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볼’로 전세계에 즐거움 준 日만화계 전설 도리야마 별세

향년 68세…80∼90년대 ‘드래곤볼’ 20여개 언어로 2억6천만부 팔려

동료 작가 “드래곤볼은 내게 구원이었다”…’닥터 슬럼프’도 큰 인기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끈 일본 만화 ‘드래곤볼’과 ‘닥터 슬럼프’를 그린 작가 도리야마 아키라가 지난 1일 급성 경막하 출혈로 별세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68세.

‘주간 소년 점프’는 8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본지에 많은 작품을 발표했던 도리야마 아키라 선생이 지난 1일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현지 공영방송 NHK는 고인의 별세 소식을 속보로 알렸고, 요미우리신문과 아사히신문 등 주요 신문은 부고를 머리기사로 배치했다.

1955년에 출생한 고인은 고등학교 졸업 뒤 광고 회사에서 잠시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1978년 ‘주간 소년 점프’에 ‘원더 아일랜드’를 게재하며 데뷔했고, 1980년부터 ‘닥터 슬럼프’를 연재했다.

‘닥터 슬럼프’는 천재 박사가 만든 소녀 형태 로봇이 일으키는 좌충우돌 소동을 그렸다.

고인은 이어 1984년부터 11년간 연재한 대표작 ‘드래곤볼’을 통해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드래곤볼’은 주인공 손오공이 7개를 모으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드래곤볼을 찾아 떠나는 모험을 다뤘다.

이 작품은 2006년 일본 미디어 예술 100선 만화 부문에서 3위에 올랐다. 단행본은 20개 넘는 언어로 번역됐으며, 약 2억6천만 부가 간행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이런 인기를 바탕으로 애니메이션과 게임으로도 만들어졌으며, 지금도 일본에서는 드래곤볼 게임이나 캐릭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고인은 2013년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만화에 메시지가 없다’는 질문에 “제 만화의 역할은 오락에 철저한 것”이라며 “(독자가) 잠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면 무엇도 남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의식해서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메시지나 감동은 다른 만화가가 그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심술궂은 성격임에도 성실한 업무로 세상에 받아들여지게 된 작품이 ‘드래곤볼’이라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고인은 1981년 ‘닥터 슬럼프’로 출판사 쇼가쿠칸(小學館) 만화상을 받았고, 2013년에는 만화계의 칸 영화제라고 불리는 앙굴렘 국제만화축제 40주년 특별상을 손에 쥐기도 했다.

소년 점프는 “도리야마 선생이 그린 만화는 국경을 넘어 세계에서 읽혔고 사랑받았다”며 “그가 만들어낸 매력 넘치는 캐릭터들과 압도적인 디자인 센스는 많은 만화가와 창작자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동료 만화가들은 애도를 표하는 동시에 고인이 끼친 영향력에 감사를 표했다.

만화 ‘원피스’의 작가 오다 에이치로는 “만화가뿐 아니라 모든 업계에서 활약하는 크리에이터들에게는 소년 시절 ‘드래곤볼’ 연재 당시의 흥분과 감동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만화 ‘나루토’ 작가인 기시모토 마사시도 “초등학교 때 ‘드래곤볼’과 ‘닥터 슬럼프’라는 만화와 함께 자랐으며 싫은 일이 있어도 매주 ‘드래곤볼’이 그것을 잊게 해줬다”면서 “시골 소년인 내게 그것은 구원이었다”며 고인의 영면을 기원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오후 정례 기자회견에서 고인에 대해 “여러 미디어에서 큰 족적을 남겼다”면서 “일본의 소프트파워 발휘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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