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 회의장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등에 한화 130조원 규모의 안보 지원을 하고 중국계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의 미국내 사업권을 강제 매각토록 하는 법안이 23일 미 의회를 통과, 입법절차를 마쳤다.
미 상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지난 20일 하원 통과 후 송부된 총액 950억 달러(약 131조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대만 등 지원안과 틱톡 강제 매각 등이 담긴 대외 안보 패키지 법안을 찬성 79표, 반대 18표로 가결 처리했다.
상·하원을 다 통과한 이번 법안은 24일 조 바이든 대통령 서명을 거쳐 곧바로 발효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의회는 국가 안보를 강화하고, 세계에 미국 리더십의 힘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나의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나는 내일(24일) 법안이 내 책상에 당도하는 대로 서명해서 법제화하고, 미국민들에게 연설할 것”이라며 “그렇게 함으로써 이번주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장비를 보내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양원을 통과한 법안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608억 달러(약 84조원) 규모의 군사 및 경제 지원안,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지원 및 가자지구 인도적 지원 등을 아우르는 260억 달러(약 36조원) 규모의 지원안, 대만을 중심으로 미국의 인도·태평양 동맹 및 파트너의 안보 강화를 돕는 81억 달러(약 11조원) 지원안이 반영돼 있다. 미국 국방부는 대통령 서명 이후 수일내 우크라이나에 대한 신속한 지원을 위해 브래들리 장갑차를 비롯한 군용 차량, 스팅어 대공 미사일, 고속기동 포병로켓시스템(HIMARS)용 로켓, 155mm 포탄, 토우(TOW) 대전차 미사일 등 10억 달러(약 1조3천700억원) 규모의 무기를 배송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재개됨에 따라 최근 러시아의 공세에 밀리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다시 반격의 모멘텀을 마련할 지 주목된다.
또 이날 통과된 법안은 틱톡 모회사인 중국기업 바이트댄스에 270일(대통령이 90일 연장 가능) 안에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매각하도록 하며, 기간내 매각하지 않을 경우 미국 내 서비스를 금지하도록 한 내용도 포함됐다.
미국 조야의 대중국 강경파들이 중국계 기업인 틱톡을 통해 중국 공산당이 미국 선거와 여론 형성 등에 개입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이 같은 법안을 추진했고 중국 정부와 틱톡, 미국내 틱톡 사용자 중 일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앞서 하원은 지난달 같은 취지의 틱톡 강제매각 법안을 처리했으나 상원에서 본격적인 논의는 되지 않았다. 당시 법안은 바이트댄스의 사업권 매각 기간을 6개월로 했는데 이번 법안은 최장 360일로 이를 완화했다.
특히 틱톡 측은 이번 입법에 반발해 법적 다툼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어 실제 법이 시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법안은 미국이 동결 중인 러시아 자산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아울러 이란산 석유를 고의로 취급하는 외국의 정유소나 항구, 선박 등을 제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같은 대규모 대외 안보지원 법안은 바이든 행정부가 요청한 지 6개월만에 의회를 통과했다.
하원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반대가 많자 백악관은 작년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개전 후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과 대우크라이나 지원, 대만에 대한 지원, 국경안보 강화 등을 묶은 1천50억 달러 규모의 추경 안보 예산안을 의회에 요청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는 공화당(하원 다수당) 하원 의원들은 이스라엘 지원만 떼어낸 별도 법안을 추진하는 등 어깃장을 놓으면서 지원안 전체가 표류했다.
결국 지난 13일 이란의 대이스라엘 공습으로 이스라엘 지원에 대한 분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대만 지원 등을 총 4개의 개별 법안으로 분리해 처리하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돌파구가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