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버 국립 오페라 하우스
독일의 유명 발레단의 단장이 신작 무대를 ‘지루하다’고 혹평한 평론가의 얼굴에 반려견 배설물을 문질러 정직 처분과 경찰 조사를 받았다고 1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하노버국립오페라발레단장인 마르코 괴케가 지난 12일 공연 중간 휴식시간에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의 발레 평론가인 비브케 위스터에게 폭언을 하면서 개 배설물을 얼굴에 문댔다.
괴케는 자신의 닥스훈트종 반려견이 몇 분 전에 본 대변을 가져와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독일 언론들은 전했다.
위스터는 “괴케가 갑자기 주머니에서 봉지를 꺼내더니 봉지의 열린 부분을 (얼굴로) 들이대 개 배설물을 문질러댔고 나는 비명을 질렀다”고 말했다. 그는 발레단 홍보실 직원의 도움을 받아 근처 화장실에서 얼굴을 씻은 뒤 경찰서로 가 신고했다.
FAZ는 네덜란드 현대무용단 ‘네덜란드단스시어터(NDT)’가 최근 발표한 괴케의 신작 ‘네덜란드 산속에서’를 위스터가 혹평한 데에 분노를 표시한 것이라고 전했다.
위스터는 전날 FAZ에 실린 리뷰 기사에서 이 작품을 보면서 “정신 나간 느낌과 지루해 죽을 것 같은 기분을 오갔다”고 표현하면서 공연 관람을 완전히 은퇴한 노인이 유리창 밖의 겨울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는 것과 같았다고 혹평했다.
독일 부퍼탈 출신으로 네덜란드 헤이그왕립음악원에서 교육받은 괴케는 NDT 협력안무가로 활동하면서 2019년부터 하노버국립오페라발레단 단장을 맡고 있다.
하노버국립오페라 예술감독인 로라 버먼은 위스터에게 사과했으며 다음 날인 13일 괴케에게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독일 언론인협회 니더작센주 의장인 프랑크 리게르는 이 사건을 “언론의 자유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FAZ도 사설을 통해 “끔찍한 사건으로, 자유롭고 비판적인 예술 감상에 대한 위협”이라고 비판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