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강애란 기자 =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를 실행·관리한 혐의로 구속기소 돼 1심에서 유죄를 받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측이 항소심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기소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이에 맞서 특검팀은 김 전 실장의 주장이 옳지 않다고 정면으로 반박하고 각종 증거를 재판부에 제시했다.

서울고법 형사3부(조영철 부장판사) 심리로 24일 열린 김 전 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항소심 두 번째 공판에서 김 전 실장 측은 특검이 블랙리스트로 인해 피해를 봤다는 여러 사업을 제시했지만, 구체적 내용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씨 측은 우선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해 “직권남용죄가 성립하려면 직권남용 행위가 있고 그 대상이 되는 사람이 의무 없는 일을 해야 하는데 누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의무 없는 일을 했는지 공소사실과 1심 판결문 어디에도 특정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특검은 지원이 배제됐다는 325개 사업을 ‘같은 방법으로’라며 뭉뚱그려 나열해 기소했다. 사람 한 명 죽여놓고 325명 죽였다고 하는 것과 같다”며 “공소사실이 제대로 특정되지 않아 공소가 기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서도 “국정조사 특위가 활동 기간 종료 후 2일이 지나서 고발한 것이라 소추 요건을 위배했다”고 주장했다.

또 “윗선에서는 종북좌파에 대한 보조금 지원은 부적절하다는 추상적 지시를 한 것인데 결과적으로 밑에서 하는 과정에서 직권남용이 생긴 것”이라며 “‘피고인의 의사가 (실제로) 그런 것인가’를 반영해 무죄 또는 공소기각 판결을 해달라”고 말했다.

김 전 실장 측은 다른 피고인들의 항소이유 진술이 끝난 후 법원의 심리 범위에 관한 의견을 개진했다.

원칙적으로 특검법이 정한 7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내지 않아 항소가 기각될 뻔했지만, 재판부가 직권조사 사유 범위 내에서 심리하겠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사실오인’ 등의 주장이 2심의 심리 대상이 되는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특검 측은 “항소심에서는 직권조사 사유만 심리 대상이며, 사실오인 등은 직권조사 사유가 되지 않는다”며 “사실상 항소이유를 진술하고 있는 김 전 실장 측에 대해 적절한 소송지휘권 행사를 통해서 제지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특검 측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제2부속실이 관리하던 공유 폴더에서 발견된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등 국정농단 관련 문건들을 증거로 신청했다.

이에 조 전 장관 측은 “해당 문서가 수천 건에 달하지만, 특검은 56건만 선별해 제출했고, 그 또한 대부분 가려진 상태로 복사된 것”이라며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 문서 전체를 다 제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해당 문건과 관련해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등 특검 측이 신청한 9명의 증인을 모두 채택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 사건과 김종덕 전 장관, 정관주 전 차관, 신동철 전 청와대 비서관 사건을 병합해 진행하기로 했다.

다음 재판은 이달 31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bobae@yna.co.kr,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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