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정상, 왜 나흘만에 또 ‘긴밀대화’…북핵 위기인식 공유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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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中 안나서면 北문제 美 독자해결”…세번째 경고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한 지 불과 나흘만에 다시 전화통화로 ‘긴밀 대화’를 나눴다.

미국 플로리다 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현지시간으로 6∼7일 회동했던 두 정상은 12일 오전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접촉했다.

정상회담 기간에 7시간이나 머리를 맞대고, 최대 현안인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논의했던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시차를 고려할 때 불과 나흘만에 같은 주제로 대화를 나눈 것이다. 이는 그 만큼 한반도의 작금 상황을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이자 그와 관련한 해결책 마련에 팔을 걷고 나섰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사실 두 정상의 이날 전화통화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핵심 의제로 다뤘는데도, 오히려 그 이후 상황이 악화되는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북한이 연중 최대 명절이자 기념일인 이달 15일 태양절(김일성 생일)을 맞아 6차 핵실험 강행 또는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을 할 가능성이 여전한 가운데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이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지속해서 밝힘에 따라 무력 충돌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상황 정리’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실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정치적 압박을 강화하되 군사옵션은 장기 검토하는 내용의 대북정책 접근법을 승인했다고 보도했으나, 미중 정상회담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그 측근이 여러차례 대북 독자행동 가능성을 밝힘으로써 외교적으로 모순된 메시지가 전달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로인해 우발적인 무력 충돌 가능성도 거론된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니미츠급 핵항공모함인 칼빈슨 전단에 한반도 이동을 명령해, 미중 정상회담 기간에 전격적으로 단행됐던 미군의 시리아 폭격과 같은 시나리오가 한반도에서 다시 펼쳐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작지 않다. 이 것이 바로 한반도 위기설의 핵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를 통해서도 모호한 메시지를 날렸다.

그는 “북한은 문젯거리를 찾고 있다. 만약 중국이 돕기로 한다면 정말 훌륭한 일이 될 것이며, 만약 돕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들의 도움 없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한다면, 미국과의 무역 거래가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했다.

여기에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시리아(미사일 폭격) 때 보여줬듯이 기꺼이 행동에 나설 때는 미국의 입장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보여주기 위해 단호하게, 그리고 (도발에 대해) 비례적으로 대응한다”고 거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에서 군사옵션은 후순위라고 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전날 트위터 내용에 군사적 행동 불사의지가 담김으로써 한반도 주변 정세 불안으로 이어진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시 주석이 무력충돌을 초래할 수도 있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한반도 위기 상황에 대한 공통의 인식을 확인하는 한편 미중 양국간 긴밀한 소통·협조를 통한 문제해결을 강조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마라라고 잔디밭 산책하는 美·中 정상

마라라고 잔디밭 산책하는 美·中 정상

시 주석의 이런 제스처는 북한을 겨냥한 것일 수도 있다.

시리아 폭격과 유사한 군사적 대응 능력을 갖춘 칼빈슨 항모전단의 한반도 재출동과 트럼프 대통령의 ‘거침없는’ 발언을 두려워하면서도 항전의지를 다지고 있는 북한에 ‘오판’할 기회를 주지 않으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것이다.

전화통화로 미중 정상의 의지가 다시 공개되도록 함으로써 북한이 추가적인 상황악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이라는 얘기다.

다른 각도로 보면 미중 정상이 회담을 마친지 불과 나흘 만에 다시 전화 접촉을 한 것은, 양측이 회담에서 북한 핵·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효율적인 합의를 하지 못했다는 반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은 북한의 나쁜 행동을 중국이 제대로 고치지 못한다면 중국의 기업과 금융기관까지도 제재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세컨더리 보이콧(제삼자제재)’를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중국은 그런 인식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섬으로써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정상회담을 끝내야 했다. 그런 가운데 북한 핵·미사일 문제로 한반도 위기설이 현실화하자 부랴부랴 해법 마련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이날 시진핑-트럼프 전화통화가 주는 두드러진 인상은, 북한 핵·미사일 문제와 관련한 시 주석의 전면 등판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매체들을 통해 공개된 전화통화 내용에서도, 차후 시 주석의 전면적인 역할을 추론해 볼 수 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정상이 긴밀하고 밀접한 접촉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짧게 말했다.

그런 반면 시 주석은 중국의 당면한 입장과 해법, 그리고 희망사항까지 밝혔다.

시 주석은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한반도 평화·안정 유지를 견지하는 한편 평화적인 방법으로의 문제 해결을 원한다. 미국과 한반도 문제에 대해 지속해서 소통하고 협조해 나가기를 원한다”고 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시진핑 주석이 직접 나서 북핵 문제에 대한 우려를 표시함에 따라 북한으로선 6차 핵실험과 관련해 엄청난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며 “그래도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중국은 대북 송유관 중단이라는 등 극단적인 조치도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번 전화 통화는 양국 정상이 북한의 핵실험만은 막아야겠다는 공통 목표가 깔렸다”면서 “그러나 중국은 북핵 문제에 대해 어디까지나 북한과 미국이 풀어야 할 문제라는 기본 인식에는 변함이 없어 북핵 문제는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