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휘말려 추락한 미 클래식 거장 러바인, 77세로 별세(종합)

2007년 보스턴심포니 공연에서 지휘하는 제임스 러바인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10대 남성 성추행 의혹 폭로로 불명예 퇴진했던 세계적인 지휘자 제임스 러바인이 별세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향년 77세.

주치의인 렌 호로비츠는 러바인이 지난 9일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에서 자연사했다고 밝혔다.

흐트러진 긴 머리에 늘 안경을 착용한 외모로 유명한 러바인은 레너드 번스타인 이후 가장 유명한 동시대 최고의 미국 지휘자로 꼽힌다.

미 최대 공연예술단체인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이하 메트 오페라) 등에서 총 2천500회가 넘는 공연을 지휘한 마에스트로다.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계기로 과거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기 전까지 그의 음악 경력은 그야말로 탄탄대로였다.

1943년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서 태어난 러바인은 일찌감치 ‘피아노 천재’라는 찬사를 받으며 불과 10살 때 피아노 솔리스트로 신시내티 심포니와 협연했다.

뉴욕 줄리아드음대를 졸업한 뒤 1963년부터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의 부지휘자로 활약했다.

1971년 푸치니의 ‘토스카’ 지휘로 메트 오페라에 데뷔한 그는 1973년 메트 오페라의 수석지휘자로 승격했다. 1975년부터는 음악감독으로, 1986년부터는 예술감독으로 각각 활동 영역을 넓혔다.

40년 넘게 메트 오페라에 몸담으며 ‘메트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러바인을 향해 피터 겔브 총감독은 지난 2011년 NYT에 “그는 역대 최고의 예술가 중 한 명”이라면서 “그가 현대사에서 가장 위대한 오케스트라 중 하나를 창조했다”고 극찬한 바 있다.

러바인은 보스턴 심포니와 독일 뮌헨 필하모닉에서도 각각 음악감독을 지내는 등 대서양 양안을 오가며 활발한 음악 활동을 펼쳤다.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의 ‘스리 테너스’ 공연을 10여 차례 이끈 것도 바로 러바인이었다.

파킨슨병 등 건강 문제로 2016년 메트 오페라 상근 음악감독에서 물러난 그가 진짜 위기에 휘말린 것은 2018년이었다.

지난 1968년부터 당시 10대 남성 3명을 성추행했다는 과거 의혹이 폭로된 것이다. 메트 오페라는 조사를 거쳐 2018년 3월 그를 전격 해고했다.

이에 러바인은 “사실무근이다. 난 다른 사람을 억압하거나 공격한 적이 없다”라고 반박하며 계약 위반과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친정인 메트 오페라와 소송전을 벌였다. 결국 메트 오페라는 그에게 350만달러를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비록 결별 과정은 매끄럽지 않았지만 메트 오페라는 이날 성명을 내고 “고인을 추모한다”며 “그의 부인할 수 없는 예술적 성취”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firstcir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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