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 자신에 대한 후보직 사퇴 요구 사태를 해소하길 기대했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나름 선방했음에도 민주당 내부의 우려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실시간으로 생중계된 59분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반복적으로 확고한 완주 의지를 밝히고 비교적 능숙하게 외교 이슈에 대해 일관성 있는 답변을 내놨으나 지난달 27일 대선 후보 첫 TV토론 이후 깊어지고 있는 당내의 대선 패배 위기감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특히 전날 상징적인 우군이었던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할리우드 스타 조지 클루니의 ‘지지 대열 이탈’에 이어 바이든 대선캠프 내에서도 ‘바이든 불가론’이 확산하고 있다는 관측과 함께 바이든 대선캠프가 바이든 대통령 사퇴시 1순위 대타로 거론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경쟁력을 확인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나아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비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바이든 대통령의 본선 경쟁력을 놓고 바이든 대통령 측과 후보직 사퇴 요구 당내 인사들 간 인식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하원 민주당이 전체 의원 의견 수렴에 들어가면서 내달 초 대선 후보 확정 시한을 앞두고 민주당 내홍 사태가 조기에 정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저녁 나토 정상회의를 마치는 회견에서 자신을 대선 승리를 위한 최적의 후보로 평가하면서 “나는 계속 후보로 뛰기로 결심했다”고 거듭 밝혔다.
지난해 11월 이후 8개월 만에 진행된 단독 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토론 이후의 고령·인지력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힘 있는 목소리와 자신감 넘치는 자세로 기자들과 문답을 주고받았다.
이날 기자회견은 지난달 토론(90분)의 3분의 2 수준인 59분 정도 진행됐으며 바이든 대통령은 모두 11명의 기자로부터 질문을 받고 상당히 일관성 있게 답변했다.
그러면서 반복적으로 자신의 건강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면서 “내가 뭐라고 말해도 아무도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의사들이 인지력 관련 검사를 받으라고 하면 받겠다는 답변까지 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 직전 행사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 잘못 호칭했다 즉각 정정했으며, 회견에서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트럼프 부통령’이라고 부르기는 했으나 큰 실수는 나오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기자회견은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 및 인지력 테스트를 위한 장으로 주목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TV토론에서의 재앙적 퍼포먼스 이후 당내에서 후보직 사퇴 요구가 나오자 공개 유세, 무(無)편집 언론 인터뷰 등을 진행했으며 지난 9일부터 이날 기자회견까지 이어진 나토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끝내 고령 논란을 완전히 종식시킨다는 목표였다.
실제 회견 이후 당에서는 안도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 당 고위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퍼포먼스에 만족하며 안도했다고 말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델라웨어)도 “정부를 운영하고 이끌기 위한 바이든 대통령의 능력을 우려한 사람들은 (이제) 안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티브 코언 하원의원(테네시)도 “바이든 대통령은 많은 사람에게 그가 반드시 대선에 남아야 한다는 확신을 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기자회견 직후에 스콧 피터스(캘리포니아)·에릭 소렌센(일리노이) 하원의원 등이 공개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를 요구했다.
피터스 하원의원은 성명에서 “이번 대선에 걸린 것이 많은데 우리는 지금 패배의 길 위에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날까지 하원의원 17명, 상원의원 1명 등 모두 18명의 상·하원 의원이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한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이 주재하는 나토 정상회의가 끝난 만큼 12일에는 추가로 사퇴 요구가 더 분출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망했다.
민주당 내의 이런 움직임은 TV토론이 한 번의 실수였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해명과 달리 TV토론 이후 대선 승리의 길이 더 멀어졌다는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당장은 괜찮아 보여도 후보로 공식 지명된 이후 대선 직전에 또다시 치명적인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깊은 불신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했던 브래드 슈나이더 의원(일리노이)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 회견 뒤 CNN에 “그것이 기자회견이든 유세든 우리는 매일 (바이든 대통령의 퍼포먼스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 측 보좌관 및 고문 등이 내부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에서 사퇴하도록 설득하는 방안에 대한 내부 논의를 하고 있다는 보도도 NYT 등 일부 언론에서 기자회견 전에 나왔다.
한 바이든 캠프 인사는 NBC에 “바이든 대통령은 사퇴해야 한다”면서 “그는 이 상황에서 결코 회복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바이든 대선 캠프는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할 경우 유력한 대타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대결할 경우 경쟁력이 있는지를 조사했다고 NYT는 전하기도 했다.
나아가 그동안 바이든 대통령이 위기에 몰릴 때마다 구원투수로 나섰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과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이 얼마나 더 어려워졌는지에 대한 우려를 사적으로 표명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우군이자 하원 내에서 영향력이 큰 펠로시 전 의장은 전날 바이든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면서 직전까지 봉합되는 듯한 후보 사퇴론을 재점화시킨 바 있다.
이처럼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수행 지속 여부를 놓고 당내 내홍이 심화하는 가운데 민주당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는 이날 당 소속 213명 하원의원 전체를 대상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당 대선 후보로 남아있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한 의견을 물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는 모든 사람의 목소리가 명확하게 전달되도록 분명히 하기 위한 프로세스”라면서 의견 수렴 뒤에 지도부를 소집해 그 이후 단계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NBC 등이 전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8일 상원 및 하원에서 각각 전체 의원을 대상으로 회의를 개최했으나 총의를 모으는 데 실패했다.
바이든 대선캠프는 하원에 이어 상원에서도 공개 사퇴 요구가 나오는 등 동요 조짐이 확산하자 이날 상원의원들과 만나 진화를 시도했다.
캠프는 이날 별도 문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후보로 추대되는 공화당 전당대회(15~18일) 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극단주의 공약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사실상 그전에 트럼프 전 대통령을 돕는 사퇴 요구를 접고 바이든 대통령 중심으로 단결할 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