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텍사스서 6번째 소포 폭발…’제2의 유나바머’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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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이귀원 옥철 특파원 =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또 폭발사건이 일어나 ‘택배 공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일부터 20일(이하 현지시간)까지 19일간 모두 6건의 소포 폭탄 사건이 일어났다. 이에 따라 20여 년 전 연쇄 소포 폭탄 테러로 2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유나바머 사건과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앞선 3건은 주택 현관문 앞에 배달된 소포를 열었을 때 폭탄이 터지는 공통점이 있었지만 이후 3건은 철사를 덫으로 놓는 트립와이어 방식이 1건 있었고 다른 두 건은 페덱스 배송센터와 상점에서 터졌다.

피해자도 처음 3건은 흑인과 히스패닉계 주민이었지만 나머지 3건은 백인과 페덱스·상점 직원으로 공통점이 없다.

6번째 폭발사건은 이날 저녁 7시께 오스틴 시내 기부 물품 가게인 굿윌센터에서 일어났다고 AP통신과 NBC 방송이 전했다.

폭발로 30대 남성 한 명이 다쳐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텍사스 굿윌센터 관계자는 “직원이 상자를 정리하고 있는데 섬광 같은 것이 보였다”고 말했다.

경찰은 “6번째 폭발물은 엄밀히 말해 폭탄이 아니라 소이탄 장치 같은 것으로 앞선 소포 폭탄과는 다르다. 연계성이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1시께 샌안토니오 북서부 셔츠에 있는 페덱스 배송센터에서 수하물이 폭발해 직원 한 명이 경미한 부상을 당했다.

미 연방수사국(FBI)과 담배·주류·총기류 단속국(ATF) 등은 이 사건이 오스틴에서 잇따라 발생한 연쇄 폭발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수사 당국 관계자는 뉴욕타임스(NYT)에 수하물의 배송 주소가 오스틴으로 돼 있다면서 오스틴 폭발사건과 연계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FBI 관계자는 CBS 방송에 “오스틴 폭발과 관련된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 CBS는 소포의 발송지와 배송지가 모두 오스틴이라고 전했다. 오스틴과 샌안토니오는 차로 1시간 거리다.

이날 폭발은 수하물을 자동으로 옮기는 컨베이어 벨트에서 일어났다. 옆에 서 있던 직원이 폭발 이후 청각 기관에 이상을 느꼈다고 호소했다. 수하물에 어떤 충격이 가해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또 오스틴의 페덱스 배송센터에서는 터지지 않은 폭발물 한 개를 경찰이 수거해 감식 중이다.

한 폭탄 전문가는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에 “폭발물 성분과 기폭 장치를 분석하면 중요한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폭발사건에 앞서 오스틴에서는 지난 2일부터 18일까지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이는 4건의 폭발사건이 발생, 2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했으며 범행수법도 갈수록 진화되고 있다.

18일 오스틴 남서부 주택가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20대 남성 2명이 주변에서 폭발물이 터지면서 크게 다쳤으며, 범행 용의자는 철사를 덫으로 놓는 ‘트립와이어'(tripwire)로 폭탄을 터트린 것으로 드러났다. 트립와이어는 보행자나 차량이 철사를 건드리면 기폭 장치가 작동되는 수동식 폭파 기법이다.

나머지 세 차례 폭발사건은 주택 현관문 앞에 놓인 소포에서 폭발물이 터졌다.

CNN은 19일간 모두 5건의 폭발사건이 일어났으며, 사건이 점점 더 복잡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관측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굿윌센터에서 벌어진 소포 폭탄 사건에 대해 수사하고 있는 경찰 [EPA=연합뉴스]

앞선 3건의 소포 폭탄은 페덱스·UPS 같은 대형 택배 회사를 통해 배달된 것이 아니라 누군가 직접 가져다 놓은 것으로 파악됐다.

페덱스를 통한 소포 폭탄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열어보지도 않은 소포 폭탄이 터졌다.

경찰관에게 폭발 상황 설명하는 페덱스 직원

경찰관에게 폭발 상황 설명하는 페덱스 직원[AP=연합뉴스]

먼저 일어난 3건의 폭발 사건 피해자들은 흑인 3명과 히스패닉계 1명이며 숨진 사람은 모두 흑인이었다. 그러나 18일 발생한 트립와이어 폭탄 사건의 피해자는 22세와 23세 백인이었다. 이번에는 다친 사람이 페덱스 직원으로 범인이 피해자를 노렸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경찰은 분석했다.

오스틴 경찰국은 “어떤 소포나 백팩, 물건 등이 수상하다고 여겨지면 절대로 건드리거나 열어보지 말고 신고해달라”고 주민들에게 권고했다.

미국 폭스뉴스는 이번 사건은 미국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으며 ‘유나바머’ 사건과 비교되고 있다고 전했다.

폭스뉴스는 이번 텍사스 사건에서 사용된 폭탄은 유나바머가 만든 장치와 유사한 소포에 들어있었다고 지적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도 우편물에 폭탄을 넣어 보내는 것은 유나바머가 선택한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무려 17년간 폭탄을 소포로 보내 미국 전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유나바머 사건은 하버드대학 출신 수학 천재 시어도어 카진스키가 반(反) 문명을 내세워 자행한 소포 폭탄 테러다.

범행 초기의 주요 테러 대상이 대학(University)과 항공사(Airline)였다는 점 때문에 카진스키는 ‘유나바머(Unabomber)’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카진스키는 3명을 살해하고 23명을 부상시킨 혐의로 기소돼 1998년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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