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의사들은 전당뇨(당뇨병 전단계)인 사람들에게 틈만 나면 “혈당을 낮추려면 체중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약 20년 동안 철칙으로 여겨온 일종의 ‘건강 코드’다.
하지만 체중 감량이 쉽지 않다면 뱃살, 즉 복부 지방을 줄여도 전당뇨에서 벗어날 수 있다. 독일 튀빙겐대 등 공동 연구 결과를 보면 전당뇨 환자가 설령 체중을 감량하지 못하더라도 복부 지방을 줄이면 혈당을 정상으로 회복하는 ‘관해’에 이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뱃살, 즉 내장을 둘러싸고 있는 복부 지방이 신진대사를 방해하는 중요 원인이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체중 감량 없이 당뇨병 전단계를 역전시킨 사람은 체중이 종전과 똑같더라도 복부 지방이 피부 밑으로 옮겨가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천연 호르몬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천연 호르몬 중 특히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은 혈당 수치가 높아질 때 췌장 베타세포가 인슐린을 분비하게 돕는다. 이 천연 호르몬을 모방한 것이 위고비, 마운자로 등 새로운 체중 감량제다.
이 연구 결과(Prevention of type 2 diabetes through prediabetes remission without weight loss)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실렸다.
튀빙겐대 안드레아스 버켄펠트 교수(당뇨병학∙내분비학∙신장학)는 “체중을 줄이지 않고도 당뇨병 전단계를 역전시킨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포도당 수치를 높이는 다른 호르몬을 억제하는 동시에 이 GLP-1 호르몬의 시스템을 자연스럽게 강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호주 비영리매체 ‘더 컨버세이션’에 쓴 글을 통해서다.
뱃살, 즉 복부 지방은 만성 염증을 일으켜 혈당 조절 호르몬인 인슐린의 작용을 방해한다. 인슐린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혈당 수치가 높아진다. 반면, 피부 바로 밑에 있는 피하지방은 건강에 유익할 수 있다. 피하 지방은 인슐린이 더 효과적으로 작용하도록 돕는 호르몬을 만든다.
버켄펠트 교수는 “특정 독일 연구(PLIS) 결과에선 1년 간 건강 식단과 운동을 병행한 그룹이 전당뇨 상태에서 많이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제2형 당뇨병 발생률이 73%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복부 지방 감소는 간 지방보다 인슐린 민감도 개선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독일 당뇨병 연구센터의 대규모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평균 허리둘레를 여성은 4cm, 남성은 7cm 이상 줄이면 뚜렷한 건강 개선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부 지방을 줄이는 데는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통곡물∙콩류∙채소 중심의 식사를 하는 게 효과적이다. 과일은 제한적으로 섭취하되, 갈아서 먹는 방식을 피하는 게 좋다.
하루 칼로리 500kcal에 해당하는 음식 섭취량을 줄이면 복부 지방과 허리둘레 감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함께하면 복부 지방을 줄이는 데 더 좋다. 걷기∙자전거∙수영∙등산 등 유산소 운동을 하루 30분 이상, 주 5회 이상 꾸준히 하면 된다. 근육량을 늘리는 근력 운동을 병행하면 더 큰 혈당 조절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체성분 검사로 자신의 체지방과 근육량을 확인한 뒤 맞춤형 운동 계획을 세우는 게 바람직하다. 물론 여기에는 운동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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