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선의 정치학’…행선지에 담긴 후보의 메시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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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건택 임형섭 홍지인 최평천 기자 = 5·9 ‘장미대선’ 레이스가 본궤도에 올라서면서 주요 후보들의 ‘동선의 정치학’에도 관심이 쏠린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7일 0시부터 첫 이틀 동안 분초 단위로 빽빽하게 채워 넣은 후보별 일정표가 후보들의 입을 대신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대 대선에 비해 지역 구도가 희미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각 지역이 지닌 고유의 의미를 무시하기 어렵다는 점 역시 후보들의 동선에 의미를 실어주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첫 1박2일 일정의 콘셉트는 ‘국민 통합’이다.

영남에서 시작한 일정을 서울을 거쳐 호남에서 마무리하는 코스가 이런 기조를 극대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충청에서 당 지도부와 합류해 선대위 공식 발족식을 열어 지방분권을 강조하고, ‘촛불’이 시작된 광화문 광장에서 첫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여기에는 촛불 시민들의 뜻을 받들어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반드시 실현하겠다는 의지는 물론, 자신의 약속대로 ‘광화문 대통령’이 되겠다는 뜻을 반영한 것이라고 문 후보 측은 설명했다.

이틀째인 이날 제주 4.3 추모비를 참배한 뒤 야권의 심장부인 호남으로 이동, 전주와 광주에서 유세했다. 전국을 돌며 확인한 지지세를 야권 민심의 바로미터인 호남에서 거듭 확인하면서 선두주자의 위치를 굳히겠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선거운동 시작과 동시에 인천항 해상교통관제센터(VTS)를 찾아 안전 행보로 첫발을 뗐다.

안 후보는 이어 아침 광화문 광장을 찾아 출근 인사를 한 뒤 1박 2일 일정으로 전주와 광주, 대전, 대구를 차례로 방문했다.

첫 일정으로 호남과 충청, 영남 등을 종횡하면서 전국적으로 골고루 지지를 받는 유능한 후보가 국민통합정부를 만들고 민생을 잘 챙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행보다.

지역으로는 야권의 전통적 기반이자 승부처인 호남을 첫 방문지로 정해 맞수인 문 후보에 대한 기선제압을 시도했다. 뒤이어 역대 대선에서 승부를 결정했던 충청권에서 표밭을 다지면서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TK를 찾은 것은 보수 표심을 계속 묶어두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아울러 안 후보는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전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등 4차 산업혁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일정을 곳곳에 채워 넣었다. 이는 ‘미래 대통령’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1·2일차 동선이 함축한 메시지는 ‘영남·충청 연대론’과 ‘서민 대통령’으로 요약된다.

후보 본인이 나고 자란 고향이자 보수 진영의 ‘텃밭’인 영남의 표밭부터 다지고 나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안희정 충청남도지사의 잇따른 낙마로 ‘무주공산’이 된 충청권으로 진출, 두 권역을 기반으로 문·안 후보와 겨루는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 구상을 담은 것이다.

지난달 17일 공식 출마선언 이후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를 각각 네 번째 찾은 홍 후보는 “곧 다시 오겠다”고 약속, 안 후보에게 내준 안방을 되찾을 때까지 텃밭 다지기에 주력할 것임을 시사했다.

세부 일정으로는 ‘서민 대통령’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별로 전통시장을 훑으며 서민경제와 민생 행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서울 가락시장을 시작으로 이틀간 비를 뚫고 전국 시장 8곳을 돌았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이틀 동안 수도권을 누비며 한우물만 팠다.

유 후보는 17일 0시 서울 종합방재센터를 찾아 안 후보와 마찬가지로 안전 행보로 선거운동을 개시하고, 인천상륙작전기념관에서 출정식을 열었다. 6·25 전쟁에서 전세 역전의 계기가 된 인천상륙작전처럼 대역전극을 연출하겠다는 각오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행보였다.

이후 경기도 안산 청년창업사관학교, 수원 지동교와 남문시장, 성남 중앙시장을 거쳐 서울 잠실역과 석촌호수까지 릴레이 현장유세를 펼쳤다.

첫날 경기 서남부를 중심으로 현장을 누빈 유 후보는 이날 경기 북부를 타깃으로 삼았다. 김포 하성고교에서 1일 교사로 나선 뒤 파주 선유산업단지 시찰, 양주 상인들과의 차담회, 동두천 상가 방문, 의정부 시장 방문의 일정을 소화했다.

서민경제 현장과 북부 접경지역을 먼저 챙김으로써 ‘경제·안보 전문가’ 이미지를 부각하는 한편, 바쁜 일정에도 교육 현장을 찾아 정책 행보를 보인 셈이다.

유 후보와 마찬가지로 수도권에 집중한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의 숨은 메시지는 ‘노동 대통령’이다.

이틀간 노동자, 노동단체, 출근길 시민들을 잇따라 만나 유세 활동에 집중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심 후보는 선거운동이 시작되자마자 경기 고양시 서울메트로 지축차량기지를 방문해 검수·청소 노동자를 만났다. 이어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을 찾아 출근길 시민들과 만나고, 구로디지털단지를 찾아 IT업계 노동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 한국노총 간담회와 보건의료산업 노사공동포럼에도 참석했다.

선거운동 2일차에도 인천 지하철 1호선 계양역에서 출근길 시민과 대화를 나누고, 인천 계양우체국을 방문해 집배원 등 노동자들을 격려했다. ‘노동이 당당한 나라’를 슬로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동선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