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마을 뒤흔든 15초의 총성…주민이 총들고 범인 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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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인근 서덜랜드 스프링스의 서덜랜드 스프링스 제1침례교회[AP=연합뉴스]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김아람 기자 = 5일(현지시간) 오전 11시 30분께 텍사스주 샌 안토니오에서 남동쪽으로 48㎞ 떨어진 서덜랜드 스프링스의 한 침례교회.

작고 조용한 시골 마을에 자리 잡은 이 교회당에 난데없이 약 20발의 총성이 15초가량 울려 퍼졌다. 전투 복장 차림의 한 괴한이 갑자기 들이닥쳐 예배 중이던 신도들을 향해 난사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텍사스 공공안전국 지부의 프리먼 마틴 국장에 따르면 총격범 데빈 패트릭 켈리(26)는 이날 오전 11시 20분께 검은색 옷차림에 방탄조끼로 무장한 채 교회 근처 주유소에 도착했다.

켈리는 주유소에 들렀다가 건너편 교회로 갔고, 차량을 두고 교회를 향해 루거 AR 공격용 소총을 쏘기 시작했다. 곧이어 교회 안으로 진입해 총기를 난사했다.

CNN, ABC, NBC 등 외신에 따르면 한 목격자는 “총격범이 교회로 갑자기 걸어들어와 여러 차례 총탄을 재장전하면서 총을 쐈다”며 “교회에 들어왔을 때 완전한 전투 복장 차림이었다”고 말했다.

미국 텍사스 교회 총기난사 현장을 통제하는 경찰[AP=연합뉴스]

미국 텍사스 교회 총기난사 현장을 통제하는 경찰[AP=연합뉴스]

교회 길 건너 주유소에서 일하던 한 여직원은 “갑자기 20발 정도의 총성이 연달아 들렸다”며 “그 소리를 듣고 일부 사람들은 주유소 안으로 달려와 숨기 시작했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이 주유소는 총격 사건 후 문을 닫은 상태이다.

총격범 켈리는 자신의 차를 타고 이웃 과달루페 카운티 방향으로 달아나다가 얼마 가지 못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켈리의 총기 난사가 더 큰 참사로 번지지 않은 것은 이웃 주민의 용기 덕분이었다.

경찰은 한 지역 주민이 켈리를 저지했다고 밝혔다. 용의자는 교회에서 달아날 때 총을 들고 자신을 뒤쫓는 이 주민과 맞닥뜨리자 총기를 떨어뜨리고 차량으로 도망갔다고 한다.

총격 사건이 난지 몇 분이 지나 긴급 구조대가 출동했으며 오후 들어 미 연방 수사국(FBI) 등 경찰 관계자들도 현장에 도착했다.

인근 과달루페 카운티 쪽으로 달아나던 켈리는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나 주민이 쏜 총에 맞았는지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인근 서덜랜드 스프링스의 서덜랜드 스프링스 제1침례교회[EPA=연합뉴스]

켈리는 미 공군에서 복무하다 불명예 제대한 이력이 확인됐으며, 서덜랜드 스프링스에서 북쪽으로 56㎞ 떨어진 뉴브라운펄스에 거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브라운펄스 서쪽 외곽에 있는 켈리의 거주지로 알려진 집 주변은 경찰관과 경찰차들이 둘러싸고 있다. 경찰은 이날 이 집을 수색했는지는 확인해주지 않았으나 이곳에서 경찰 트럭 2대가 출발하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그래픽] 미 텍사스 교회서 총기난사

[그래픽] 미 텍사스 교회서 총기난사

이웃 주민들은 최근 켈리의 자택 쪽에서 강렬한 총소리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켈리 자택 건너편에 사는 라이언 앨버스라는 16세 소년은 “(소리가) 정말 컸다. 처음에는 폭발음인 줄 알았는데 누군가 자동 소총을 발사했다”고 AP에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이웃 주민도 켈리의 자택에서 난 소리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총소리를 들었으며, 이는 이 동네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소리가 아니었다고 증언했다.

현재 교회 주변에는 경찰 차량 등이 몰려든 가운데 폴리스라인이 설치된 채 통제된 상태이며, 부상자들은 인근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사망자 중 23명은 교회 안에서, 2명은 교회 밖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1명은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사망자 연령대는 5세부터 72세에 이른다.

교회 총기난사에 비통해하는 미국 텍사스 주민들[AP=연합뉴스]

교회 총기난사에 비통해하는 미국 텍사스 주민들[AP=연합뉴스]

이날 저녁 교회 앞에는 100명이 넘는 주민들이 총격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모였다. 두 손을 모으고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윌슨 카운티 커미셔너인 앨버트 가메스 주니어는 “정말 애통하다”며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곳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났다”고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비센테 곤살레스(민주·텍사스) 하원의원은 “대부분 주민이 농사를 짓거나 목장을 하는, 아주 평온하고 안전한 마을이었다”고 이 마을을 소개했다.

한 마을 주민은 사고가 난 교회에 대해 “낡은 건물이어서 보안 카메라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차장에도 따로 보안 시스템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희생자 가운데는 이 교회 목사인 프랭크 포머로이의 14살 된 딸 애너벨도 포함돼 있었다. 포머로이 목사는 방송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번 주에 일이 있어 예배를 주재하지 못하고 오클라호마에 갔다가 지금 다시 돌아가는 길”이라며 자신의 딸에 대해 “너무나 예쁘고 특별한 아이였다”고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희생자들에 대해 “모두 나와 가까운 벗들”이라고 말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도 성명에서 “지금 정확한 내용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이 마을과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밝혔다.

총기난사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미국 텍사스 주 서덜랜드 스프링스 제1 침례교회에 모인 시민들[AFP=연합뉴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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