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트럼프 텍사스 동시출격…낙태권 vs 불법이민 쟁점 격돌
미국 경제는 탄탄하지만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 유권자들의 관심은 물가에 쏠렸다.
지난 3분기 미 경제는 2.8%(직전 분기 대비 연율) 성장했다. 2분기(3.0%)보다는 둔화했지만 여전히 강한 성장세다.
고용 지표도 호조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9월 비농업 일자리 수는 전월 대비 25만4천명 증가했다. 8월 증가 폭(15만9천명)보다 늘었고, 전문가 전망치도 크게 웃돌았다. 실업률은 8월 4.2%에서 9월 4.1%로 하락했다.
물가 역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목표치 2%를 향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31일 팬데믹으로 인한 물가 상승으로 생활비가 더 비싸졌고 대선에서 크게 부각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4년간 식료품 가격은 22% 올랐고, 공공요금과 신규 주택 가격은 28% 상승했다. 임금이 올랐고 인플레이션도 급격히 낮아졌지만, 여전히 많은 가구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화당 전략가인 마크 캠벨은 “식료품점의 물가가 주요 이슈가 된 50년 만에 첫 대선”이라며 “‘경제 때문이야, 멍청아’는 제임스 카빌의 유명한 말이 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물건값이 얼마인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최근 자신의 경제 대응에 대한 유권자들의 생각에 영향을 미쳐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격차를 좁히는 데 성공했지만, 물가 상승은 여전히 초박빙의 주된 이유 중 하나다.
역사적으로 볼 때 탄탄한 경제가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했지만 물가 급등 등 불만으로 인한 포퓰리즘의 물결이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등 여러 나라에서 여당에 불이익을 준 바 있다.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 미 대선에서 유권자 52%가 투표를 결정할 때 경제가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답했는데 이 같은 비율은 대공황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에 해리스 부통령은 경제의 강점을 내세우는 대신 식료품, 주택, 육아 비용 등 유권자들이 직면한 문제들로 초점을 맞췄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번 주 워싱턴에서 한 유세에서 “우리의 최대 도전은 팬데믹 이전에도 오르고 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매우 높은 비용을 낮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권자들은 주택, 보육, 요양, 처방약 등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해리스 부통령을 더 신뢰한다는 AARP 여론조사 결과도 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제 전반’에서 여전히 해리스 부통령에 앞서고 있다.
민주당 여론조사업체 GBAO의 마기 오메로는 “공화당이 민주당보다 경제에서 우위에 있다는 오랜 가정이 있다”며 “하지만 해리스의 경제 메시지, 특히 돌봄과 세금 공정성 같은 구체적인 내용이 공감을 불러일으키면서 격차를 좁히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세에서 물가 상승을 해리스 탓으로 돌리며 인플레이션을 부각하고 있다.
그는 근로자와 중소기업에 대한 세금을 인하하고 모든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세 부과분은 외국 기업에 흡수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주 뉴욕에서 열린 집회에서 “해리스가 4년 더 재임하면 우리 경제는 결코 회복할 수 없다”며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빠르게 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선거에서 경제 이슈가 예전보다 덜 중요해졌다는 징후도 있다.
양측 여론조사업체들은 유권자들이 높은 물가, 헬스케어, 이민, 세금 정책 등을 포함한 불만에 대해 “경제”를 곧바로 지목하지만, 실제 투표를 할 때는 정당의 노선 같은 다른 요인들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공화당 여론조사 전문가인 브렌트 뷰캐넌은 “모든 사람이 그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더라도 실제 투표에는 하나의 주제보다 더 많은 것들이 고려된다”며 “경제 문제는 불법 이민, 해외 전쟁에 들어가는 비용 등 실제로 광범위한 범위에 걸쳐 있다. 단지 ‘식료품값이 비싸다’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