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대선을 앞두고 ‘성추문 입막음 돈’ 의혹 형사재판을 받는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과거와는 달라진 법정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과거 민사 재판 등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인 등을 향해 특유의 안하무인격의 무례한 언행으로 공격을 퍼부어온 것과 달리 뉴욕 맨해튼형사법원에서 진행 중인 이번 재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눈을 감은 채 조는 듯한 모습을 자주 보였다.
첫 재판이 열린 지난달 15일 그는 자주 눈을 감은 채 고개를 가슴팍으로 떨구는 등 조는 것처럼 보였다는 보도가 쏟아진 바 있다.
검찰 측 핵심 증인이자 한때 ‘트럼프 해결사’로 불린 입막음 돈 전달 당사자인 마이클 코언이 증인석에 오른 이달 13∼14일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눈을 감고 의자에 기대거나 고개를 젖히는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많았다.
AP 통신은 24일 이에 대해 “수십년간의 공적인 삶을 거치면서 그를 정의해온 ‘모든 것을 걸고 싸우는'(fight-at-all-costs) 모습에서 눈에 띄게 벗어난 태도”라고 평가했다.
AP 통신은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변인과 전직 검사, 변호사, 로스쿨 교수 등을 인용해 이러한 태도 변화가 재판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다.
이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달라진 모습에 대해 적어도 어느 정도는 전략적인 태도라고 전했다.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투옥될 위험에 처하기 때문에 예전처럼 행동하는 것이 최선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변호인들로부터 예전처럼 판사와 얽히고 난동을 피운다면 그의 모든 행동을 주시하고 운명을 결정할 배심원단 앞에서 위신을 잃을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그가 잠을 자는 것으로 보일 경우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직 검사인 랜들 엘리어슨은 AP에 “트럼프의 태도를 배심원은 분명히 알아차릴 수 있으며, 주목할 가치가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고 느끼거나 낮잠을 잔다고 생각하면 무례하다고 여길 수 있다”고 말했다.
엘리어슨은 또 “(불리한) 증언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보이려는 전략이라면 잘 먹히지 않을 것 같다. 잠이 든다면 배심원단은 상당히 무례하다고 생각할 것 같다”면서도 “이전 재판에서 그랬던 것처럼 동요하지 않길 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지워싱턴대 로스쿨의 스티븐 솔츠버그 교수 역시 “이 모든 것이 ‘이건 말도 안 되니 신경 쓰지 않겠다’고 보여주기 위한 것일 수 있지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화이트칼라 피고인 전문인 제프리 제이코보비츠 변호사는 “트럼프가 잠을 자고 있다고 알아차린다면 배심원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차라리 화난 트럼프가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법정에서 졸았다는 보도를 거듭 부인해왔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때때로 단지 아름다운 푸른 눈을 감고서 집중해서 듣고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NBC 계열 스페인어 방송인 텔레문도 마이애미에 “나는 잠들지 않는다. 때때로 기대어 앉아 눈을 감겠지만 모든 것을 완벽하게 듣는다”며 “내가 졸 때도 있겠지만, 그때가 되면 알려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