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최대보험사 CEO 피살에 여론 싸늘, 왜…보험제도 불만 빗발

폴리스라인 쳐진 유나이티드헬스그룹 CEO 피살 현장

 

미 최대 건강보험사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의 보험 부문 대표 브라이언 톰슨(50) 최고경영자(CEO)가 뉴욕 한복판에서 총을 맞고 살해된 충격파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총격범의 범행 동기가 보험금 지급 거부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일부 보험 가입자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신들이 그동안 느낀 보험사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성토하고 있다.

5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자신을 응급실 간호사라고 소개한 한 소셜미디어(SNS) 사용자는 틱톡에 “나는 죽어가는 환자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당하는 것을 봐왔다”며 “그 환자들과 가족들 때문에 나는 그 사람(톰슨)에 대해 측은함을 느낄 수 없다”고 썼다.

또 다른 사용자는 틱톡 영상에서 아들을 위한 장애인용 특수 침대를 구하려는 과정에서 보험사로 인해 좌절을 겪었다고 말했다.

출산 뒤 보험금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사용자도 있었다.

미국 NBC 방송에 따르면 톰슨 사망과 관련한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의 페이스북 공식 게시물에 대한 반응 약 4만 건 중 ‘웃음’ 이모티콘으로 반응한 수가 3만5천 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슬픔’ 이모티콘 수는 2천200개에 그쳤다.

이러한 반응은 민간 보험에 가입한 미국인들 사이에 쌓인 그간의 좌절을 보여준다고 NYT는 짚었다.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보험제도로 불합리한 상황에 놓였다고 생각해온 사람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나이티드헬스그룹 CEO 총격 용의자 수배 포스터
유나이티드헬스그룹 CEO 총격 용의자 수배 포스터

 

다만 한편에선 극단적인 일부 반응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언론인 출신 팟캐스트 진행자인 테일러 로렌츠는 이번 사건 뒤 자신의 SNS에 다른 보험사 CEO의 생년월일·사진과 함께 사망일을 비워둔 게시물을 올렸다가 삭제했다.

그는 다른 게시물에선 “‘다음은 당신이다’라는 간단한 이메일을 보내는 것이 실행가능한 위협으로 간주되나”라고 쓰기도 했다.

국제 건강보험 보안·안전협회 회장 에릭 숀 클레이는 NYT에 “CEO는 조직에서 가장 눈에 띄는 얼굴인 경우가 많다”며 “때때로 사람들은 그 개인에 증오를 표출하고, 그에게 해를 끼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미국 러트거스대의 펠로우 연구원인 알렉스 골든버그는 NBC에 “톰슨을 살해한 행위를 찬양하고 미화하는 SNS 게시물이 급증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의 한 직원은 톰슨이 가입자들의 불만에 대해 조처하고 싶어 한 몇 안 되는 임원 중 한 명이었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톰슨이 생전에 한 연설에서 국가의 건강보험의 상태와 회사 문화를 바꿔야 할 필요성에 관해 이야기했다며 이는 다른 임원들은 회피하는 주제였다고 NYT에 설명했다.

톰슨은 전날 오전 6시 44분께 맨해튼 미드타운의 힐튼호텔 입구 인도에서 검은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남성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사건 뒤 범행 현장에서 수거한 탄환 탄피에는 ‘부인'(deny), ‘방어'(defend), ‘증언'(depose)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문구들은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략을 언급하는 것일 수 있다고 AP는 분석했다.

용의자는 범행 직후 도주했다. 경찰은 그를 공개수배하고 헬기와 드론·수색견 등을 동원해 이틀째 추적전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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