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 FBI국장 해임 거센 후폭풍…”트럼프 취임 후 최대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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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서울=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김남권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격적인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 해임 사건으로 미 정국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코미 전 국장 해임의 정당성을 역설하며 파장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은 이에 러시아의 ‘미국대선 개입 해킹’ 사건,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과 러시아 당국 간의 불법 내통 의혹에 대한 수사를 막으려는 시도라며 특별검사 지명을 통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코미 전 국장 해임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가 일을 잘하지 못했다. 매우 간단하다. 그는 일을 잘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민주당의 반발과 관련해 트위터를 통해 “민주당은 코미가 해임돼야 한다는 사실을 포함한 최악의 상황들을 언급했지만, 지금은 매우 슬픈 척 연기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내통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를 차단하고자 정략적으로 코미 전 국장을 해고한 것이라고 반발하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압박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제임스 코미 전 美FBI국장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제임스 코미 전 美FBI국장[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척 슈머(뉴욕)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전날 독립적인 특별검사 지명을 공개로 요구한 데 이어 이날에는 차기 대선의 ‘트럼프 대항마’로 거론되는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워런 의원은 이날 CNN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법 위에 군림하려 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모든 수사를 차단하기 위해 코미를 해임한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일갈했다.

야당인 민주당뿐만 아니라 집권 여당인 공화당 일각에서도 코미 전 국장 해임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화당 중진인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 군사위원장은 이날 ‘뮌헨안보회의 핵심그룹 소속 외교관들을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코미 해임은 “전례 없는 조치”라고 비판하면서 “스캔들은 계속 진행된다. 이전에도 봐 왔는데 앞으로 더 터져 나올 일이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원 감독위원회의 위원장인 제이슨 샤페츠(공화·유타) 의원도 성명을 통해 “법무부 감찰관에게 2016년 대선 전 FBI의 행위들을 검토해달라고 요구한 데 이어 오늘 코미 국장의 해임 결정도 검토해달라는 서한을 보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일부에서도 코미 전 국장의 해임에 반발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최대 위기에 빠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는 치명적인 정치 스캔들에서도 살아남았지만 이제는 그의 우군마저도 코미 국장을 해임한 대통령의 충격적인 결정을 임기 초반 최대 위기로 여긴다”고 전했다.

CNN의 선임 에디터인 크리스 실리자는 이번 코미의 해임이 “도널드 트럼프가 지금까지 한 행동 중 가장 예측불가능하면서 위험한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美민주당 소속 엘리자베스 워런

美민주당 소속 엘리자베스 워런[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코미 국장 경질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수사 특별검사 해임에 비견하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도박사이트의 ‘트럼프 탄핵’ 베팅 수치도 올라가고 있다.

아일랜드의 베팅사이트 ‘패디 파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첫 번째 임기에서 탄핵당하는 데 베팅한 배당률은 2/1에서 4/6로 바뀌었다. 탄핵 가능성이 60%까지 올랐다는 게 업체의 설명이다.

코미 전 국장이 ‘러시아 유착’ 수사를 확대할 조짐을 보이자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으로 경질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뒷받침하는 보도도 앞다퉈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 관련 수사에 분노한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의 해임을 결정한 후 법무부의 제프 세션스 장관과 로드 로젠스타인 부장관을 백악관에 불러 ‘해임 건의서’를 작성해 제출하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세션스 장관 등의 건의를 수용해 코미 국장을 해임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코미 전 국장이 트럼프의 ‘오바마 정부 도청 주장’을 계기로 크게 틀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미 전 국장은 지난 3월 하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오바마 정부의 도청 의혹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코미 국장의 해임을 얘기하기 시작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도청 주장에 코미 전 국장은 측근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의 범주에서 벗어났다” 또는 “미쳤다”고 얘기했다고 NYT는 설명했다.

CNN은 소식통을 인용해 코미 전 국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성심을 증명하는 데 실패해 해임됐다고도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은 정치적 경질 논란을 일축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날 백악관 정례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오래전) 코미 국장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대선에서 승리에 대통령에 당선된 날부터 코미 국장 해임을 고려해왔다”고 설명했다.

수장의 전격 해임에 FBI의 사기가 크게 떨어진 가운데 코미 전 국장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고별사에서 “격동의 시대에 미국인은 FBI를 능숙함과 정직, 독립성이 굳건한 조직으로 본다”며 “오직 올바른 일에 헌신하는 직원들을 떠나는 게 매우 힘들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워싱턴에 있는 FBI 본부를 찾아 동요하는 직원들을 다독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전격 해임된 제임스 코미 전 美FBI 국장

전격 해임된 제임스 코미 전 美FBI 국장[AFP=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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