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오가며 사업하는 한국인 사업가가 다이어리 속 지도 탓에 억류되는 일이 발생했다.
25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전날 오전 인천공항에서 대한항공 여객기 편으로 중국 랴오닝성 선양 타오셴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사업가 정 모(72) 씨는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다가 중국 세관원들의 제지를 받았다.
이날 세관원들은 정 씨에게 트렁크를 열라고 요구한 후 다이어리를 꺼내 뒤적거렸다. 이후 이 다이어리에 부착된 세계전도에서 타이완이 별도의 국가처럼 표시된 점을 문제 삼았다.
가로 30㎝, 세로 20㎝의 작은 크기의 이 지도에는 타이완이 굵은 글씨체로 표시되어 있었고 타이완의 제1도시 타이베이도 붉은 글씨로 표기되어 있었다.
세관원들은 이를 보고 “타이완을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별개의 국가인 것처럼, 타이베이는 국가의 수도처럼 표기했다”며 “중국의 한 개 성(省)인 대만을 독립된 국가로 오인할 수 있어 ‘하나의 중국’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후 정 씨는 세관원들에게 억류됐고, 세관원들은 시짱(西藏·티베트) 일대 국경 표시도 모호하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다이어리에 부착된 지도를 어쩌란 말이냐. 지도에 부착된 줄도 몰랐다”고 항변하고 선양 교민들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전화로 연락을 시도했다. 이때야 세관원들은 억류 1시간 만에 정 씨를 풀어줬다.
이후 세관원들은 문제의 지도를 찢어낸 후 물품 보관증을 써주며 “귀국할 때 찾아가라”고 말했다.
이처럼 황당한 일을 겪은 정 씨는 연합뉴스에 “중국어를 할 수 있으니, 항의라도 했지만, 처음 중국 땅을 밟는 외국인이라면 얼마나 황당하고 두렵겠느냐”며 “누가 중국에 오고 싶어 하겠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중국은 그동안 타이완을 수복해야 할 자국 영토로 여겨 이곳을 독립된 국가로 인식할 수 있게 제작된 지도의 유통, 통관 등을 엄격히 규제해 왔다.
그러나 이번 경우처럼 외국인까지 억류한 것은 이례적이고 과도한 조치하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에 선양 주재 한국 총영사관은 “경위를 파악 중이며 정 씨에 대한 중국 세관 당국의 조치가 과도한 것으로 확인되면 재발 방지를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라면서도 “중국 입국 때 논란의 소지가 있는 지도를 휴대하는 것에 대해 주의를 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