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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04편. 남서부 사막에 세운 푸에블로 공동체

    kun kwon Park2026년 10월 10일1시간 전
    제04편. 남서부 사막에 세운 푸에블로 공동체

    사진: 제04편. 남서부 사막에 세운 푸에블로 공동체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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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미국 남서부로 떠납니다. 뉴멕시코의 차코 캐니언과 콜로라도의 메사버드입니다. 비가 적고 낮과 밤의 기온 차가 큰 땅입니다. 멀리 펼쳐진 바위와 메마른 풍경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런 곳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농사를 짓고, 어떻게 큰 마을을 이루며 살았을까요? 조상 푸에블로인…

    오늘은 미국 남서부로 떠납니다. 뉴멕시코의 차코 캐니언과 콜로라도의 메사버드입니다.

    비가 적고 낮과 밤의 기온 차가 큰 땅입니다. 멀리 펼쳐진 바위와 메마른 풍경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런 곳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농사를 짓고, 어떻게 큰 마을을 이루며 살았을까요?

    조상 푸에블로인들은 그 답을 오랜 관찰과 경험에서 찾았습니다. 물이 어디로 흐르는지, 비가 언제 내리는지, 어느 땅에서 작물이 잘 자라는지 살폈습니다. 빗물과 흘러내리는 물을 모아 옥수수와 콩, 호박을 길렀고, 돌과 흙으로 집을 지었습니다.

    환경을 무조건 이겨내려 했다기보다, 환경을 세밀하게 읽으며 살아갈 방법을 찾은 것입니다.

    먼저 ‘푸에블로’라는 이름부터 알아보겠습니다. 푸에블로는 스페인어로 마을 또는 마을 사람을 뜻합니다. 오늘날에는 미국 남서부의 여러 푸에블로 민족과 그 공동체를 가리키기도 합니다. 하나의 부족 이름으로만 생각하면 그 안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역사와 문화를 놓치게 됩니다.

    과거 이 지역에 살았던 사람들은 ‘조상 푸에블로인’이라고 부릅니다. 예전 책이나 다큐멘터리에서는 ‘아나사지’라는 표현을 접할 수 있지만, 일부 후손 공동체는 그 이름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역사를 이야기할 때는 그 역사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조상을 어떻게 부르는지도 살펴야 합니다.

    차코 캐니언은 서기 850년부터 1250년 무렵까지 중요한 지역 중심지였습니다. 대표적인 건물이 푸에블로 보니토입니다.

    사진을 보면 먼저 규모에 놀라게 됩니다. 돌로 쌓은 벽이 여러 층으로 올라가 있고, 수백 개의 방이 이어집니다. 오늘날의 커다란 아파트 단지를 떠올리게 할 정도입니다. 건물 사이에는 키바라고 부르는 원형 공간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수백 개의 방에 사람들이 늘 가득 살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대형 건축물을 ‘그레이트 하우스’라고 하는데, 단순한 주거 공간 이상의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의례와 교역, 중요한 모임을 위해 사람들이 찾아오는 장소였을 수도 있습니다. 건물의 기능은 장소와 시기에 따라 달랐을 것입니다.

    차코의 큰 건물들은 주변의 여러 지역과 도로망으로 연결돼 있었습니다. 멀리 떨어진 공동체들이 물품을 나누고, 사람을 만나고, 의례에 참여하는 넓은 연결망이 있었던 것입니다.

    발견된 물품도 그 연결을 보여줍니다. 도자기와 목재뿐 아니라 멕시코 지역과의 교류를 보여주는 마코앵무새와 카카오의 흔적도 나왔습니다. 건축에 사용한 나무도 먼 산지에서 가져왔습니다.

    사막 한가운데 고립된 마을을 상상했다면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차코는 넓은 세계와 이어진 중심지였습니다. 돌벽만 남은 유적에서도 사람과 물품, 지식이 오가던 길을 읽을 수 있습니다.

    차코의 도로에는 흥미로운 특징이 있습니다. 일부 도로는 험한 지형을 곧게 가로지르고, 계단이나 경사로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오늘날의 도로처럼 물건을 편리하게 나르기 위한 길이었을까요? 그런 역할도 있었겠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특징을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의례를 위한 이동이나 공동체 사이의 상징적인 연결도 중요했을 수 있습니다. 길의 기능을 하나로만 정해 놓기보다 여러 가능성을 함께 살피는 편이 정확합니다.

    건물의 방향에도 관심이 모입니다. 여러 건물과 주변 경관의 배치에서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태양의 위치, 달이 긴 주기로 움직이는 모습과의 관계가 관찰됩니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 계절을 아는 일은 생계와 직결됐습니다. 언제 씨를 뿌리고 언제 수확할지 판단하려면 시간의 흐름을 읽어야 했습니다. 다만 모든 벽과 창문을 천문 관측용이라고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건축과 의례, 농사의 시간이 서로 연결돼 있었다고 이해하면 좋겠습니다.

