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칸소주, 법정 공방 끝에 12년 만에 첫 사형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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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사형집행을 둘러싼 치열한 법정 공방 끝에 미국 아칸소 주에서 12년 만에 처음으로 사형집행이 이뤄졌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아칸소 주 교정당국은 20일(현지시간) 자정 직전에 수감자 리델 리의 사형을 집행했다. 리는 1993년 이웃인 데브라 리스를 36차례나 둔기로 가격해 살해한 혐의로 사형 판결을 받았다.

아칸소 주가 수감자 사형집행에 나선 것은 2005년 이후 12년 만이다.

아칸소 주는 이달 17, 20, 24, 27일 각 2명씩 모두 8명의 사형을 집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가 여론의 거센 비난을 샀다. 단기간에 이렇게 많은 수감자에 대한 사형집행을 시도한 것은 1976년 연방대법원의 사형 제도 부활 결정 이후 처음이다.

주 정부가 ’11일간 8명 사형’이라는 유례없는 극약 처방을 내리고 사형집행을 서두른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사형집행용 주사약물인 ‘미다졸람’의 사용 기간이 이달 말로 종료되기 때문이다.

아칸소 주에서는 사형수 마취에 ‘미다졸람’, 호흡을 정지시키는 데 ‘베큐로니움 브로마이드’, 마지막 단계인 심정지에 ‘포태시움 클로라이드’를 각각 약물 주사제로 사용한다.

이에 사형집행이 예고된 수감자들의 변호인 측은 사형집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그 결과 앞서 17일 첫 번째 집행이 예고됐던 브루스 워드와 돈 데이비스, 20일 리와 함께 집행이 예정됐던 스테이시 존스 등 3명의 사형집행은 한시적으로 금지됐다. 하지만 리는 사형집행을 피해갈 수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보수 성향의 닐 고서치 대법관은 리와 다른 수감자의 사형집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는 편에 서서 5대 4 결정을 끌어냈다.

고서치 대법관

고서치 대법관[AFP=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는 아칸소 주의 사형집행을 둘러싼 논란에서 드러났듯 미국에서 사형집행이 현실적, 법적, 문화적 문제로 인해 갈수록 어려워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실적 문제로는 사형집행에 쓰이는 약물 주사제를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도덕적 비난 등을 우려해 제약회사들은 ‘미다졸람’, ‘베큐로니움 브로마이드’, ‘포태시움 클로라이드’ 등 사형집행에 쓰이는 약물 주사제의 공급을 거부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아칸소 주처럼 보수적인 주조차 사형수의 정신 감정, DNA 유전자검사, 사면 절차 등을 요청하는 사형수 측 변호인의 법적 요청을 갈수록 받아들이는 추세이다.

가장 중요하게는 사형제에 찬성하는 여론이 갈수록 줄어들어 1976년 연방대법원의 사형제 부활 결정 후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다는 점이 꼽힌다.

지난해 미국 법원이 사형 판결을 내린 것은 30건에 불과해 1996년 315건으로 절정을 이뤘던 때에 비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사형집행도 마찬가지로 줄어 지난해 20건에 지나지 않았다. 이는 사형집행이 가장 많았던 1999년의 98건에 비해 대폭 감소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