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마리중 1마리 구제역 검사해 안전하면, 200마리 안전하다니”

0
124

(세종=연합뉴스) 정열 정빛나 기자 = 구제역이 발생한 충북 보은과 전북 정읍 농가의 백신 항체 형성률이 상당히 낮은 것으로 확인돼 정부의 백신접종 관리 체계에 커다란 구멍이 있었음이 드러났다.

특히 현장에서 백신 접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조차 확인이 안되는 상황에서 정확하지 않은 표본조사 결과만 맹신하다 허를 찔렸다.

여기에 농가들의 도덕적 해이까지 방역 구멍을 키운 것으로 확인돼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 ‘못믿을 97.5%’…항체형성률 통계 맹신하다 허 찔려

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날 구제역 확진 판정이 내려진 전북 정읍 한우 농가에서 사육하던 소 20마리 가운데 단 한 마리만 항체가 형성돼 있었다.

살처분 과정에서 한 임의 검사 결과이기는 하지만 항체 형성률이 5%에 불과했다. 앞서 5일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충북 보은의 젖소농장 역시 항체 형성률은 20%에 그쳤다.

이는 방역 당국이 파악하고 있던 항체 형성률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당국이 파악한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소 농가의 항체 형성률 평균은 97.5%였다. 작년 한 해 연간 항체 형성률도 95.6%라고 당국은 발표했다.

국제수역사무국(OIE)은 백신 접종을 하는 국가의 유병률(질병의 발병 건수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 기준을 80%로 잡고 있다. 80%가 넘으면 구제역을 백신으로 방어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당국의 발표대로 국내 소 항체 형성률이 97.5%로 사실상 100%에 가깝다면, 구제역 바이러스가 유입되더라도 방어가 가능하다는 추론이 나온다.

당국 역시 이런 배경에서 구제역 방어를 자신했지만, 결과적으로 이 통계 자체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 ‘소 1마리만 검사하면 끝?’…방역당국, 부랴부랴 손질나서

당국이 파악하고 있던 항체 형성률 평균치와 현장의 괴리가 큰 것은 허술한 검사와 집계 방식 때문이다.

축산농가 구제역 예방 강화

축산농가 구제역 예방 강화(춘천=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7일 충북과 전북에서 잇따라 구제역이 발생하자 강원 춘천시의 한 축산농가가 출입을 통제하고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2017.2.7 hak@yna.co.kr

농식품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방역 당국은 매년 백신 접종 실태 및 항체 형성률을 조사하기 위해 표본조사를 한다.

소의 경우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에 따라 전체 사육농가 수(9만6천농가) 대비 10%에 해당하는 9천500마리를 전국 시·도 단위별로 동일하게 나눠 표본을 선정하게 돼 있다. 농가 선정 방식은 지자체 재량에 맡긴다.

표본 대상 물량이 선정되면 각 지자체는 농가 1곳당 무작위 선정한 소 1마리의 항체 형성 여부를 검사한다. 이 1마리가 정상적으로 항체가 형성돼 있으면 해당 농가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간주돼 검사가 끝난다.

항체가 형성돼 있지 않으면 16마리를 추가로 검사를 한다.

문제는 전염병 검사를 하면서 농가 규모 등 여러 변수를 따지지 않고 오직 소 1마리를 기준으로 삼는 것 자체가 납득이 어려운 대목이다.

돼지의 경우, 처음부터 농가 1곳당 16마리씩 표본검사를 하고 있다.

이번에 구제역이 터진 충북 보은 농장 역시 사육마릿수가 195마리로 규모가 컸지만 단 한 번도 표본 농가로 선정된 적이 없었다. 전북 정읍은 2015년 소 1마리만 항체 검사를 받은 게 전부였다.

방역 당국도 이같은 조사 방식에 오류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부랴부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김경규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국내에서는 주로 돼지 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했기 때문에 돼지 농장에 검사 물량이 더 많이 배정됐던 것은 사실”이라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서 올해 표본 설계는 최소 농장 1곳당 5마리는 검사를 하도록 하는 등 개선을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나는 안걸리겠지”…농가 모럴해저드도 심각 수준

한번 걸리면 순식간에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가축전염병 특성상 가장 중요한 건 역시 농장 단위의 철저한 방역이다.

특히 2010년부터 국내에서 구제역 백신 접종이 의무화됐다. 축종별로 다르지만, 소의 경우 생후 2개월에 한 번 접종한 뒤 그 후로부터 한 차례 더 백신 접종을 해야 한다. 이후 6~7개월 주기로 반복해 접종하게 돼 있다.

50마리 이하 소규모 농장은 공중수의사가 예방 접종을 하고 있지만, 50마리 이상 전업농가들은 자체적으로 가축에 백신을 놔야 한다.

회신을 남겨주세요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