한 동의를 얻은 만큼 지체 없이 북한과의 대화의 문을 두드린 셈이다.

그것도 정치적인 사안이 아니라 가장 낮은 수준의 대화의 방법인 스포츠를 활용함으로써 엄중한 국면에서의 대화 시도에 대한 우리 측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북한도 거부감을 덜 방법을 택했다는 평가다.

특히 이를 기점으로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국제사회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쥐는 동시에 대북 협상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북한 참가를 위한 협력을 구하겠다”며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문 대통령이 이날 접견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에게 한미 정상의 제재·대화 병행 합의 사실을 전하며 “지금은 북한이 대화의 문으로 나설 마지막 기회”라고 한 것도 북한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는 절박성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문 대통령의 독일행(行)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5∼6일 베를린을 방문해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한독정상회담을 하는 데 이어 7∼8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독일이 한반도처럼 분단국이었다는 점에서 바로 이곳에서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 기조인 ‘독일 독트린’이 나올 가능성이 작지 않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권유라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가 독일 선언에 앞선 예열 단계로 인식되는 것은 바로 그 이유 때문이다.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과 그에 이은 스포츠를 활용한 메시지, 독일에서의 대북 선언이라는 그림이 치밀하게 짜인 문 대통령의 구상이라는 시각은 그래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