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D-30] 초박빙 오리무중 판세…7개 경합주 대결에 막판 승부수

공화당 대통령 후보 트럼프(좌)와 민주당 대통령 후보 해리스

 

미국 사회는 과연 유색인종 출신에 여성인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대권을 허락할까. 아니면 주류인 백인에 남성인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왕좌를 다시 건네줄까.

미 대선이 3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판세는 여전히 예측불허다.

2일까지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두 후보가 엎치락뒤치락하는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전국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오차범위 내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결과가 많다.

이코노미스트가 여론조사기관 유거브와 함께 지난달 21∼24일 전국 성인 1천62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오차범위 ±3.1%포인트) 결과 해리스 부통령은 47%의 지지를 얻어 트럼프 전 대통령(44%)을 3%포인트 차로 앞섰다.

로이터통신과 입소스가 같은 달 21∼23일 전국 성인 1천29명(등록 유권자 871명 포함)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오차범위 ±4%포인트)에서도 해리스 부통령이 46.61%로 트럼프 전 대통령(40.48%)을 6%포인트 넘게 따돌렸다.

문제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 시스템상 전국 여론조사 수치를 승패를 가를 결정적 지표로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50개 주 가운데 48개 주에서 ‘승자 독식 선거인단 할당’이라는 독특한 선거제도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48개 주에서는 단 한 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그 주에 할당된 선거인단을 독차지하게 된다.

지난 2016년 대선 때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전국에서 300만표 차로 이겼으나, 경합주에서 줄줄이 패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대권을 내줘야했다.

2000년에도 민주당 앨 고어 후보가 전국에서 54만표를 더 얻었지만, 확보한 선거인단수는 ‘266명 대 271명’으로 공화당 조지 부시 후보에게 밀려 선거에서 패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이에 따라 이번 대선의 승부도 7개 경합주의 결과가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7개 경합주는 펜실베이니아(선거인단 19명)와 미시간(15명), 위스콘신(10명) 등 ‘러스트벨트'(오대호 인근의 쇠락한 공업지대) 3개 주에 조지아(16명), 노스캐롤라이나(16명), 애리조나(11명), 네바다(6명) 등이다.

대선 판도가 초접전으로 흐르고 있다는 건 이들 경합주에서의 승부가 어느 한쪽으로 쏠려 있지 않다는 의미이자, 전체 538명의 선거인단 가운데 누구도 뚜렷하게 과반인 ‘매직넘버’ 270명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 CNN 방송이 이날까지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를 보면 해리스 부통령은 225명, 트럼프 전 대통령은 219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상태다.

이어 경합주에 대한 여론조사를 보면 대체로 러스트벨트의 경우 해리스 부통령이, 선벨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각 앞서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가 이날까지 경합주의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평균을 낸 자료를 보면 해리스 부통령은 미시간(+2포인트), 펜실베이니아(+2포인트), 위스콘신(+3포인트)에서 근소한 우위를 차지했다.

반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애리조나(+2포인트), 조지아(+2포인트), 노스캐롤라이나(+1포인트 내)에서 살짝 앞서 있다.

네바다의 경우 두 후보가 동률이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집계한 여론조사 평균에서도 해리스 부통령은 미시간(+0.9%포인트), 펜실베이니아(+0.9%포인트), 위스콘신(+1.1%포인트)에서 앞섰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애리조나(+1.2%포인트), 조지아(+0.7%포인트), 노스캐롤라이나(+0.7%포인트)에서 우위를 점했다.

네바다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49.1%로 트럼프 전 대통령(47.2%)을 1.9%포인트 앞서 있다고 더힐은 분석했다.

하지만, 경합주 역시 격차가 대부분 오차범위 이내이기 때문에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두 후보의 대결이 이처럼 초접전 양상을 띠는 건 미국 내 정치 양극화 심화가 가장 큰 배경으로 꼽힌다.

이번 대선판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2차례의 암살 시도, 현직인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직 사퇴 및 해리스 부통령의 극적 대타 등판 등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줄줄이 이어졌지만, 진보와 보수로 양분된 유권자 표심이 크게 휘둘리지 않고 자신이 선호하는 진영 쪽으로 굳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두 후보는 남은 30여일 동안 각기 다른 승리 방정식을 바탕으로 주로 경합주에서 지지층을 향한 투표율 제고 노력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표심을 정하지 않은 ‘스윙보터'(swing voter·부동층 유권자) 표심을 겨냥한 구애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스윙보터 비율은 높지 않지만, 초박빙 접전에서 결정적으로 승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두 후보 진영은 상대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부통령 후보 TV 토론
부통령 후보 TV 토론

 

전날 부통령 후보 TV 토론을 끝으로 정·부통령 후보가 안방 유권자의 표심을 뒤흔들 TV 토론도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남은 30여일간 승부에 큰 변화를 몰고 올 대형 이벤트도 예정된 게 없다.

다만, 초대형 허리케인 ‘헐린’으로 인한 막대한 인적·물적 피해, 물류 대혼란 및 인플레이션 심화 우려를 낳고 있는 미 항만 노동조합의 동남부 항구 파업 등 미국내 상황이 막판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중동에서 이스라엘과, 이란 및 대리세력 간의 전면전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도 여전히 판도를 흔들 불씨로 작용할 수 있다.

대선이 열리는 해마다 선거 막바지인 10월에 등장해온 ‘대형 폭로전’이 올해 다시 터지지 말란 법도 없어 두 후보 측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2016년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추문 녹음파일이 공개됐고, 2020년 대선을 앞두고는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인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 헌터의 선정적인 사생활 자료가 유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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