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워싱턴의 5번째 이야기 마지막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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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열전, 조지 워싱턴의 마지막 시간입니다. 금요일의 주제는 ‘평가와 우리’입니다. 역사는 워싱턴에게 어떤 점수를 매겼을까요. 그리고 미국에 살아가는 우리 한인들에게 그는 어떤 의미를 지닌 사람일까요. 이번 주 우리는 워싱턴의 여러 얼굴을 만났습니다. 젊은 측량기사에서 독립전쟁…
미국 대통령 열전, 조지 워싱턴의 마지막 시간입니다.
금요일의 주제는 ‘평가와 우리’입니다. 역사는 워싱턴에게 어떤 점수를 매겼을까요. 그리고 미국에 살아가는 우리 한인들에게 그는 어떤 의미를 지닌 사람일까요.
이번 주 우리는 워싱턴의 여러 얼굴을 만났습니다. 젊은 측량기사에서 독립전쟁의 총사령관으로, 미국의 초대 대통령에서 노예를 소유한 농장주로, 그리고 죽음을 앞둔 노인으로 이어지는 삶을 살펴봤습니다.
이제 그 삶을 정리할 시간입니다.
1. 역사학자가 매긴 점수
지난주 금요일에 소개했던 C-SPAN의 역사학자 조사, 기억하시죠. 대통령의 지도력을 열 가지 항목으로 나누어 평가하는 조사입니다.
2021년 조사에서 워싱턴은 종합 2위였습니다. 1위는 에이브러햄 링컨이었죠. 이 조사가 시작된 이후, 두 사람은 줄곧 1위와 2위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워싱턴은 특히 도덕적 권위와 행정 능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새로운 나라의 첫 대통령으로서 정부를 세우고, 대통령이라는 자리의 기준을 만들었다는 점을 인정받는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은 아닙니다. 모두를 위한 평등과 정의를 얼마나 추구했는지를 묻는 항목에서는 평가가 낮아집니다. 어제 살펴본 노예제 문제가 그 이유를 보여줍니다. 그가 세상을 떠날 무렵, 마운트버넌에는 317명의 노예가 살고 있었습니다.
자유를 위해 싸운 사람이 다른 사람의 자유를 빼앗는 제도 안에서 살았다는 모순. 워싱턴을 평가할 때 이 문제를 빼놓을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그의 종합 순위는 좀처럼 흔들리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워싱턴은 무엇을 했는지만큼,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로도 평가받기 때문입니다.
그는 왕이 되려 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직을 세 번째로 맡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지휘하던 군대를 이용해 권력을 붙잡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권력을 얻는 능력만큼, 권력을 내려놓는 절제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입니다. 시대가 바뀌어도 그 선택의 무게는 쉽게 줄어들지 않습니다.
2. 그가 남긴 두 가지 경고
워싱턴 하면 링컨이나 케네디처럼 유명한 연설 문장이 먼저 떠오르지는 않습니다. 그에게는 말보다 행동으로 남긴 장면이 많습니다.
하지만 고별 연설에 담긴 두 가지 경고는 오늘날에도 거듭 인용됩니다.
첫째는 지나친 정파 싸움에 대한 경고입니다.
정당과 파벌이 나라 전체의 이익보다 자기편의 이익을 앞세우면, 국민의 뜻이 소수 집단의 이해관계에 휘둘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미국의 정치 뉴스를 듣다 보면, 오래된 경고가 지금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둘째는 외국과의 관계에 대한 경고입니다.
특정 나라를 영원한 친구로 여기거나, 다른 나라를 영원한 적으로 여기지 말라는 뜻입니다. 지나친 애정도, 지나친 적대감도 나라의 판단을 흐릴 수 있다고 본 것이죠.
이 때문에 미국이 국제 문제에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지를 놓고 논쟁할 때면, 서로 다른 입장에 선 사람들이 모두 워싱턴의 고별 연설을 꺼내 듭니다.
미국 상원에는 이 글을 읽는 전통도 있습니다. 1896년부터 해마다 워싱턴의 생일 무렵이면 의원 한 명이 고별 연설 전체를 낭독합니다. 낭독을 마친 의원은 오랫동안 이어져 온 장부에 자신의 소감을 남깁니다.
한 사람이 물러나며 남긴 당부를, 다음 세대의 정치인들이 계속 읽고 있는 것입니다.
3. 조선이 만난 ‘화성돈’
이제 우리 이야기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한국인들은 언제부터 워싱턴을 알게 되었을까요.
19세기 말, 조선의 지식인들은 중국어로 쓰인 책을 통해 미국의 건국과 워싱턴의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그 책에서 워싱턴은 ‘화성돈’, 한자로는 ‘華盛頓’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합니다. 워싱턴이라는 이름을 소리 나는 대로 한자로 옮긴 것입니다.
1895년에 나온 유길준의 『서유견문』에도 미국의 건국 이야기가 소개됩니다. 1908년에는 『화성돈전』이라는 전기가 우리말로 출간됩니다. 나라의 주권을 잃기 불과 2년 전이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이 워싱턴의 삶에서 주목했을 만한 것은 두 가지입니다.
