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100만명’ 미리 찍었다…대선 사전투표 ‘서고동저’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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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승욱 박수윤 기자 = 5·9 ‘장미대선’의 사전투표가 5일 오후 6시 마감됐다. 최종투표율은 26.06%였으며, 무려 1천107만2천310명이 본 투표일에 앞서 미리 ‘한 표’의 권리를 행사했다.

기존 사전투표율은 지난해 4·13 총선 때의 12.19%가 최고치였다. 대선과 총선의 국민적 관심도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종전 기록을 배 이상 경신한 수치다.

지금까지 전국 단위 사전투표는 2014년 6·4 지방선거와 2016년 4·13 총선 때 두 차례 시행했는데, 두 선거 모두 최종투표율은 사전투표율의 약 5배가 됐다.

6·4 지방선거의 사전투표율은 11.5%였으며, 4·13 총선의 사전투표율은 12.2%였는데 최종투표율은 각각 56.8%와 58.0%로 집계됐다.

현행 헌법으로 치른 대통령 선거에서 최고 투표율은 제13대(노태우 대통령 당선) 대선의 89.2%다. 14·15대는 각각 81.9%, 80.7%로 80%를 넘겼고, 16대(70.8%)·17대(63.0%)·18대(75.8%) 대선 때는 80% 벽을 넘지 못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사전투표율이 높으면 최종투표율 역시 높을 수밖에 없다”며 “지난 대선 때 투표율인 75.8%는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80%대 투표율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전투표율은 왜 높았나 = 사전투표율이 높은 것은 무엇보다 본 투표일이 징검다리 황금연휴 직후로 잡힌 것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본 투표일 전날인 8일 휴가를 내면 5∼9일 4박 5일간 연휴를 즐길 수 있고, 2·4·8일 휴가를 내면 무려 11일간 연휴가 이어지는 까닭에 사전투표제를 이용한 유권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이번 대선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따른 재보궐 선거라는 점도 투표 열기를 높인 요인으로 꼽힌다.

5년마다 정기적으로 치르는 대선이 아니라 최순실 국정농단에 반발한 국민이 앞장서 박 전 대통령을 탄핵한 후 치르는 대선이라는 점에서 ‘촛불민심’이 투표열기로 이어졌다는 해석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통화에서 “사전투표율이 높다는 것은 유권자들이 투표를 기다려왔다는 것을 뜻한다”며 “한 표를 행사할 때를 기다리던 촛불민심이 투표율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도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내가 참여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인식이 숙성된 것으로 보인다”며 “투표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서고동저’ 뚜렷…망설이는 보수층이 원인 = 이번 사전투표에서 주목할 현상은 ‘서고동저’ 현상이다.

서쪽의 전남·전북·광주의 사전투표율은 각각 34.04%, 31.64%, 33.67%로 전국 평균보다 5∼8% 포인트 가량 높았지만, 동쪽의 경남·경북·대구·부산의 사전투표율은 26.83%, 27.25%, 22.28%, 23.19%로 전국 평균과 비슷하거나 다소 낮았다.

전문가들은 호남은 기존 야권 후보 중 한 명을 찍기로 이미 결정한 유권자의 비율이 높아 망설임 없이 사전투표에 임한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보수층이 많은 영남은 여전히 지지후보를 정하지 못했거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실망감 또는 무력감을 느껴 투표 자체를 회피하려는 경향을 보인 것으로 해석했다.

유용화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사전투표에 나오는 사람은 확신을 하고 나오는데 호남의 유권자는 이미 기존 야권 후보 중 누군가를 찍겠다고 마음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영남 쪽은 보수 후보가 분열된 탓에 여전히 표심을 정하지 못했거나, 아예 투표 의향 자체가 다른 지역에 비해 다소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서울·경기·인천 투표율은 26.09%와 24.92%, 24.38%로 평균 수준을 기록했고, 충남·충북·대전 역시 24.18%, 25.45%, 27.52%로 평균치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강원은 25.35%, 제주 지역 사전투표율은 22.43%로 집계됐다.

◇사상 최고 사전투표율…어느 후보에게 유리할까 = 높은 사전투표율이 어느 후보에게 유리할지를 놓고는 전문가들도 엇갈린 전망을 하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외연 확정성’이 큰 후보가 유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 교수는 “사전투표율이 높다는 것은 결국 최종투표율이 높다는 의미”라며 “투표율이 높을 경우 외연 확장성이 높은 후보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꼭 집어서 말하면 3(안철수), 4(유승민), 5(심상정)번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통적으로 젊은층이 주로 사전투표를 하는 점을 고려할 때 젊은 층의 지지를 받는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사전투표는 주로 젊은 층이 한다는 것이 상식”이라며 “자연히 젊은 층 지지율이 높은 후보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문재인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반대로 보수 성향의 고연령층이 9일 본 투표일에 결집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상대적으로 젊은 층이 사전투표를 했다면, 고연령층은 9일에 더 할 가능성이 있다”며 “보수층 표심이 분열한 상태라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분들이 본 투표일에 몰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젊은 층의 사전투표율이 높은 것을 목격한 보수층이 오히려 9일 본 투표일에 결집할 수 있어 홍준표 후보에게도 불리하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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