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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총기 규제가 어려운 5가지 이유

미국 사회에서 총기 소지 권리와 총기 규제에 관한 논쟁의 기원은 미국 건국 초기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미국내 복잡한 역사적, 사회적 배경으로 간단하게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래서 수 만 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끔찍한 총기 참사가 매년 반복해서 일어납니다. 이 정도 참사가 연이어 발생하면 강력한 총기 규제법이 만들어져서 규제가 이뤄질 만도 한데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총기 규제가 안되는 복잡 다양한 이유들이 있지만 대표적인 5가지 이유를 제시해 봅니다.

 

연방 하원에서의 입법의 어려움

첫 번째는 연방 하원에서 법 제정이 이뤄져야 하는데 복합적인 이유로 이게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습니다. 이번 텍사스 사건과 같은 참사가 일어나면 총기 소지의 권리를 옹호하는 공화당 내에서도 실제로 많은 의원들이 총기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공화당 의원들이 총기 규제 법안에 찬성 의사를 표시하고, 더 나아가 규제법에 찬성표를 던지는 순간, 다음 선거에서 의원직을 상실할 각오를 해야 합니다. 실제로 1994년 총기 규제법에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의원들의 대부분이 다음 선거에서 낙선하여 의원직을 상실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규제법이 투표에 부쳐질 때면 공공연하게 신변상의 위협과 살인 위협까지 가해집니다. 신념상 총기 규제에 동의를 한다고 해도 언제 또 다시 뒤집어질 지 모르는 법안에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거는 정치인은 거의 없습니다. 연방 상원은 임기가 5년인 반면에, 연방 하원의 임기가 2년 단기라는 점도 의원들이 소신있게 의정활동을 할 수 없게 하는 요인이 됩니다.

이런 점 때문에 보통 대통령의 행정 명령으로 총기 규제가 다수 이뤄져 왔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행정 명령은 다음 대통령이 와서 간단하게 폐기할 수 있습니다. 일례로, 정신 질환자의 총기 소지를 금지한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 명령은 트럼프 취임 이후 바로 폐기 처분이 됐습니다.

 

연방대법원의 해석

두 번째 이유는 총기 소지의 권리를 명시한 제2차 개정헌법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법해석이 총기 소지에 대한 헌법상의 권리를 지지하기 때문입니다. 헌법은 최고 상위법이기 때문에 연방하원에서 아무리 총기 규제법을 제정해도, 헌법에서 총기 소지 권리를 지지하면 하원에서 제정된 법은 언제든지 무효화 될 수 있습니다. 헌법에서 총기 소지를 국민의 권리로 명시하고 있는 한, 어떠한 총기 규제법도 언제든지 휴지 조각이 될 여지가 있는 겁니다.

 

이익단체의 막강한 로비

세 번째 이유는 전미총기협회(National Riffle Association)와 같은 강력한 이익단체들이 막대한 자금을 뿌리며 총기 규제를 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선거 자금 후원은 공화당 정치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선거 자금원입니다. 실제로 2020년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는 전미총기협회로부터 16백만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정치 자금을 받았습니다. 돈이 선거의 당락을 결정하는 분위기에서 이들의 요구를 무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돈으로 권력의 자리에 올라간 정치인은 그들의 이익을 대변해 줘야 하고, 그렇게 이익 단체들은 점점 비대해지고 더 강력해져 갑니다.

 

무력감 확산

네 번째는 총기 사고에 대한 미국인들의 무력감입니다. 총기 규제가 너무 오랫동안 지지부진하자 미국민들 사이에서 총기 문제는 이제 어쩔 수 없는,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라는 무력감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총기 사고는 미국 사회의 현실이니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중들의 이런 무력감은 총기 사고의 해결을 점점 더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됩니다.

 

총기 문제를 정신 질환 탓으로

마지막으로, 최근 미 사회에서 총기 사고를 모두 총기 소지자의 정신적인 질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점점 더 힘을 얻고 있습니다. 총기 참사를 일으킨 사람은 모두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이고, 정신 질환을 치료하고 대응하는 미국의 공중 보건 체계에 문제가 있다라는 인식입니다. 정신적인 문제가 총기 범죄와 연관이 있긴 하겠지만, 총기 범죄의 주된 원인을 정신적인 문제로 보는 새로운 프레임이 총기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공화당 정치인들이 총기 이슈가 나올 때 마다 구호처럼 외치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이 문제지 총은 죄가 없다.’ 살인을 해도 정신 질환이 있다는 것을 입증하면 무죄가 되거나 형량이 대폭 감량되는 것이 현재 미 형사법의 주된 흐름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사람 죽이는 총이 인구 100명 당 120개가 있는 나라, 미국.

너무 거대하고 풀기 어려운 문제이지만 문제가 있으면 답도 있다는 믿음을 잃지 않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 걸음임을 모두가 망각하지 않길 소망합니다.

김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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