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선박 잔해
지난 2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서남부 칼라브리아주 동쪽 해상에서 유럽행 난민을 태운 선박이 난파한 사고와 관련해 사망자가 계속해서 늘고 있다.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은 27일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남성 1명이 숨지고, 시신 3구가 새롭게 인양돼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자 수가 63명으로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지난 23일 튀르키예(터키) 서부 항구도시 이즈미르에서 출발한 20m 길이의 목선이 칼라브리아주의 휴양지 스테카토 디 쿠트로의 앞바다에서 바위에 부딪혀 좌초됐다. 해변까지 헤엄쳐 살아남은 이는 80명으로 대부분이 성인이다.
사망자 중 상당수는 여성과 어린이였다. 사망자 63명 중 어린이가 최소 14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에는 쌍둥이 아기와 1살 미만의 신생아도 포함됐다.
부서진 난민 선박에는 난민과 이주민이 가득 타고 있었지만 정확한 인원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일부 생존자들은 약 180명이 타고 있었다고 진술했고, 다른 생존자들은 탑승 인원이 최소 250명에 달했다고 주장했다.
안사 통신은 이를 토대로 이번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최소 100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탈리아 당국은 헬리콥터와 구명용 전동보트 등을 동원해 실종자 수색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높은 파도로 인해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고 현장에는 해경 잠수사들도 투입됐다고 현지 언론매체들이 보도했다.
선박 탑승자들은 이라크, 이란,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시리아 등지에서 온 사람들이 대다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파키스탄인 24명 이상이 사고 선박에 탑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성명을 내고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밝힌 뒤 이런 비극을 방지하기 위해 출발국 정부와 협력해 출항 자체를 저지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이탈리아 경찰은 생존자 가운데 밀입국 브로커로 의심되는 3명을 체포해 구금했다.
이번 사고는 이탈리아 정부가 국제구호단체가 운영하는 난민 구조선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벌어져 논란을 빚고 있다.
멜로니 총리는 난민 구조선의 존재 자체가 아프리카·중동 이주민들의 위험한 지중해 항해를 부추기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들의 지중해 구조 활동을 제약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난민 구조선 ‘지오 베런츠’호를 운영하는 국경없는의사회(MSF)는 “이번 사고로 몇몇 어린이들이 고아가 됐다”며 “12살 아프가니스탄 소년은 부모와 형제자매 4명 등 가족 9명을 잃고 고아가 됐다”고 밝혔다.
전통적인 난민 출항지는 이집트, 리비아 등 북아프리카지만 최근 2년간은 튀르키예에서 출항하는 난민 선박이 급격히 늘었다.
특히 최근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지진으로 보금자리를 잃은 주민들이 더 나은 삶을 찾아 유럽행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아 범유럽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