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혁명 직후부터 미국제재로 경제난

트럼프·코로나 탓 민생고 심해져 불만 임계점

‘새로운 눈’ 인터넷 보급되자  새 세상 열망’ 폭발

11일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열린 대규모 반정부 시위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11일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열린 대규모 반정부 시위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쿠바에서 연일 이어지는 반정부 시위에 등장한 ‘독재 타도’, ‘자유’ 등의 구호는 쿠바에서는 반(反)혁명 범죄에 속한다.

이런 구호는 서구 진영에서는 시위에서 늘 나오는 의례적 수사에 가깝지만, 사회주의 국가 쿠바에서는 반혁명분자로 지목돼 징역살이를 할 수 있는 범죄다.

공산당 일당독재 국가인 쿠바에서 이런 수준의 대규모 시위는 매우 드문 일이다.

쿠바 헌법에는 사회주의 국가 건설의 목표나 공산당의 결정에 반하는 그 어떤 행동이나 자유도 용인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다.

이는 당에 의해 시위나 의사 표현이 반(反)혁명적으로 판단되면 곧 국가에 반하는 범죄라는 뜻이다.

수도 아바나에서는 성난 시위대가 상점들을 약탈하거나 경찰 차량을 공격하는 일도 있었다.

이번 시위는 1994년 여름 이후 쿠바에서 벌어진 최대 규모 반정부 시위로 평가된다.

대규모 반정부 시위 후 순찰 강화하는 쿠바 경찰
대규모 반정부 시위 후 순찰 강화하는 쿠바 경찰

[AFP=연합뉴스]

1994년 8월 5일에 있었던 반 정부 시위는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경제난에 지친 시민 수천 명이 이례적인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였고, 경찰의 진압으로 시위가 해산된 뒤 쿠바인들의 미국 이민 행렬이 이어진 바 있다.

쿠바의 대규모 반정부시위는 미국의 오랜 경제봉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사탕수수 작황 악화 등에 따른 민생고로 촉발됐다.

1961년 4월 사회주의 혁명 직후부터 미국의 봉쇄로 경제난을 겪어온 쿠바는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에서 더 강화한 경제제재에 코로나19 대유행이 겹쳐 최근 수십 년 내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

쿠바의 가장 중요한 수입원 중 하나인 관광은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사실상 붕괴 수준으로 내몰렸고 주요 수출품인 설탕도 사탕수수 작황 악화로 생산량이 예상보다 크게 급감했다.

이런 이유로 쿠바의 외환보유고는 사실상 바닥이 났다.

오랜 기간 이어진 경제난에 더해 인터넷의 보급은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시민들의 입을 열어줬다.

2018년부터 모바일 인터넷 접속이 가능해진 쿠바인들은 시위를 조직해 사진과 영상을 찍어 스마트폰으로 공유하며 결속력을 다지고 있다.

인터넷 보급 이후 당국의 일방적인 프로파간다(선전)도 예전처럼 국민들에게 먹혀들지 않고 있다.

당국은 이처럼 정보화기기와 마인드로 무장한 사람들로 시위대의 세가 불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소셜미디어를 속속 차단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수백만 명의 쿠바인들은 자신들의 생전에 전혀 본 적이 없는 수준의 시위를 목도하고 있다”면서 “시민들이 공포를 극복하고 변화의 열망을 표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yonglae@yna.co.kr

쿠바 사회주의 혁명을 주도한 피델 카스트로의 초상 아래를 아바나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쿠바 사회주의 혁명을 주도한 피델 카스트로의 초상 아래를 아바나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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