강대국 영국에 맞서 독립을 이끌었다는 것. 그리고 독립을 이룬 뒤에도 왕이 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나라의 앞날이 위태롭던 시절, 스스로 나라를 세우고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준 지도자의 이야기는 특별하게 다가왔을 것입니다.
훗날 대한민국의 초대 대통령이 되는 이승만은 미국의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공부했습니다. 미국을 무대로 활동한 한국의 독립운동가들에게도, 미국의 독립과 공화국 건설은 관심의 대상이었습니다.
우리에게 워싱턴은 단순히 미국의 첫 번째 대통령으로만 알려진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나라의 독립과 새로운 정치 질서를 생각하게 하는 인물로도 다가왔던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그가 건국에 참여한 나라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애틀랜타에서 아이를 키우고, 가게를 운영하고, 세금을 내고, 시민권을 가진 사람은 선거에 참여합니다.
책 속에서 만났던 미국의 역사가 이제는 우리 일상의 배경이 된 셈입니다.
4. 물러나는 사람의 뒷모습
워싱턴의 삶에서 마지막으로 한 장면을 꼽는다면, 대통령직을 넘겨주던 날을 떠올리고 싶습니다.
1797년 3월 4일, 필라델피아. 존 애덤스가 미국의 두 번째 대통령으로 취임합니다.
이날의 주인공은 새 대통령 애덤스였습니다. 오랫동안 사람들의 시선이 향했던 워싱턴은 이제 물러나는 사람이었습니다.
애덤스는 아내에게 보낸 편지에서 워싱턴의 표정을 이렇게 받아들였다고 적었습니다.
나는 이제 나가고, 당신은 들어온다. 우리 가운데 누가 더 행복한지 두고 보자는 듯했다고요.
무거운 책임에서 벗어나는 사람과, 이제 그 책임을 짊어지는 사람. 그 짧은 표현에는 두 사람의 처지가 담겨 있습니다.
이날 권력은 군사적 충돌 없이 초대 대통령에서 후임 대통령으로 넘어갔습니다. 새 나라가 만든 제도가 실제로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준 순간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역시 민주화 이후 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뽑고, 정해진 임기가 끝나면 다음 대통령에게 권한을 넘기는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지도자의 평가는 취임할 때의 약속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물러날 때의 태도도 그 사람의 역사에 남습니다.
워싱턴이 남긴 중요한 유산 가운데 하나가 바로 그 뒷모습입니다.
5. 앞으로 우리가 던질 질문
이번 주를 마치며, 앞으로 이 시리즈를 들으실 때 함께 생각해 보셨으면 하는 질문 하나를 남깁니다.
이 사람은 권력을 어떻게 대했는가.
워싱턴은 첫 번째 기준선을 그었습니다. 국민에게 맡겨 받은 권력에는 끝이 있으며, 그때가 오면 스스로 내려놓아야 한다는 기준입니다.
그 뒤를 이은 대통령들은 저마다 다른 시대를 살았습니다. 전쟁을 겪은 사람도 있었고, 경제 위기와 싸운 사람도 있었으며, 이민과 인종 문제 앞에서 중요한 선택을 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어떤 대통령은 그 기준을 충실히 지켰습니다. 어떤 대통령은 제도의 한계를 시험했고, 어떤 대통령은 권력에 대한 집착으로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그 선택의 결과는 미국 역사책에만 남아 있지 않습니다. 우리 한인들의 이민과 정착, 자녀들의 교육, 사업과 일자리에도 이어집니다.
미국 대통령의 역사를 살펴보는 일은 우리가 살아가는 나라를 이해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워싱턴은 오늘날 애틀랜타에서 살아가는 한인들의 모습을 상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가 만드는 데 참여한 제도와 권력 이양의 관행은,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의 삶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다음 주부터는 그의 뒤를 이은 대통령들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시대도, 문제도, 선택도 달라지겠지만 우리는 이 질문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이 사람은 권력을 어떻게 대했는가. 그리고 그 선택은 오늘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가.
미국 대통령 열전 1주차, 조지 워싱턴의 이야기를 마칩니다. 이번 주 다섯 편은 애틀랜타 라디오코리아 홈페이지에서 다시 들으실 수 있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에는 미국의 2대 대통령, 존 애덤스를 만납니다.
워싱턴의 뒤를 이어 대통령이 되었지만, 재선에서는 패배한 사람. 외국인과 이민자를 겨냥한 논란의 법률에 서명한 사람. 그리고 아내 애비게일과 주고받은 편지를 통해 정치와 사랑, 일상의 고민을 남긴 사람이기도 합니다.
다음 주에는 존 애덤스의 삶을 통해, 새 나라가 맞닥뜨린 첫 갈등과 두 번째 대통령의 선택을 살펴보겠습니다.
애틀랜타 라디오코리아, 미국 대통령 열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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