    이제 콜로라도의 메사버드로 가보겠습니다. 이곳은 절벽 아래에 들어선 석조 주거지로 유명합니다. 거대한 바위가 지붕처럼 덮인 공간에 돌집들이 모여 있습니다.

    사진으로만 보면 처음부터 절벽 속에서 살았을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은 수백 년 동안 메사 위에서 생활했습니다. 메사는 윗부분이 평평하고 가장자리가 가파른 지형을 말합니다. 그러다가 1190년대 후반부터 절벽 아래 공간에 석조 주거지를 많이 짓기 시작했습니다.

    왜 올라가기도 내려오기도 쉽지 않은 곳을 선택했을까요?

    물과 농경지에 접근하기 위한 선택이었을 수도 있고, 방어가 중요했을 수도 있습니다. 공동체 생활과 의례도 영향을 주었을 것입니다. 여러 설명이 논의되지만 하나의 이유로 확정되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기억할 것은 절벽집이 이 사람들의 유일한 생활 방식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시기와 필요에 따라 지상 마을과 메사 위 주거지, 절벽 아래 공간을 이용했습니다. 우리가 유적으로 보는 모습은 긴 역사 가운데 한 시기의 생활입니다.

    여기서 꼭 바로잡아야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1200년대 말, 이곳 사람들이 갑자기 ‘사라졌다’는 설명입니다.

    집이 비어 있고 돌벽만 남아 있으니, 사람들이 흔적 없이 사라진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사라진 것과 사람들이 살던 장소를 떠난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가뭄과 자원에 대한 압박, 사회 변화가 겹치면서 사람들은 남쪽과 남동쪽의 여러 지역으로 이동했습니다. 오늘날의 호피와 주니, 아코마와 라구나, 그리고 리오그란데 지역의 여러 푸에블로 공동체는 조상 푸에블로인들과 문화적·역사적 연속성을 지닙니다.

    빈집을 중심으로 보면 이야기가 끝난 것처럼 보입니다. 사람을 따라가면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새로운 곳에서 공동체를 이루고, 지식과 전통을 이어가며 살아온 것입니다.

    그래서 차코와 메사버드는 단순히 관광객이 찾아가는 옛 유적만은 아닙니다. 후손 공동체에게는 지금도 성스럽고 깊은 의미가 있는 장소입니다. 고고학자가 붙인 이름과 연대를 배우는 일과 함께, 그곳을 조상의 땅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들어야 합니다.

    남서부의 환경에 대해서도 오해가 있습니다. 사막이라고 하면 끝없이 펼쳐진 모래만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 지역은 고도와 지형에 따라 숲과 초원, 강 계곡이 함께 나타납니다. 기후도 오랜 세월 동안 변했습니다.

    사람들은 서로 다른 환경을 연결하며 살았습니다. 농사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한 것이 아니라 채집과 사냥을 함께 했고, 다른 공동체와 교류했습니다. 한곳의 수확이 좋지 않을 때 다른 곳과의 관계가 도움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여러 자원과 관계를 활용하면서 생활의 위험을 나눈 것입니다.

    이동 역시 단순히 실패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물과 식량의 조건이 달라지고 공동체 사이의 관계가 변하면, 새로운 곳으로 옮기는 것이 삶을 이어가는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유적에서 보는 것은 돌벽과 방, 길입니다. 하지만 그 뒤에는 물을 관리하는 지식, 식량을 마련하는 계획, 함께 일하는 방식, 중요한 일을 결정하는 공동체가 있었습니다.

    돌 한 장을 쌓는 일에도 많은 사람의 노동이 필요합니다. 먼 산에서 나무를 가져오고 큰 건물을 세우려면 서로 협력해야 합니다. 물길을 관리하고 농사의 시기를 정하는 일에도 경험과 판단이 필요합니다.

    남서부의 역사는 척박한 땅에서 겨우 버틴 사람들의 이야기로만 설명할 수 없습니다. 오랫동안 쌓아온 지식으로 사회를 만들고, 넓은 지역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온 사람들의 역사입니다.

    마지막으로 기억할 점이 있습니다. 푸에블로는 하나의 이름으로 부를 수 있지만, 그 안의 공동체들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닙니다. 오늘날 각 공동체는 서로 다른 언어와 역사, 정부를 지닙니다. 공통된 전통을 살피면서도 각 공동체의 고유성과 현재의 주권을 함께 존중해야 합니다.

    차코의 큰 건물과 메사버드의 절벽집을 떠올려 보십시오. 오래된 돌벽만 보면 과거의 흔적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그 벽을 세웠던 사람들의 후손은 지금도 자신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들은 사라진 사람들이 아닙니다.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새로운 삶을 만들며, 오늘까지 이어져 온 사람들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동북부의 긴 집으로 떠납니다. 서로 다투던 여러 나라를 하나의 연맹으로 묶은 하우데노쇼니 연맹과 위대한 평화의 법. 합의로 평화를 설계한 이야기를 만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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