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사랑 편지쓰기

“근데 언제 오니?”

Author
김효정
Date
2020-06-15 19:05
Views
510


나 : “엄마~~~”


 


엄마 :  “어이구, 우리 딸, 무슨 일인감?”


 


나 : “그냥 전화했어”


 


엄마 : “이러다 50살 다 된 우리 딸이 엄마 젖 달라 하겠네”


 


나 : “에이, 엄마는… 징그럽게… 그나저나 점심드셨어요?”


 


엄마 : “도우미 아줌마가 손맛이 어찌나 좋으신지… 밥맛이 꿀맛이여… 허허허…”


 


나 : “엄마는 복도 많으셔”


 


엄마 : “그러게 말이지… 효자 효녀 자식들에다, 마누라밖에 모르는 팔불출 남편에, 손맛 좋은 도우미에, 좋은 이웃들에…”


 


나 : ” 어떻게 하면 엄마처럼 복 받고 살지?”


 


엄마  : “엄마한테 놀러와, 비법 가르쳐줄게! 근데 언제 오니?”


 


나 :  “엄마는… 왜 자꾸… 미안하게 그 얘길 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해야 하는데…”


 


‘근데 언제 오니?’ 엄마와의 모든 대화는 늘 이렇게 끝이 납니다. 


 


 


 


엄마는… 조지아랑 오하이오가 얼마나 먼데… 우리 다섯 식구 비행기 타면 1500불이 넘고, 운전하면 12 시간 거리인데…


 


그래도 이 불효자식은 언제 오냐는 엄마의 인사에 오늘도 또 울고 맙니다.


 


마음속으로는 저 역시 이렇게 안타까워하면서도, 하염없이 기다릴 엄마를 생각해서 직장 때문에 안된다고 언제나  못박아 말해둡니다.


 


1년에 한번뿐인 휴가 때나 되어야 겨우 한번 볼 수 있는 그리운 막내딸… 우리 어무이 아부지에게 저는 그런 딸인데… 


 


그런데도 말입니다. 일상에 묻혀서 지내다보면 그 사실을 잊고 살기가 일쑤입니다.


 


작년에 서프라이즈로 예고없이 조지아로 운전해서 부모님을 뵈러 간 적이 있습니다.


 


거의 안절부절 못할 정도로, 밤에는 아예 잠들지 못할 정도로 좋아서 어쩔 줄 모르셨던 울 엄마, 울 아빠… 


 


겨우 이틀 얼굴 보여드리고  다시 오하이오로 돌아오는 길에 엄마는 제게 그러셨지요.


 


“다시는 이렇게 12시간 혼자 운전해서 오지말어… 1년에 한번만 만나면 되는데 뭘… 어떻게 혼자 운전하니… 아이구… 가다가 사고 나면 안되는데…”


 


그런데 말입니다. 마음 따로 머리 따로… 그게 우리 엄마의 마음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오하이오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엄마는 다시 제게 물어보셨거든요.


 


“근데 언제 또 오니?”


 


 


 


예전엔 아주 가끔 그런 생각을 한 적도 있습니다. 엄마가 너무 지나치신 거 아냐 하고 철없이 말입니다.


 


하지만 2년 전부터는 그런 생각을 아예 안하게 되었습니다. 울 엄마 마음을 100 프로 이해할 만한 일이 생겼으니까요. 


 


50분 거리에 있는 대학으로 간 저의 큰아들 녀석과 전화할 때면 저도 꼭 그렇게 물어보거든요. “근데 언제 오니? 데리러 갈까?”


 


시험에, 공부에, 일에 바빠 죽겠다는 대학생 아들놈한테 저는 여전히 묻고 또 묻습니다. “근데 언제 오니?”


 


 


 


사실, 우리 엄마는 파킨슨 계통의 신경질환을 앓고 계십니다.


 


시력도 많이 약해지셔서 요즈음에는 실내에서조차 선글라스를 사용하십니다. 조금만 눈이 부셔도 눈을 못뜨시지요.


 


솔직히, 울 엄마에게, 그리고 가족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인지를 우린 잘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 삼남매가 요즘 더 자주 엄마한테 이런 인사를 해드려요.


 


“최소한 100살은 채우세요 어머니!!”


 


엄마가 100살이면 제 나이도 70입니다. 하지만 엄마가 건강하게 백세를 채우실 수만 있다면, 똑같은 질문을 엄마한테 백만 번 들어도 좋습니다.


 


“근데 언제 오니?”


 


왜냐하면 저도 우리 아이들에게 벌써 똑같은 인사를 하기 시작했으니…


 


지금은 대학교 2학년, 고등학교 12학년, 11학년인 세 아이들이 그나마 품안에 있지만, 머지 않아 둥지를 떠나 멀리 멀리 날아갈 날이 곧 올테니까요.


 


 


 


아무래도 7월에 서프라이즈로 한번 더 조지아에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부모님 사시는 씨니어 아파트 앞에 도착해서 이렇게 해보려구요.


 


“근데 언제 오니?”


 


“까꿍, 지금 아파트 정문 앞에 와 있는 걸요!!”


 


7월에 벌어질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미리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벌렁벌렁 뛰네요.


 


왜냐하면 울 엄마 마음이 실은 바로 제 마음이니까요!


 


그리고 울 엄마의 모습이 미래의 제 모습일 테니까요!
 


 


 


사랑해요 아부지 어무이 !!!


 


막내 딸내미 효정이가~~


 


……..


 


글을 쓸 수 있도록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려운 중에도 다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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