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안보실 ‘온건협상파’ 진용…군사안보서 외교안보로 중심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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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강병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24일 국가안보실 1·2차장 인사로 새 정부 외교안보정책의 무게중심이 제재와 압박기조의 ‘국방안보’에서 대화와 협상을 중시하는 ‘외교안보’로 확실히 이동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자·외교 전문의 정의용 전 주제네바 대사를 안보실장으로 임명된 데 이어 군 출신이면서도 남북 군사회담 전문가인 이상철 성신여대 교수와 대북 관여파인 김기정 교수가 각각 1·2차장으로 발탁됐다는 점에서다.

이 같은 진용은 국방부 장관 출신의 김관진 전 안보실장,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지낸 조태용 전 1차장, 외교부 1차관 출신의 김규현 전 2차장(외교수석 겸임)으로 이어지며 북한에 대해 ‘원칙있는’ 대응을 강조했던 직전 진용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물론 이번 안보실 인선은 대선 캠프내에서 함께 호흡을 맞춰왔던 외교관 그룹(정의용), 군 출신 그룹(이상철), 학자 그룹(김기정)을 적절히 안배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인물의 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대화와 협상 쪽에 분명한 무게가 실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상철 신임 1차장의 경우 육군 장성 출신이지만 국방 정책통으로 군에서 주요 업무가 군비통제라는 점에서 기존 군 출신과는 성격이 크게 다르다는 평가다. 그는 남북군사 회담에도 참여했으며 북핵 6자 회담 대표단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북한과 대화와 관여를 중요시하는 김기정 교수를 2차장에 앉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김 2차장은 문 대통령의 외교브레인으로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때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대화 병행’을 공약하는데 결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교수는 북핵 문제 해결의 중요성과 함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중요시하는 견해를 밝혀왔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참여정부의 대북포용정책에 관여해온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으로 기용된 점도 대북 관여 쪽으로 정책적 무게중심이 이동할 것임을 시사하는 일종의 ‘신호’가 되고 있다.

다만 현재는 북한이 도발이 계속되고 국제사회가 전반적으로 제재를 가하는 국면이라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가 곧바로 대북 대화 모드로 전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제사회 분위기는 대북 제재와 압박이 강하지 않느냐”이라면서 “청와대 직제를 개편하고 안보실장과 차장에 국방안보 전문가와 외교 전문가를 임명했다고 해서 그것이 대화를 강조하는 그렇게 읽히는 것은 현재로써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노무현 정부 때 외교안보 실세로 꼽혔던 박선원 전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이 예상과 달리 안보실 차장에 기용되지 않은 점이다.

문 대통령이 박 전 비서관을 발탁하지 않은 것은 이른바 ‘자주파’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박 전 비서관을 임용할 경우 급진적 정책 변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돼, 새 정부가 정권초기 외교안보정책을 운용하는 데 있어 다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함께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로 외교안보 환경이 노무현 정부 때와는 크게 달라진 상태라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 외교안보에 있어서는 참여정부 때의 선명한 정책기조에서 벗어나 점진적인 정책 추구 구상을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문 대통령이 청와대 직제개편을 통해 안보실 1차장 산하에 안보전략, 국방개혁, 평화군비통제 비서관을 두는 것으로 정리한 만큼 북한의 태도 변화를 지켜보면서 향후 대화와 협상에 대비하는 방향으로 안보실을 운영할 것이란 의미다.

일각에서는 안보실 진용이 북한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과 힘 있는 북핵 해결 추진에 적합한지 의문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안보라는 개념이 전통적 국방안보에서 다각적인 공조로 북핵 문제를 푸는 외교안보영역으로까지 확장됐다”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국방 정책통이 1차장에 임명되면서 방산비리 문제를 비롯한 국방개혁에도 드라이브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의용 안보실장은 이미 국방개혁 태스크포스(TF) 구성 방침도 밝힌 바 있다.

만약 ‘적폐 청산’ 차원의 방산비리 조사가 본격화될 경우 이명박 정부의 이른바 ‘사자방(4대강 사업·자원외교·방산비리)’ 문제 중 자원외교만 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