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동시장이 예상보다 훨씬 견조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경기가 가라앉지 않는 이른바 ‘노랜딩'(no landing·무착륙)’ 가능성이 갑자기 커졌다.
미국 경제는 최근 물가상승률이 높은 수준에서 천천히 내려오면서 완만하게 성장도 하는 ‘연착륙'(soft landing)을 할 수 있을 것이냐, 아니면 경기가 급격히 주저앉아 시민들에게 충격을 주는 ‘경착륙'(hard landing)이 나올 것이냐가 관심거리였으나 이제 아예 경기가 내려오지 않는 ‘노랜딩’이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 ‘무착륙’은 ‘연착륙’보다도 더 경기가 더 좋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므로 환영할만한 일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을 높이고 금리인하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투자자도 많다.
7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 노동부는 지난주 9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25만4천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31만명)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실업률도 4.1%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하락했고, 전문가 예상치(4.2%)도 밑돌았다. 노동자 평균임금도 예상보다 크게 높아졌다.
이 보고서로 시장에서는 다음 달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폭 예상이 대폭 조정됐다.
0.5%포인트를 내리는 빅컷 예상이 사라지는 대신 0.25%포인트만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가 됐고 일부에서는 동결 가능성도 나왔다.
DWS 아메리카의 조지 캐트램본 채권 책임자는 “연준의 금리인하가 느려질 경우 채권값 상승(=채권 금리 인하)에 베팅한 투자자들의 고통이 커질 수 있다”면서 “지금은 연준이 더 이상 금리 인하를 하지 않거나 금리를 다시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고도 다시 나왔다.
저명한 경제학자인 모하메드 엘 에리언 영국 케임브리지대 퀸스 칼리지 총장은 “인플레이션은 죽지 않았다”면서 연준이 시장의 금리 인하 전망이나 자체 예상에 갇혀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도 지난 4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지난달 0.5%포인트 인하는 실수였다”면서 “이제 연준은 ‘무착륙’과 ‘경착륙’ 리스크를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지난주 나온 중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도 연준의 ‘빅컷’과 맞물려 노랜딩 가능성을 높인 것으로 본다.
브랜디와인 글로벌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트레이시 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제 11월 빅컷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면서 “연준의 금리인하와 중국의 경기부양책은 노랜딩 가능성을 높인다”고 평가했다.
미 경제의 노랜딩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기업들의 3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는 이전 분기보다 낮아졌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집계 결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기업들의 분기 실적은 1년 전보다 4.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분기 전인 7월 12일의 예상치 7.9%보다 감소한 것으로, 4분기 만에 가장 낮은 것이다.
트라이바이어리서치의 설립자 아담 파커는 “이번 실적 시즌은 평소보다 더 중요하다”면서 “기업의 확고한 실적이 필요하다. 세상에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