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문 키워드로 읽는 ‘장미대선’…5黨후보 화두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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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병철 기자 = 5·9 ‘장미대선’을 향한 본선 레이스가 5일 본격적인 막을 올린 가운데 주요 5당의 대선후보들을 중심으로 ‘키워드 전쟁’이 시작됐다.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민심을 휘어잡을 수 있는 ‘화두’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불붙고 있다. 이는 자신의 지지층을 묶어두고 경쟁 상대의 지지 기반을 흔드는 ‘프레임 짜기’의 성격을 지닌다.

특히 각 당의 대선후보가 경선 승리 후 대선후보 수락연설문에는 본선 전략이 잘 녹아있다는 평가다.

◇ 文 “공정·통합”… 安 “미래·승리”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지난 3일 수락연설문에서 주요하게 사용한 단어는 ‘정의’, ‘공정·불공정’, ‘통합’, ‘연대'(이상 7차례) 등이다.

지난 4일 대전에서 열린 국민의당 19대 대선 후보자 선출대회에서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마치고 인사를 하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연합뉴스 자료사진]

촛불·탄핵정국의 가장 큰 수혜자로 평가받는 문 후보는 ‘정의·공정·통합’이라는 지향점을 제시하면서 민심에 다가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실제 후보 수락연설문에서 촛불을 거론한 후보는 문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유일하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전날 후보수락 연설에서 ‘미래(10회)’, ‘꿈(9회)’, ‘승리(10회)’ 등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여기에는 이번 대선 구도를 문 후보와의 양자 대결 형태로 끌고 가겠다는 전략을 담은 것으로 평가된다.

안 후보는 ‘계파 패권주의’와 ‘물려받은 유산’ 등의 표현을 쓰면서 문 후보를 겨냥했고, ‘과거 산업화·민주화 세력 대 새로운 미래’를 대선 프레임으로 제시함으로써 문 후보뿐만 아니라 범보수 진영 후보와도 차별화를 꾀했다.

지난 3월 31일 서울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19대 대통령 선거 후보로 선출, 후보 수락연설을 하고 있는 홍준표 바른정당 대선후보[연합뉴스 자료사진]

안 후보의 경우 승리란 표현을 유독 많이 쓴 것도 특징이다. 정치적 연대가 아닌 자강론을 부각하는 동시에 ‘문재인 대항마’로 자리매김해 문 후보에 부정적인 중도·보수 표심을 끌어안기 위한 포석이라는 지적이다.

정의당 심 후보는 지난 2월 수락연설에서 이번 대선을 “어떤 정권교체냐를 놓고 승부를 벌이는 선거”라고 규정한 뒤 ‘촛불(8회)’, ‘노동(5회)’ 등을 강조함으로써 이른바 촛불민심에 가장 잘 부합할 수 있는 후보라는 점을 부각했다.

◇ 洪 “강력·우파” 대 劉 “보수·위기” = 범보수 진영의 두 후보 가운데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지난달 31일 수락연설문에 ‘우파'(7회), ‘강력'(2회)·’강단(1회)’·’스트롱맨(1회)’ 등의 표현을 주요하게 배치했다.

과거 보수의 아이콘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치러지는 이번 대선 구도를 좌·우파 대결로 규정하고, 우파 대통령으로서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주겠다는 구상을 드러낸 것이다.

지난 3월 28일 서울에서 열린 바른정당 19대 대선 후보자 선출 대회에서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하고 있는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면서도 ‘서민(5회)’·’꿈(7회)’ 등의 키워드를 통해 “서민경제를 살리고, 착한 사람들을 잘살게 한번 해보자”는 정책적 포부도 밝혔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지난달 28일 수락연설에서 우파가 아닌 ‘보수(17회)’와 ‘위기(14회)’란 말을 자주 사용했다. 이는 탄핵 사태로 와해된 보수를 위기에서 구해낼 적임자가 바로 자신이라는 점을 각인시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문재인 후보를 5차례 직접 거명하면서 경쟁자를 자유한국당이 아닌 더불어민주당으로 상정했다. 자유한국당이 바른정당을 ‘서자정당’이라고 하면서 대선구도를 바른정당을 제외한 4자 대결로 몰고 가는 것을 견제하는 차원으로 분석된다.

유 후보는 또한 ‘경제’와 ‘안보’를 각각 15차례, 8차례 언급함으로써 자신의 정책적 주특기와 연관지어 수권능력을 강조했다.

지난 2월 17일 서울에서 열린 정의당 대선후보 선출 보고대회에서 후보 수락연설을 마치고 참석자를 향해 손을 흔드는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연합뉴스 자료사진]

◇ 후보캠프에서 꼽은 키워드는 = 후보 수락연설문에서 드러난 각 후보의 이런 인식은 각 캠프에서 뽑은 키워드와도 맥을 같이한다.

문재인 후보 측에서는 ‘준비된 일자리 대통령’·’국민통합 대통령’을 키워드로 제시하고 있다. 국민의당 경선 과정에서 ‘대신할 수 없는 미래’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안철수 후보 측은 키워드로 ‘미래’를 강조하고 있다.

홍준표 후보 측이 내건 열쇳말은 ‘서민 대통령’이며, 유승민 후보 측이 제시한 키워드는 ‘능력 있는 대통령’이다. 이밖에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 측에서는 ‘노동이 있는 민주주의’를 각각 대선 레이스의 키워드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