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을때 잘해

2000년초 아버지가 미국에 여행 오셔서 꽤 심심한 시간을 보내셨는데요.

다행히 그때 인터넷이 많이 보급 되던 때라 온라인 바둑을 알려 드렸어요.

 

한국에 계실 때도 동네 노인정에 상대가 없을정도로 아버지 수준이 상당 하셨는데요.

그러나 80을 넘긴 아버지가 화면을 보며 마우스를 움직여서 바둑을 두는 것이 처음엔 쉽지 않았어요.

검지 손가락으로 꾹 누른다는 것이 힘을 너무 주어서 마우스가 흔들리며 옆에 칸에 두는 경우가 많았었는데요.

그때마다 다 이겼던 우승을 뺴앗기는 경우가 많았어요.

놀랍게도 한국에 온라인으로 바둑을 두는 상대들의 실력도 굉장했는데요.

 

하루는 아버지가 대국을 시작했는데요.

상대는 옆에 댓글 창에 엄청난 조롱과 욕을 쏟아내며 바둑을 두고 있었어요.

“야 !   임마!,..   하면서 말 시작할때마다 "   야 ! ,  짜식 .   임마 ! " 그리고 좀더 심한 단어로 시작을 했어요.

다행히도 아버지는 마우스와 바둑판에 집중하느라 그 글을 읽지 못하고 지나는 것 같았구요.

 

그래서 아이디를 “인섭할아버지” 로 바꾸어 드렸구요 이후 무례함을 방지할수 있었어요.

그때 시간내어 함께 하지 못하고 혼자 바둑으로 하루를 보내게 한 것이 많이 미안해요.

그때도 “있을 때 잘해” 라는 어른들의 충고가 많이 있었지만 이제 사 방송을 들으시는 분들께 전합니다.

“있을 때 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