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10일 로보(무인)택시를 공개하면서 완전자율주행 차량을 둘러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테슬라가 온라인으로 중계한 영상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로보택시 공개 행사에서 ‘사이버캡’이라는 이름의 완전 자율주행차 시제품을 선보이고 “자율 주행의 미래가 여기 있다”고 말했다.
그는 차량에 장착하는 카메라 외에 순수 인공지능(AI) 기술로만 구현되는 자사의 자율주행차에 대해 “컴퓨터가 사람보다 훨씬 뛰어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수백만 대의 자동차가 운전 훈련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것은 마치 수백만 가지의 삶을 동시에 살면서 한 사람이 평생 볼 수 없는 특이한 상황을 보고 있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자율주행차를 2026년까지 양산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머스크는 그동안 사업 목표나 달성 기한 등을 부풀려 말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받았지만, 그가 전기차나 우주 사업에 실제로 혁신을 가져온 성과가 있는 만큼 현재 ‘올인’ 중인 자율주행차 산업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는 기대가 적지 않다.
자율주행차는 이미 오래전부터 미래의 차로 주목받아왔지만, 기술적 한계에 부딪히면서 최근 들어서는 다소 지지부진해진 상황이었다.
대표적으로 고전한 기업은 애플로, 아이폰을 제조하는 이 업체는 10년 전부터 자율주행 전기차인 애플카를 개발해 오다 올해 초를 전후해 사업을 완전히 접었다.
당초 계획했던 기술 구현이 쉽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원래 애플은 그동안 자동차업체들이 구현하지 못한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인 ‘레벨5’ 기술을 개발해 적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후 고속도로에서만 완전 자율주행을 지원하는 ‘레벨4’로 수정됐고,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레벨2+’ 시스템으로 낮추더니 결국 개발을 포기했다.
제너럴모터스(GM)의 자회사인 크루즈는 지난해 8월부터 샌프란시스코에서 로보택시를 운행했으나, 잇단 사고 등으로 결국 퇴출당했다.
앞서 포드는 레벨4 자율주행을 시도하다 포기했고, 2022년에는 폭스바겐과 만든 자율주행 합작사 아르고AI를 폐업시키기도 했다.
현재 자율주행차량 기술에서 가장 앞서 있는 기업은 구글의 자회사인 웨이모(Waymo)다. 미국 내에서 상업적 운행을 하는 로보택시는 웨이모가 유일하다.
웨이모는 작년 8월부터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상업 운행을 시작한 이후 로스앤젤레스(LA)와 피닉스, 오스틴 등으로 그 범위를 확대해 가고 있다.
크루즈가 지난해 말 잇단 사고를 내면서 로보택시에 대한 우려나 반감이 커진 가운데서도 웨이모는 살아남았다.
지난 7월 기준 웨이모의 유료 승차 건수는 10만건을 돌파했다. 현재 주행거리는 2천200만 마일(3천540만㎞)을 넘어섰다.
웨이모의 자체 분석 결과에 따르면 사람 운전자와 비교해 웨이모의 로보택시가 부상을 초래하는 충돌은 3.5분의 1, 경찰에 신고된 충돌은 3분의 1 수준이다.
웨이모가 운행 범위를 확대해 가는 가운데 아마존의 자율주행 자회사 죽스(Zoox)도 상업 운행에 나서고 있다.
죽스는 시험 운행 도시를 샌프란시스코와 라스베이거스, 시애틀 등 미 서부 지역에서 오스틴과 동부의 마이애미까지 확대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첫 상업 운행도 계획 중이다.
여기에 샌프란시스코에서 퇴출당한 크루즈도 운행 재개를 시도하고 있다. 이미 피닉스와 댈러스, 휴스턴에서 자율주행 차량 시험 운행을 진행 중이며, 이르면 내년부터 차량공유업체 우버에 자율주행 차량을 제공하기로 했다.
중국과 일본 기업들도 발 빠르게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중국 최대 검색기업 바이두는 2021년 베이징에서 첫 자율주행 로보택시 상업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중국 10개 도시로 확대했고, 올해 3월에는 우한에서 24시간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BYD(비야디) 등 다른 업체들도 중국에서 자율주행 시험 운행에 나서고 있다.
일본 완성차업체 닛산은 현재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를 조만간 요코하마에서 시험 운행에 들어간다. 혼다는 일본 택시 업체와 손잡고 2026년부터 로보택시 ‘크루즈 오리진’을 운영할 계획이다.
다만, 치열한 로보택시 경쟁이 예고된 것과 달리 자율주행차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은 아직 부정적인 측면이 크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 센터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3명 중 2명은 ‘가능하다면 무인 승용차를 타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아직 로보택시를 경험하지 못한 도시의 사람들은 자율주행 기술에 익숙하지 않고, 현재 로보택시가 운행되는 지역에 있는 사람들은 크루즈 등이 연루된 사고로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미 경제매체 CNBC는 전했다.
테슬라가 규제의 문턱을 얼마나 빨리 넘느냐도 관건이다.
테슬라가 개발해 업그레이드 중인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FSD(Full Self Driving)는 아직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한 레벨2 수준인 데다 그동안 FSD 작동 중 벌어진 교통사고도 여러 건 보고된 바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테슬라가 로보택시 사업을 위해 무인 자율주행에 필요한 허가를 단기간 내에 얻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CFRA리서치 애널리스트 개릿 넬슨은 최근 보고서에서 “수많은 기술적 장애물, 안전 테스트 및 규제 승인이 여전히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테슬라가 이것을 해결하는 데는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이날 로보택시 사업의 규제 문제를 해결할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대신 “내년에 텍사스와 캘리포니아에서 완전자율주행, (운전자의) 감독이 없는 FSD 운행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것은 모델3와 모델Y에 적용될 것”이라고만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