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가운데 70~80%를 차지하는 뇌경색의 진행에는 콜레스테롤의 수치뿐만 아니라 품질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페인 ‘산트 파우 연구소(IR Sant Pau)’ 연구팀은 지단백질인 나쁜 콜레스테롤(LDL 콜레스테롤)과 좋은 콜레스테롤(HDL 콜레스테롤)의 수치 변화 외에 질적 변화가 뇌경색의 진행에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연구의 공동 저자인 소니아 베니테스 박사(심혈관 생화학 연구그룹)는 “뇌경색의 합병증 등 위험을 결정하는 것은 LDL이나 HDL의 ‘양’이 아니라 ‘질’이다. 지단백질의 음전하 변화 등 질적 변화가 심혈관병 진행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뇌경색 병리의 위험을 평가하기 위해선 전통적인 양적 콜레스테롤 수치 이상의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뇌경색은 경동맥의 죽상경화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뇌졸중의 약 20%는 경동맥에 죽처럼 걸쭉한 죽상경화반(아테롬성 플라크)이 존재하는 것과 직접 관련이 있다. 이 때문에 심각한 심혈관병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그동안 이런 환자의 LDL 콜레스테롤과 H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중점을 뒀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선 지단백질의 질적 특성이 뇌경색의 진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뇌졸중은 뇌경색(허혈성 뇌졸중)과 뇌출혈(출혈성 뇌종중)으로 나뉜다. 또한 지단백질은 지방과 단백질을 모두 포함하고 있으며, 밀도에 따라 고밀도 지단백질(HDL), 저밀도 지단백질(LDL), 중저밀도 지단백질(IDL), 초저밀도 지단백질(VLDL)로 나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뇌경색 발생 7일 뒤 LDL의 음(-) 전하가 증가하고, 전 염증성 세라마이드와 트리아실글리세롤의 수치가 높아지고, 인지질과 콜레스테롤의 수치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뇌경색 발생 1년 뒤엔 스타틴과 항혈소판제 등 치료 개입과 생활습관 개선 덕분에 지단백질이 크게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LDL과 HDL의 음(-) 전하가 감소했고, LDL은 산화 및 응집에 덜 취약해졌고, HDL은 보호 특성을 일부 회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2016년 1월~2019년 3월 산 파우 병원에서 뇌경색을 겪었고 최근 경동맥의 죽상경화증 진단을 받은 성인 환자 64명과 건강한 성인 27명을 조사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들의 혈액 검체에서 7일 후와 1년 후의 지단백질을 분리해 분석했다. 포괄적인 지질체학 연구 결과, LDL 변형은 경동맥 플라크의 취약성을 높이는 염증 및 죽종(혈관 벽에 콜레스테롤 지방 염증 세포 등이 쌓여 생기는 덩어리)의 형성 과정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HDL의 단백질 구성에 상당히 큰 변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에 의하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이더라도 합병증 위험이 높은 환자를 식별하기 위해 지단백질의 질적 특성을 탐구하는 통합적 접근법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각 환자의 특성에 바탕을 둔 개인 맞춤형 치료와 더 나은 약물 및 비약물적 개입이 가능해진다.
연구팀은 심혈관병의 합병증 예방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단백질 구성의 변형을 목표로 하는 치료 전략의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여기에는 식습관 개선, 운동 등 신체활동, 스타틴 치료를 꾸준히 함으로써 LDL과 HDL의 음(-) 전하를 감소시키는 것도 포함된다. 연구팀은 소규모 연구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규모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유럽 연구 그룹과 함께 뇌졸중의 생물학적 표지자(바이오마커) 연구에 초점을 맞춘 ‘바이오스트로크(BioStroke)’ 컨소시엄을 결성할 계획이다.
이 연구 결과(Alterations in LDL and HDL after an ischemic stroke associated with carotid atherosclerosis are reversed after 1 year)는 미국 생화학·분자생물학회(ASBMB) 학술지 ≪지질 연구 저널(Journal of Lipid Research)≫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