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오는 11월 대선 본선 대결을 확정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9일 이번 대선의 승패를 좌우할 남부의 경합주인 조지아주에서 동시에 선거운동을 벌인다.
오는 12일 조지아주의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앞두고 이날 오후에 바이든 대통령은 주도(州都) 애틀랜타에 위치한 거대 공연장 풀만 야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같은 시간대 북서부 롬에 위치한 컨벤션 센터에서 각각 지지자들을 만난다.
민주당에선 이미 바이든 대통령이, 공화당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양당의 대선 후보로 각각 사실상 확정된 상태여서 이날 두 전현직 대통령의 선거운동은 프라이머리보다는 오는 11월 대선 본선거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보수적인 남부 지역에 위치한 조지아주는 전통적으로 공화당 강세 지역으로 분류돼 왔으나, 지난 2020년 대선 이후 각종 선거에서 민주당이 간발의 차이로 승리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경합주’로 분류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20년 대선 때 조지아주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1만2천표에도 미치지 않는 표차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승리를 거둬 대권을 거머쥐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곳이다.
4년만에 재대결이 결정됨에 따라 재선에 도전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조지아주 수성에, 와신상담 끝에 재집권에 나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지아주 패배 설욕을 위해 모두 절치부심하고 있다.
현지 언론 애틀랜타저널컨스티튜션(AJC)은 대선 본선 대결 구도가 확정된 직후 두 전현직 대통령이 같은 날, 같은 시간대에 조지아주에서 선거운동을 벌이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바이든 대통령 집권 이후 입법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계기로 전통적 농업지대인 조지아주에 첨단 태양광 산업이나 전기차 산업 등 친환경산업 유치를 통해 보수 성향의 남부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한국에선 현대차그룹이 조지아주 서배너에 전기차 전용공장을 건설중이며 이르면 올해 하반기에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또 한화큐셀은 북서주의 달튼과 카터스빌에 대규모 태양광 통합생산단지를 건설중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유세를 갖는 애틀랜타는 민주당 강세 지역이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부 민주당 당원들이 바이든 정부의 친(親)이스라엘 정책에 항의하는 뜻에서 경선에서 ‘바이든 지지’ 대신 백지 투표를 하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AJC는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공화당 강세 지역인 롬 유세를 통해 보수 표심을 다진다는 전략이다. 이곳은 ‘트럼프 충성파’인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 의원의 지역구이며, 한화큐셀이 투자하고 있는 달튼과 카터스빌에서도 가까운 곳이다.
더욱이 조지아주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다.
그는 지난 2020년 대선에서 간발의 차이로 패배하자 2021년 1월초 브래드 래펜스퍼거 당시 조지아주 총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선거결과를 뒤집기 위한 1만1천780표를 찾아내라’고 압력을 가해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작년 8월에 형사기소됐고, 재판을 앞두고 있다.
특히 작년 8월 기소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검찰에 자진출두했다가 전직 대통령으론 처음으로 일반인처럼 구치소에 수감돼 ‘머그샷'(범죄인 식별사진)을 촬영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AJC는 지난 2020년 대선 결과를 언급하며 “올해 대선에서도 열성 지지자들의 작은 움직임이 선거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