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척박사 이윤진의

세상 걱정 수다

Profile

Column

[척척박사 이윤진의 세상 살리는 수다] 개나 소나 ESG ‘ESG가 운다’

Author
king
Date
2022-10-18 12:27
Views
3472



진지하게 ESG 고민, 경계해야 될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




SBS가 방송중인 공생의 법칙2 [사진=SBS 방송캡쳐]


지난 6일 공중파 방송인 SBS TV에서 ‘공생의 법칙2-제1회 ESG페스티벌’이 방송되었다. SBS에 의하면,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는 “생태계 교란종의 원인과 현황을 파악하고 조화로운 공생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생각해보는 것”이다.



이번 편의 취지는 “침입 외래종을 퇴치하는 게 아니라 진짜 공생하는 것 …

개체를 줄이면서 스포츠로 승화하는 것”이라고 말한 출연자의 말로 대신할 수 있다.

요약하자면 경남 안동 하천에서 서식하고 있는 침입 외래종인 배스를 잡는 스포츠 피싱 대회가 ‘ESG페스티벌’이 되었다.

프로그램 제목의 ‘공생(共生)’, 소제목인 ’ESG페스티벌’, 출연자를 부르는 말인 ’ESG’라는 단어의 조합을 통해 국내 공중파 방송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ESG’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으로 짐작해 처음엔 반가운 생각이 들었다.




프로그램 소제목에 쓰인 ‘ESG’는 흔히 예상되는 ‘E 환경, S 사회, G 거버넌스’가 아닌 ‘생태계 수호자라는 뜻의 ESG(EcoSystem Guardians)’라고 불리우는 출연자들을 의미하지만 ‘Eco’와 ‘공생’은 요즘 광범위하게 운위되는 ESG의 한 부분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ESG’로 분한 출연자들이 국내 생태계 교란종인 황소개구리, 뉴트리아 등을 무차별적으로 포획, 퇴치하는 법을 시연하면서 ‘공생’을 부르짖는 모습은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동물권 행동단체인 ‘카라’는 ‘공생의 법칙1’의 방영 당시 “생태계 교란종이 현 시점에서 결과적으로 토종 생태계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방송에서 다뤄진 여러 종의 생태계 교란종 문제는 인간에 의해 인위적으로 도입되었다는 사실에서 무조건적인 퇴치가 인간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대안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시즌1은 3주만에 폐지되었다.

SBS는 ‘무조건 살생(殺生)’ 논란을 딛고, 8월에 시즌2를 시작했다. 시즌2에서는 생태계 교란종 대처 모범 국가들의 사례를 알아보고 국내 적용 방안을 모색하는 등 생태계의 균형과 조화로운 공생을 위해 고민하고 실천 방법을 알리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이에, 참가자들이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열린 미국 침입어류인 ‘아시아 잉어’ 낚시 대회에 참가하여 직접 잡은 잉어로 요리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공생’하는 법을 획득하는 내용을 방송했다. ‘아시아 잉어’ 대처법을 국내에 적용하기 위해 6일 제1회 ESG페스티벌이 기획되었다. 이렇게 ‘공생’의 문제는 얼핏 봉합이 된 듯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가 남아 있다. 유사 ‘공생’의 문제를 떠나 프로그램이 근본적으로 ‘그린워싱’ 즉 ‘위장환경주의’에 입각했다는 의혹이 충분하다.

‘공생’, ‘EcoSystem’, ‘ESG’ 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실제 내용은 이 용어들과 무관하다 볼 수 있고, 생태계를 위한다고 하지만 생태계 교란 생명종을 ‘살생’하는 생태계에 ‘해로운 방법’을 통해 ‘공생’을 부르짖으며 유해한 방식을 정당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태는 테라초이스가 밝힌 그린워싱의 7가지 유형에 속한다.

우리나라는 일반 기업보다 특히 미디어 콘텐츠 기업의 ESG경영 수준은 많이 뒤쳐진 듯하다. 기업의 그린워싱의 창구 노릇을 한다는 비판을 받는 미디어가 자체 프로그램에서도 그린워싱에 빠져드는 이유는 다른 업종의 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ESG를, 눈앞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친환경적 특성을 허위 과장해서 포장하는 수단으로만 보기 때문이다. 또한 사업의 고유 영역인 프로그램 제작 및 편성에 ESG를 조미료처럼 살짝 뿌려서 흉내만 내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반면 해외의 많은 미디어 콘텐츠 기업들은 이미 ESG경영의 수준을 일반 기업만큼 끌어 올려놓았다.

ESG를 실천하는 좋은 미디어 기업의 예는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스스로를 “다양한 장르와 언어를 통해 최고의 스토리로 세상을 즐겁게 한다(At Netflix we aspire to have best in class stories across many genres).”라고 정의한다. 넷플릭스는 미디어 콘텐츠라는 사업의 고유한 특성을 활용하여 환경 및 지속가능성과 관련한 작품을 꾸준히 제작하고 있다.

<우리의 지구(Our Planet)> 시리즈, <나의 문어 선생님(My Octopus Teacher)>, <지구의 밤(Night on Earth’s Sleepless Cities episode)> 등은 2020년 적어도 1억6천만 이상의 가구에서 한 편 이상 시청하였으며, 특히 <우리의 지구(Our Planet)>는 에미상을 수상했고, <나의 문어 선생님(My Octopus Teacher)>는 오스카상에 노미네이트되는 등 작품의 질 면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

넷플릭스의 가장 바람직한 ESG활동은 2019년부터 발간하고 있는 ‘넷플릭스 ESG보고서(Netflix Environment, Social & Governance Report)’이다. 또한 온실가스 배출량 0을 목표로 한 ‘2022년 말까지 넷제로 달성(Net Zero greenhouse gas emissions by the end of 2022)’과 ‘2030년까지 2019년 탄소배출량 대비 45% 감축(reduce Scope 1 and 2 emissions by 45% by 2030)’을 추진하고 있다.

그 외에 넷플릭스는 다양성 지표를 개선하기 위해 여성과 유색 인종 고용을 늘리고 다양성 분석 보고서를 발간하며, 투명한 지배구조를 위해 다양한 제도와 정책을 도입하고 관련 보고서를 꾸준히 업데이트하는 등 ESG 경영 백화점이라고 해도 크게 손색이 없을 정도다.

넷플릭스와 같은 해외 주요 미디어 콘텐츠 기업은 이미 탄소배출, 기후변화 대응, 사회적 다양성, 취약계층 보호, 인권보호, 투명한 경영 공시, 부정부패 방지 등 자율적이고 적극적인 ESG경영 활동을 실행하고 성과를 ESG보고서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ESG경영엔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이는 SBS가 ESG란 용어를 기이한 방식으로 도입한 광경은 한마디로 얼척없다.

SBS는 개나 소나 할 법한 ESG, 생각 없는 그린워싱으로 방송의 공적 기능을 엉망으로 만들지 말고 지금이라도 ESG을 진지하게 성찰해 보면 어떨까. 그렇다고 다른 방송사들이 잘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적어도 ESG를 가지고 말장난을 하지는 않았다.

무개념을 재치로 착각하면 망하는 지름길이다. 생각이란 걸 좀 하고 살면 어떨까. “늦었다고 생각하는 지금이 가장 빠른 때다”(버니 시겔)



【뉴스퀘스트=이윤진 ESG 연구자 겸 운동가 】



Total 1
NumberTitleAuthorDateVotesViews
1
[척척박사 이윤진의 세상 살리는 수다] 개나 소나 ESG ‘ESG가 운다’
king | 2022.10.18 | Votes 0 | Views 3472
king2022.10.18034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