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편성한 약 820조9천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여야가 재정 지출과 미래대응기금을 놓고 충돌했다. 기금의 운용 방향에 따라 향후 재정 지출과 국가채무 관리가 달라질 수 있어 국회 심사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여야는 2일 국회예산정책처가 연 토론회에서 상반된 심사 기조를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은 예산안을 미래를 위한 안전판으로 평가했고, 국민의힘은 대중의 인기에 치우친 팽창 재정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민주당 정태호 의원은 미래 성장 동력 확충과 불평등·양극화 완화를 편성 기조로 꼽으며, 지출을 늘리면서도 재정 건전성 확보에 역점을 뒀다고 평가했다. 세수가 많이 들어올 때 모두 쓰거나 빚을 갚기보다 경기 하강과 세수 감소에 대비할 안전판이 필요하며, 미래대응기금이 그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일시적인 세수 호황에 기댄 지출 확대가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포괄적으로 편성된 예산과 기금 사업이 헌법상 국회의 예산 심의권을 약화한다고 비판했다. 또 성과 평가에서 감액이나 개선을 요구받은 사업의 예산이 국정과제라는 이유로 수 배 늘었다며 비효율적인 예산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약 162조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도 쟁점이었다. 정 의원은 일시적으로 늘어난 재원을 관리할 수단이라며 국제통화기금과 경제협력개발기구, 국제 평가기관의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재정 통제를 우회하는 수단이라며 국회 의결 없이 기금을 운용할 수 있는 범위를 현행 30%에서 크게 줄이겠다고 밝혔다. 기금 여유자금 약 104조4천억원을 두고 정 의원은 지방교부세가 예상보다 30조원 가까이 덜 간다는 주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고, 유 의원은 상당 부분을 국채 상환에 쓰도록 조정하겠다고 했다.
전문가 의견도 엇갈렸다. 홍익대 경제학부 이정혁 교수는 기금에 투자 플랫폼과 재정 안정화 장치를 함께 담았다며 재정 여건 변화에 대응하는 제도 개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대 경영학부 김대종 교수는 미래 세대의 국가채무 부담을 줄이는 것이 우선이라며 지출 확대와 기금 신설을 비판하고, 106조원을 예비로 두기보다 국가 부채를 갚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예산정책처 임명현 예산분석실장은 기금 사업비의 58.4%가 기존 회계·기금에서 옮겨온 사업이라 차별성이 부족하고, 아동 기본 수당처럼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지출도 다수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조정식 국회의장은 격려사에서 미래 준비와 민생 회복에 여야가 따로 없다며, 원활한 심사와 법정 기한 내 예산안 처리를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