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체제를 당분간 유지하기로 한 것을 놓고 정치적 논란과 별개로 법적인 쟁점이 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법조계 일각에서 나온다.

문 대통령의 결정으로 길게는 김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기인 내년 1월 19일까지 소장 자리는 공석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 두고 청와대는 헌재소장 임기 논란을 국회가 해소하기까지 취할 수 있는 적절한 해법이라고 강조했지만, 대통령이 소장 공석 사태를 방치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적절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대통령 결정과 관련해 “헌재소장 임기를 놓고 논란이 있는 와중에 또 소장을 지명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행 헌법재판소법은 재판관의 임기만 6년으로 규정돼 있고 소장 임기에 관한 규정은 따로 없다. 따라서 헌법재판관 중에서 임명되는 소장의 임기를 재판관 임기로 볼 것인지, 새로 6년 임기가 시작된다고 볼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이 때문에 새 헌재소장 후보자 인준 시점을 전후해 여러 차례 논란이 불거진 만큼 국회가 미비점을 보완하기까지는 권한대행 체제 유지가 최선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검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대변인도 논평에서 “청와대 조치가 충분히 이해될 수 있다”며 “소장 임기 관련 법률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므로 규정이 완비된 후 헌재소장을 임명하는 것이 타당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여러 사정상 당분간 지명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점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다.

헌법연구관 출신 한 변호사는 “헌법에 따라 국회의 인준을 받아 헌재소장을 임명할 의무가 있는 대통령이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단순히 소장 임명을 미루는 것과는 법적 평가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이어 “청와대는 헌법이 대통령에 부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고, 나아가 헌법재판관 공백을 30일 이내 해소하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까지 위반하는 행위일 수 있다. 이는 헌재소장에도 적용된다”라고 지적했다.

청와대와 여권은 권한대행 체제를 지지하는 헌재 재판관 전원의 의견을 고려한 만큼 법적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지난달 18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간담회에서 전원이 김이수 재판관의 권한대행직 계속 이행에 동의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 부분도 헌법재판관들이 장시간 이어질 수 있는 소장 공석 사태까지 문제없다고 본 게 아니라는 견해가 있다.

헌재 사정에 밝은 한 법조인은 “재판관들은 소장 공백 상태에서 김 재판관이 대행을 맡는 것에 동의한 것이지 권한대행 체제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은 아닐 것”이라며 “헌재 내부에선 빨리 소장이 임명돼 헌재가 정상화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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