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합병계획 발표 전 우호지분 확보”…삼성 “추측·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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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강애란 기자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계획 발표 전에 삼성 측이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우호지분 확보를 시도한 정황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특검 측의 추측일 뿐이라며 일련의 경영판단 과정이나 경영 행위였다고 주장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공판에서 이수형 전 미래전략실 기획팀장(부사장)의 진술서를 공개했다.

박 특검은 조사 당시 ‘삼성 저격수’로 유명한 김상조 한성대 교수의 진술 내용을 토대로 캐물었다.

진술 내용을 종합하면 김종중 당시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과 이수형 전 팀장은 삼성이 합병계획을 발표하기 전인 2015년 4월 두 차례 김 교수를 만났다고 한다.

김 교수는 삼성 측 의견에 3가지 이유를 들며 강하게 반대했다.

이는 ▲ 5천억원은 이 회장의 차명주식에서 발생한 돈이라 차명주식 논란이 있을 수 있고 ▲ 선대 회장에게서 이 회장에게 승계할 때 사용했던 공익재단을 다시 사용하는 건 부도덕한 처사이며 ▲ 주주 재산인 자사주를 경영권 승계에 이용하는 건 잘못된 행위라는 취지다.

특검 들어가는 김상조 교수

특검 들어가는 김상조 교수(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2017.2.12
hama@yna.co.kr

이 전 팀장은 특검이 “당시 5천억원으로 어느 회사 자사주를 사려고 한 것이냐”고 묻자 “아마도 삼성전자나 물산 자사주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특검은 이를 두고 “4월경부터 미래전략실 중심으로 공익재단 자금을 이용해 물산 자사주를 취득해 우호적인 의결권을 확보하는 등 합병을 주도한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특검은 삼성 측이 청와대에 부탁해 합병 반대 의사를 갖고 있던 국민연금 주식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 김성민 위원장을 교체하려 한 것 아니냐는 질문도 던졌다.

지난해 3월과 4월 작성된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수첩에 ‘삼성, 양○○(사람 이름) X, 국민연금 의결권위원회 교체 한대 김성민’이라고 적힌 부분이 근거가 됐다.

특검 주장에 이 부회장 변호인은 상당 부분이 추측에 근거한 것이며 일의 선후 관계나 시기상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우선 이 부회장 측은 ‘큰 그림’을 문제 삼았다. 변호인은 삼성 관계자들이 여러 관계자를 접촉한 게 합병 물밑 작업이라는 주장에 대해 “(특검 주장대로) 대통령한테 뇌물 제공에 합의했다면 가만히 있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 어떤 식으로 일이 풀릴 건지 들었을 텐데”라며 “그것만 봐도 특검의 논리가 설득력이 떨어지지 않나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또 자사주 매각 검토 배경과 관련해선 “특검은 자사주 매각이 미리 합병을 준비한 게 아니냐고 추궁하지만, 엘리엇(삼성 합병을 반대한 미국계 헤지펀드) 등장 이전에는 합병이 주주총회에서 통과되지 않는다고 보지 않아서 자사주 매각은 고려하지 않았다. 언론도 그 전에는 여기에 이론(異論)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불안해서 미리 자사주를 매각해서 합병되게 해야 한다’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다”며 “또 공정거래법상 의결권 제한으로 인해 특검이 주장하는 목적을 달성하기란 굉장히 제한적이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자사주 매각을 검토한 이유는 삼성생명 (사옥) 매각으로 5천억원을 갖고 있었는데 은행이 너무 저금리라 수익률이 떨어져 대체 투자처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며 경영상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김성민 위원장 교체 의혹도 특검의 논리와 시기가 안 맞는다고 지적했다.

변호인은 “특검은 마치 삼성이 이 인사를 교체했다고 보는데, 이해하기 어렵다. 수첩에 적힌 시기는 2016년 3월18일에서 4월11일로, 합병이 성사된 지 8개월이나 지나서다”라며 “무슨 억하심정을 갖고 삼성이 위원장 교체 요구를 했다는 건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안 전 수석 수첩 내용과 관련해서도 “특검은 ‘삼성, 양○○(사람 이름) X, 국민연금 의결권위원회 교체 한대 김성민’이라고 (옆으로) 일렬로 나열된 것처럼 얘기하는데 그게 아니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종으로 된 것”이라고 연관성이 없는 내용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