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시간만에 구조’ 어머니 생환에 환호하는 아들
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에 강진이 덮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기적의 생환 소식은 이어지고 있다. 양국의 공식 사망자 집계는 3만5천명을 넘어섰다.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은 13일(현지시간) 튀르키예에서 사망자 수가 3만1천643명으로 추가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튀르키예와 국경을 맞댄 시리아에서는 최소 3천581명이 숨지고, 5천200여명이 다친 것으로 나타났다.
외신들이 집계한 두 국가의 사망자 수는 3만5천224명으로 2003년 이란 대지진(사망자 3만1천명)의 피해 규모를 훌쩍 뛰어넘었다.
특히 구호·수습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시리아의 사상자 수는 정부 측 공식 집계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이날 낸 성명에서 시리아에서만 최소 4천300명이 사망하고, 7천60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시리아 내 사망자 수를 9천300명으로 추산했다.
규모 7.8과 7.5의 강진이 일어난 지도 일주일이 지나면서 매몰자들이 생존할 가능성이 더욱 줄고 그만큼 사망자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에두아르도 레이노소 앙굴로 멕시코국립자치대 공학연구소 교수는 AP 통신에 현시점에서 생존자가 존재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밝혔다.
지진으로 인해 무너진 건물 내에서의 생존 가능성을 연구한 레이노소 교수는 “잔해에 갇힌 사람은 5일이 지나면 생존할 가능성이 매우 낮아지고, 예외는 있지만 9일 경과 후에는 0%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데이비드 알렉산더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비상계획 교수는 “잔해에서 살아 있는 사람을 구해낼 기회는 거의 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지 추운 날씨는 생존 가능성을 더욱 낮추고 있다. 전날 밤 튀르키예 지진 피해 지역의 기온은 영하 6도까지 떨어졌다.
현지 언론은 극적인 구조 소식을 계속 전하고 있다.
튀르키예 국영 아나돌루 통신에 따르면 튀르키예·오만 구조팀은 이날 오전 안타키야주에서 매몰된 지 176시간 여성을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날 가지안테프주의 마을 이슬라히예에서 40대 여성이 매몰 170시간 만에 구조됐다.
이 여성이 구조되기 몇 시간 전 아디야만주의 작은 마을 베스니에서도 60대 여성 살아서 잔해 밖으로 나왔다.
한국 긴급구호대는 이날까지 총 8명의 생존자를 구조했으며 시신 18구를 수습했다.
이번 강진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 중의 하나인 시리아 서북부 반군 지역에 대한 구호는 여전히 차질을 빚고 있다.
전 세계 각국으로부터 인도주의적 지원을 받는 튀르키예와 달리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시리아는 상당수 국가로부터 직접 원조를 받지 못했다.
이날 시리아 알레포를 찾은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사무차장은 “이 도시는 지난 10여 년간 내전의 주요 전선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 이곳 주민들의 최악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바샤르 알아사드가 이끄는 정부 지역에서 반군 지역으로 구호 물품이 수송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리아 북부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무장세력 간의 갈등은 구호 활동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반군 내 최대 파벌이자 알카에다 시리아 지부의 후신인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은 정부군 통제 지역에서 반군 장악 지역으로 구호 물품이 수송되는 것을 거부했다.
지난 9일에는 쿠르드 세력의 구호 차량이 서북부 지진 피해 지역으로 가려다가 튀르키예의 지원을 받는 무장 세력의 저지로 물품을 전달하지 못한 채 돌아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